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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Aug 17. 2021

카불이 사라진 날



어제 오후 민간 항공기들이 카불 공항에 착륙하지 못하고 모두 회항했다.

그간 중동의 조종사들 사이에 수많은 이야기를 남긴 곳이다.

일부는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비행을 피해 가기도 했고

높은 산악 장애물로 인한 깊은 강하각과 희박한 공기 밀도로 하드랜딩이 가장 많이 보고된 공항중 하나였다.

정기 라인 평가 공항으로 신참 기장들을 떨게 만들었고

착륙 한 시간 전에 회사로부터 위성전화로 따로 접근 허가를 받아야 했다.

통상 비행준비에만 두 시간이 소요되었고 야간 운항이 금지되었던 곳이다.

승객만 모두 탑승하면 바로 문을 닫고 일찍 이륙해도 회사에서 일절 문제 삼지 않는 유일한 공항이었다.

보안요원이 따로 동승해 탑승하는 모든 승객의 몸을 촉수 검사했고 

착륙하지 못하고 돌아올 상황을 대비해 늘 출발 공항으로 돌아올 연료를 실어주었다.

마지막으로 다행히 한국인 기장과 크루들에겐 대한민국 정부가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해 준 덕에 비행 금지 공항이었다.

오늘부터 모든 민간 항공기는 아프가니스탄 영공을 우회한다.

카불은 이렇게 오늘 항공 지도에서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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