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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Jan 09. 2022

가장 기적 같은 착륙

Air Astana 1388 사고

영어 표현에 'Counter Intuitive'라는 단어가 있다.

'본능에 반하여'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이 단어에 어울리는 상황을 한번 생각해보자.

어린 시절 우리들은 모두 어느 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태어나 처음으로 자전거를 혼자서도 넘어지지 않고 잘 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주위에 손기술이 아주 좋은 친구가 자전거의 핸들이 내가 조작하는 반대 방향으로 힘이 작용하는 핸들을 만들어 내게 한번 타 볼 것을 권했다면 어떨까?

왼쪽으로 가려면 핸들을 오른쪽으로 틀어야 하고 오른쪽으로 가려면 그 반대인 왼쪽으로 핸들을 돌려야 하는 이상한 자전거를 타본다고 상상해보자.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놀랍게도 인간은 연습을 하면 이 본능에 반하는 손기술을 익힐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아주 능숙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이와 비슷한 상황이 당신이 탄 항공기에서 발생한다면 어떨까?

자동차나 자전거와 달리 항공기는 일단 이륙을 하고 난 이후에 날개 끝에 장착된 Aileron이라는 장치를 위아래로 움직여 원하는 방향으로 선회를 할 수 있다. 공중에 부양하기 전 이 장치는 사용하지 않는다.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다.


세스나처럼 소형항공기는 Flight Control Check을 할 때 조종사가 고개를 좌우로 돌려 날개 끝에 장착된 에일러론이라는 조종면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를 확인하며 777같이 큰 항공기는 조종실에서 날개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조종면 시놉틱 페이지를 열어 계기상으로 정상작동 여부를 확인하거나 날개를 비추는 카메라가 장착된 기종이라면 외부 카메라 페이지를 열어 오른쪽으로 휠을 눕히며 오른쪽 에일러론이 위로 세워지고 반대로 왼쪽으로 휠을 눕히며 왼쪽 날개의 조종면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올리는지를 확인한다.


실제 에일러론이 정비사의 실수로 반대로 연결된 민항기가 있었다.  


2018년 카자흐스탄의 Air Astana 1388,  Embraer ERJ-190LR 항공기는 이륙 후 이륙 직후 극심한 조종 불능 상태에 빠졌다. 조종사들은 추락에 대비해 수차례 관제사에 바다 쪽으로 항공기를 돌려 해안에 디칭(Ditching)을 시도하겠다는 의도를 밝힐 정도로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자그마치 한 시간 30분 동안 잘못 연결된 에일러론과 씨름을 하며 수차례 추락 직전 상황까지 들어갔다 회복하기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기적적으로 그날 조종석의 점프 시트에 앉아 있던 부기장이 문제의 원인이 반대로 연결된 케이블일 수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 상황은 급 반전된다.


그때까지 어떠한 시스템 고장 메시지도 없던 상태였음에도 그들은 일단 비행조종계통에 연결된 컴퓨터를 모두 차단하기로 결정한다.

Flight Computer 가 차단되면 EJR 항공기는 오로지 조종사의 조작에만 반응하는 'Direct Law' 상태로 전환되며 그때부터는 선회를 할 때 날개 위의 스포일러라는 장치는 작동하지 않고 오로지 양쪽 날개 끝에 달린 에일러론만으로 비행하게 된다.  


예상대로 이렇게 에일러론만으로 비행하는 상태로 만든 후에 조종성은 훨씬 좋아졌다.


물론 반대로 연결된 케이블로 인해 좌는 우, 우는 좌로 역으로 조작으로 해야 하는 것은 여전했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그날 항공기는

컴퓨터에 의해 동작하는 날개 위의 스포일러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고 정비사의 실수로 반대로 연결된 케이블에 의해 작동되는 에일러론은 역으로 동작하고 있었다.


이제 크루들은 연료가 고갈되기 이전에

좌 선회를 하려면 우측으로 휠을 눕혀야 하고 반대로 오른쪽 윙이 들리는 걸 막으려면 오른쪽이 아닌 왼쪽으로 더 휠을 눕혀야 하는 본능에 반하는 조작(Counter Intuitive Control)에 익숙해져야 했다.


결국 한 시간째 매뉴얼로 컨트롤을 하던 부기장이 거의 탈진상태에 빠지자 뒤에 앉아 이 문제의 원인을 맨 처음 알아내고 조언하던 부기장이 그를 대신해 조종간을 넘겨받았다.


이후 항공기는 최초 사건 발생 후 90분 동안 두 차례의 고 어라운드 후에 인근 군 공항인  Beja Airbase에 기적적으로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다.


그 사이 포르투갈 공군의 F-16 전투기 편대가 이륙해 이들의 상태를 외부에서  모니터 하기도 했으며 수차례의 Loss of Control 상태에 빠졌다가 기적적으로 회복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경험한 최대 중력가속도는 4G에 달했다. 이는 전투기가 기동 중에 경험하는 일반적인 중력가속도에 버금가는 상태로 민항기들의 일반적인 설계 하중인 2.5G를 훨씬 넘기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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