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틴 제이 Feb 25. 2022

라이트닝 스트라이크


‘띵동’ 중앙 화면에 CABIN CALL이 시현되며 차임이 울렸다. 분명 사무장일 것이다. 




“기장입니다.”  




조금 당황한 목소리로, 




“조금 전에 그거 번개 맞은 것 맞죠? 승객들이 불안해하고 있어요. 제가 일단 방송했지만 기장님이 다시 PA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7천 피트를 막 지나고 있었다. 바로 PA에 들어가기엔 아직 고도가 너무 낮다. 




조금 전 우린 고도 약 4천 피트에서 레이더상으로 엠버(Amber)로 보이는 구름의 끝부분을 스치듯 빗겨 나 상승하고 있었다. 




“빠방!”




커다란 굉음과 섬광이 상승 중이던 우리 항공기의 왼쪽 날개를 한차례 세차게 후려치더니 동체를 휘감듯 돌아 나갔다. 




나의 눈은 가장 먼저 본능적으로 엔진 계기를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역시 아무런 문제가 없다.  통신에도 이상이 없다. 




결국 1만 피트를 넘기고서야 가지고 있던 라디오를 부기장에게 넘겼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PA 버튼을 누르고 수화기를 들었다. 




“승객 여러분, 기장입니다.  예. 맞습니다. 우리 항공기는 방금 전 번개에 맞았습니다. 출발 당시 아테네 인근에 기상이 악화되고 있었기에 예상하던 일중 하나였습니다. 우리 보잉 777 은 지난 20년간 충분히 그 신뢰성을 증명했습니다. 번개에 맞더라도 항공기 시스템은 늘 안전하게 보호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현재 항공기는 모든 것이 정상상태이고 완벽히 통제되고 있습니다. 이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의자를 편히 누이시고 비행을 즐겨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PA를 마치고 객실 카메라를 돌려가며 1등석부터 맨 끝 이커노미석 겔리까지 승객과 크루들의  모습을 하나씩 살핀다.






작가의 이전글 기장의 소프트 스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