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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s Sep 30. 2023

독일에서 지능검사를 받다

내 아이가 상위 2% 영재 (Hochbegabter)라고?

요즘 오은영 박사님의 <금쪽같은 내 새끼>를 비롯해 부모 교육 관련 영상들이 참 많아졌다. 예전에는 기관을 찾아서 부모 교육을 들을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손쉽게 유튜브나 TV 채널에서도 다양한 사례의 육아 관련 정보를 얻기가 쉬워진 탓인지 엄마 마음에 여러 사례의 금쪽이들 늘 보면서 혹시 내 아이도 저런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의 무지로 아이의 신호를 놓친 것은 아닐까 걱정하게 된다. 예전에는 잘 모르고 지나갔던 자폐, 틱장애, ADHD 같은 병명들도 많은 부모들에게 알려지게 되고, 늘어난 관심에 각종 검사를 시행하는 사례가 늘어나다 보니 마치 과거보다 더 이런  사례가 늘어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요즘 소아 정신과는 예약을 하려면 정말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 하니 과거와 비교했을 때 정신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체감이 된다.

한국에서 태어나 유아기 시절을 보내고 가족의 이민으로 갑작스럽게 독일로 오게 된 나의 아이들. 아이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모들의 선택으로 낯선 땅 낯선 곳에서 새로운 언어와 문화에 적응해야만 했기에 이민 1세대로서 나의 고충보다는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이 훨씬 컸다. 물론 지금도, 앞으로도 그 마음은 부모의 자리에 있는 한 계속될 것 같다. 그런 아이들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선생님들과의 상담도 빠지지 않고 다녔는데, 한결같이 선생님들이 하는 이야기들이 참 비슷했다.

유치원 때 선생님은 아이가 abc도 모르고 왔음에도 금세 글을 읽고, 책을 읽는 수준이 학년을 넘어서기 때문에 월반을 하거나 고학년 수업 시간에 가서 수업을 듣고 오게 하는 것도 권하셨었다. 학교에서의 과제는 빨리 끝내버리고 혼자서 소파 등에 가서 책을 읽거나 하는 시간이 많다고 하셨다. 다행히 단짝 친구도 있었고, 당시 나는 친구와의 플레이 데이트에 진심이었기 때문에 교우관계에는 큰 문제는 없었다. 선생님은 뼛속까지 교육자로 재미나고 흥미로운 수업과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 신뢰가 무한하신 남자 선생님이셨고, 이 선생님께 2년을 배우며 아이는 급속도로 성장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1학년 때 선생님이 아이의 특성을 잘 이해하기 힘들어하신 젊은 초임 여자 선생님이셨는데, 아이는 유치원 때처럼 학교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2학년 때 선생님은 훨씬 좋은 고학년 자녀를 키우고 계신 선생님이셨으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이사로 인해 전학을 가게 되었다. 이미 이때는 해리포터 등의 장문 소설을 영어로 읽게 되었고, 모국어가 영어로 바뀌게 되어 집에서도 영어만 사용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장시간을 국제 학교에서 있었고, 하교 후에도 플레이 데이트를 해주는 것에 진심이었다 보니 친구들이랑 영어를 사용하고, 집에서는 형제가 영어로 대화를 하니 한국어가 상대적으로 노출이 적어지는 것이 걱정이었다.

초등 중학년에 전학을 하면서 새로운 언어인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선생님 상담 때 아이가 이미 초등 고학년 독일어 지문도 이해하며, 과제를 매우 잘 수행하는 데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물어보셨다. 초등 고학년 때는 독일어 기초를 배운 후, 보통 1년이 걸리는 과정을 생략하고 두 아이가 모두 3개월 정도 만에 정규 공립학교로 전학을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학교가 여러 번 바뀌면서 아이들은 친한 친구들과 헤어져야만 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가 발생하여 거의 2년이나 제대로 된 교우 관계를 경험하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독일어 노출이 많아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를 코로나로 집에서만 거의 보내게 되니 부모로서 가장 걱정스럽고, 힘든 나날이었다. 상담을 가보니 아이는 영리한데 수업에 집중을 잘 안 하고, 지루해하거나 또는 혼자서 공상을 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멍 때리고 있어서 선생님이 가서 과제를 하라고 이야기하면 다른 친구들보다 훨씬 빨리 다 끝내고 다시 또 다른 생각을 하거나 때로는 책상에 엎드려서 잠을 자거나 한다는 것.

