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재현되는 상
아마 4년여 전쯤 됐을 겁니다. 우연히 가게 된 양산 통도사의 풍경에 매료돼서, 서울에서 김포로 김해공항을 거쳐 통도사로 발길을 향했죠. 짙은 가을에 마주했던 풍경과 다르게도, 아직 신록이 채가시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양산천 벤치에서 바람을 맞으면서 한참 동안 산사의 풍경을 바라봤죠. 통도사를 다녀온 후, 이렇게 기록해 두었습니다. “짙은 가을에 오리라 했던 약속과는 무관하게도, 마음속에 그리고 싶은 구체적인 풍경 하나가 생겼다.”
여행은 보통 낭만을 가지고 떠난다 하죠. 하와이의 해변, 파리의 센강 각자 마음속에 떠올리는 여행지의 이미지가 있을 겁니다. 그래서 여행 전에는 대게, 마음속에 그리는 풍경을 찾아 떠나는 것 같아요. 아직 느껴보지 않은 상상 속, 그곳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죠.
파리 교환학생 시절, 집 근처에 자주 가던 생마르탱 운하가 있었습니다. 파리를 떠나오고 나서도, 꿈속에서 한참 동안 운하의 풍경이 아른거렸죠. 여름엔 초록으로 물들고, 겨울엔 배가 정박해 있는 풍경 때문에 8년 만에 파리를 다시 찾게 된 이유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여행은, 이미 봤던 풍경을 찾아 다시 떠나는 것 같습니다. 마음속에 그렸던 상을 재현하기 위해, 비슷한 분위기의 장소를 다시 찾기도하죠.
어머니와 함께 다녀온 프랑스 여행 얘기를 하다, 간혹 그때의 추억들을 생각하신다고 하셨어요. 그곳에서 겪은 일화나 에피소드를 곱씹어 보는거죠. 어쩌면 여행은 그때의 일들을 떠올리며, 추억을 회상하는 일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래서 풍경도 중요하지만, 그 곳에서 누구와 어떤 일화를 겪었는지도 중요한 것 같아요.
이번 봄, 마음속에 두고두고 그리고 싶은 풍경 하나 떠오르시나요? 혹은 그림 같은 풍경 속에, 잊지 못할 경험을 함께 만들고 싶은 사람이 있으신지요. 그렇다면 마음 속에 풍경 하나, 추억 하나 담으러 한번 훌쩍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