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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4. 2021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려워요.


Dear Captain Jay


기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초반의 학생입니다. 


수고가 많으실 기장님께 메시지를 넣어보게 됐습니다.


기장님의 글을 열심히 읽고 있지만 그간 댓글은 못 달던 부끄럼쟁이입니다.


그냥 요새 고민이 있는데 가까이 있는 주변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볼 수도 있지만 한번 다르게 접근하여 렌선으로 연결된 기장님에게 질문 한 가지 드려보고 싶어 메시지를 남기게 됐습니다.


저는 항공분야에 관심이 많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항공분야 종사자로 꿈을 이루고 싶은 사람입니다. 최종 목표는 날고 싶은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그 날고 싶은 꿈을 이루기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꿈을 이루기 전까지 아니면 최종 꿈을 못 이루더라도 비행기 옆에 그리고 공항에서 공항직원원으로 평생 일을 하고 싶습니다.


저의 꿈은 확실하고 사람 만나는 걸 싫어하지 않지만 제가 지금 현재 이루고자 하는 공항직원으로서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 나가 서면 심하게 긴장을 합니다. 저 나름대로 이 것을 극복하려고 매번 긴장되고 쪽팔려도 나서서 해보려고는 하나 잘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기장님이 직업인으로서 겪으실 긴장감과 제가 지금 당장 이루고자 하는 직업이 가지는 긴장도가 조금은 다른 부분일지라도 기장님께 한번 여쭤보고 싶습니다.


기장님 매 비행 수천억 가치의 소중한 화물이나 기본 300 명의 소중한 생명들을 책임지실 때 여기서 오는 긴장감을 어떻게 해결하시고 긴장감을 풀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셨는지 궁금합니다.


Captain Jay의 답변


세상에 사람들 앞에 서서 떨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걸까요?


이런 능력은 그냥 타고 나는 걸까요? 그들은 우리와 영 다른 사람일까요?


제가 아는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중들 앞에 서면 불안해집니다. 


여러분이 보기에 에어라인 기장인 저는 늘 당당하고 카리스마가 넘칠 것 같은가요?


저도 매번 어색하고 떨립니다. 


아닌 척하는 겁니다. 


처음 만나는 15명 외국인 크루들 앞에서 게다가 그중 절반은 영국 호주 등 원어민인 여자 승무원들 앞에 서서 영어로 브리핑을 하고 농담을 하는 일이 솔직히 저도 늘 부담스러워요.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제 삶은 늘 실수투성이입니다. 


덜렁거리고 물건 잃어버리는 일은 나이가 50이 되어도 결코 완벽히 고쳐지지 않아요. 지난 20년 동안 비행을 마치고 칵핏에 두고 온 물건 리스트를 한번 나열해 볼까요. 


전기면도기, 아이패드, 가방, 비행에 사용하는 클립 바인더, 볼펜은 잃어버린 축에도 안 들고요. 


그런데 사람들은 제가 꼼꼼한 줄 잘못 알아요. 왜일까요?


꼼꼼해지려고 노력하는 저의 그  '이미지'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정한 두발과 유니폼. 정리된 바인더와 비행정보를 정리한 노트 등을 보고 


“아 아 기장은 꼼꼼한 성격이구나!”라고 생각해 버립니다. 


삶은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부분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입니다. 


우린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늘 이상적인 어떤 모습을 만들어 두고 자신을 바꾸려 노력합니다. 


기장이 부끄러워 할 말을 못 하면 안 되기 때문에 때로는 완벽한 척, 차가운 척 노력하는 겁니다. 


사람들에겐 싫은 소리 하기 싫은데 그러지 않으면 자기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크루나 부기장이 있기 때문에 때로는 불러서 야단도 치는 겁니다. 


인생은 연극입니다. 나 아닌 나, 내가 되고 싶은 나를 위해 오늘도 연극을 하는 겁니다. 


그렇게 오래 노력하며 지내다 보면 미래의 어느 날  진짜 나는 누구였지라고 생각이 드는 날이 옵니다. 


폭풍이 몰아치는 날 빗속에 착륙을 하면서 별거 아닌 척,  쎈 척 하지만 착륙한 후에 긴장감이 한꺼번에 사라지면  택싱 하면서 브레이크를 밟는 다리가 덜덜덜 떨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 긴장감을 이겨내는 힘은 남들도 다들 나와 같다는 것을 아는 것과 그리고 자신을 신뢰하는 자신감입니다. 


늘 노력하는 자기 자신을 도닥여 주세요. 


“힘들지? 잘하고 있어. 이번에도 잘 해내어 주어서 고마워.”


그리고 실수할까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 바보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실수를 해야 발전을 하죠. 


얼굴이 붉어져도 사람들 앞에 계속 서야 능청스러워지는 법을 깨닫게 됩니다. 


단언컨대 실수 없이 성장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기장들도 실수 대마왕들입니다. 실수를 했기에 지금의 위치에 와 있는 것이죠. 


실수하세요. 많이 하세요. 그래야 성취할 수 있습니다. 


두려우면 양복 속에 빨간 양말과 빨간 펜티를 몰래 입어보세요. 그리고 사람들 앞에 서 보세요. 그렇게 두려움을 이겨내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


남들도 다들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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