다행히 아이는 상급학교 전학 때 김나지움으로 진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김나지움에 가서는 형제끼리 선생님의 추천서를 받아서 독일 바이에른주 인재 양성 수업(Begabungsstützpunkt)을 1년간 듣게 된다. 거기에서 나는 독일의 영재 검사, 지능 검사에 대한 정보를 듣게 되고, 아이의 상태를 체크해 봐야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사실 나는 아이가 혹시 ADHD는 아닐까 의심을 하기도 했다. 집에서도 가르칠 때 자신이 원하지 않는 과제에 대해서는 매우 거부반응을 보였고, 집중을 하지 않았으며, 결과도 형편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 입장에서는 아이가 산만하고, 매우 쉬운 문제도 잘 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친구 관계와 놀이에만 집중하는 엄마였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 상황에서 갑자기 학교 전학과 초등 4학년 때 상급학교 입시가 기다리고 있는 독일 학교에서 나도 그때는 엄격한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아이가 스트레스 상황이었을 것으로 생각은 든다.

다행히 아이는 집에서 엄청나게 독서를 즐겼고, 자신이 흥미 있어하는 마인크래프트 같은 게임이나 주제 등에 관련된 책들은 몰입해서 읽고, 음성으로 들었다. (거의 하루 종일....) 그리고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영어 소설을 쓰고, 유튜브도 만들어서 게임 영상을 올리기도 하고, 학교 수업과는 상관없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는 매우 열정적이었다.

혼자서 공상하고, 상상하고, 중얼거리는 것도 좋아하고, 가족들이 산책할 때도 매번 혼자서 먼저 나아가 걸으며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그러면서도 형이나 친구들을 매우 좋아하고 재미난 이야기나 대화의 주제를 먼저 이끌고, 끊임없이 떠들기도 하기 때문에 놀 때는 확실히 재미나게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어떤 캠프를 보내거나 낯선 데에 가도 타인과 이야기하는 것에 별로 주저함은 없고, 또 형제간의 관계가 쏘울 메이트처럼 깊어서 그런 건지 다른 친구 관계에 크게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러한 특성이 떠올랐던 것이지 사실 영재 지능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아이 지능이 평균 이상일 거라는 생각은 크게 하지는 못했다.

어쨌든 근 1년 넘게 망설인 끝에 김나지움에 있는 시립 상담사 (Staatliche Schulpsychologin)를 통해 이민 배경이 있는 아이들을 위한 지능 테스트인 "Culture Fair Intelligence Test"를 받게 된다. 이는 지능 테스트뿐만 아니라 높은 성취동기와 창의성 등도 함께 측정하는 평가도구이다.
결과는 상위 2% 이내, 142 수치가 나왔고, 독일 멘사 회원에 가입 신청 후 등록이 되었다.


상담 심리 선생님은 검사 내내 아이는 집중하고 밝게 응대했고, 내가 걱정했던 ADHD는 아니며, 아이에게 근처 영재 학급이 운영되는 김나지움으로의 전학이나 또는 월반을 권유해 주셨다.


그러나 아이는 이미 잦은 전학으로 친한 친구들과 여러 번 헤어짐을 겪은 데다가 학교 전학이나 월반을 전혀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별다른 변화를 주지는 않았고, 그 덕분에 아이는 편안하게 오히려 즐겁게 다시 적응하면서 학교에 잘 다니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의외로 올해는 김나지움에서 학급 반장 (Klassensprecher)에 선출이 되어 왔다. 학급 친구들이 추천을 하면 해당 학생이 하고 싶은지 아닌지 의사를 밝힌 후에, 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 친구들 중에 2명을 투표해서 선출한다고 한다. 나는 아이들이 반장 당선 여부와는 상관없이 기회가 왔을 때 마다하지 않고 도전하고, 해보고자 하는 의지를 가졌다는 것 자체를 칭찬해주고 싶다. 학급 임원은 임원수련회 (Klassensprecher/innenfahrt) 를 1박 2일로 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재미나게 잘 다녀오기를 바래야겠다. 나도 이 재미에 초등-고등까지 학급회장을 했더랬다.



편안하게 잘 다니는 아이를 보니, 아이의 의견대로 학교에 그대로 머물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은 들었다. 앞으로도 크고 작은 어려움과 도전과제들이 생기겠지만 아이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여러 가지 방면에서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공부를 많이 해서 가정에서 받은 사랑과 관심으로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회복탄력성이 있는 아이로 잘 성장해 주기를 바라본다.



<어린이를 위한 바보 빅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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