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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Jun 13. 2021

손님


코로나 이전에는 종종 겪던 일이다. 


기장: “Confirm APU Running (엔진이 정지한 후 전기와 에어컨을 공급할 보조엔진이 정상 작동되고 있는지 확인해줘!)”


부기장:”Confirm!(확인했습니다!)”


기장이 뭉툭한 머리를 한 두 개의 Fuel Control Switch를 하나씩 차례대로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잡은 후 살짝 뽑아 아래로 내리자 '찰칵’ 소리와 함께 엔진에 연료공급이 차단된다. 


중앙의 아래쪽 디스플레이에 미리 펼쳐둔 항공기의 도어 페이지를 손짓하며 


기장:”All Doors Manual. Confirm!(모든 출입구 탈출 슬라이드가 비 활성 상태를 확인해줘!)


부기장: “Confirm!(비 활성 상태임을 확인합니다!)” 


부기장이 큰소리로 확인을 한다. 


이어서 


“Seat Belt Sign Off!(좌석벨트 싸인을 꺼줘!)


기장의 마지막 지시에 부기장이 고개를 들고 왼손을 뻗어 올려 좌석벨트 싸인을 시계 반대방향 OFF라고 쓰여있는 곳으로 돌리자 캐빈 쪽에서 작게 ‘띵’ 하는 소리가 들린다. 


곧 부기장의 손은 능숙하게 유압과 연료펌프 스위치들을 눌러 끄기 시작한다. 


이어서 Shutdown Checklist까지 마치고 나면 그제야 부기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비행 내내 굳게 닫혀있던 칵핏 도어를 열고 다시 닫히지 않도록 고정까지 마친다. 


이때  L1(엘원) 도어 앞으로 나오는 일등석 승객과 눈이 마주치기도 한다. 


승객의 하기에는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사이 조종사들은 비행 중 꺼내 두었던 개인 소지품을 챙겨 가방 속에 정리하고 비행 중에 마시던 음료수 컵이나 이젠 불필요해진 폐기할 서류들을  두 조종사 사이 프린터 옆에 걸어둔 쓰레기봉투에 밀어 넣으며 주변을 정리하느라 분주하다. 


이즈음에 벌어지는 일이다. 


문득 누군가가 기장의 등 뒤에 바싹 다가와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돌아보지 않아도 그 느낌이 캐빈크루나 정비사가  아니란 걸 바로 알 수 있다. 이들은 보통 기장에게 인사를 먼저 건네지는 않는다. 


부기장이 


“어~~!” 


칵핏 도어 바로 앞에 있는 기장석보다는 우측으로 좀 들어가 있는 부기장 쪽에서 출입구 쪽 시야각이 넓다. 


'씩, 씩'


아직 조종석에 앉아 있는 내 귓가 정도의 높이에서 순간 침입자의 거칠고 흥분한 숨소리가 들린다. 


키가 1미터 정도 될까 싶은 사내아이가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계기판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 이 경우 이들의 관심은 조종사가 아니라 칵핏 전면의 계기들이다. 온통 정신이 계기에 팔려있다. 


 바로 사태를 파악하고는 일단


범인이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도록 대화를 시도한다. 


“안녀엉~~! 넌 이름이 모오야 ~?” 


시간이 별로 없다. 아이가 칵핏에 들어온 걸 알고 크루들이 곧 뛰어 들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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