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김나지움 등록하던 날들의 기억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나의 아이들은 독일 국제학교에 다니다가 이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독일 학교로 진학을 하게 된다. 독일어를 거의 못 배웠기 때문에 우리는 곧장 동네 그룬트슐레로 진학하지 못하고, 옆동네에 개설되어 있는 이민자 아이들이 독일어를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는 반이 있는 (Intensivklasse, Deutschklasse) 학교에 Guest Student로 다녀야만 했다. 다행히 성실한 자세와 의지, 좋은 성적 덕분에 3개월 만에 동네 학교로 전학을 허락받았다.
불행하게도 동네 학교로 전학을 오자마자 코로나 위기가 발생한다. 전 세계가 코로나 공포로 휩싸였을 때 가장 중요하게 독일어를 집중적으로 배워야만 했던 우리 아이들 입장에서는 정말 힘든 시기가 아닐 수 없었다.
코로나의 여파는 학교 현장에서 가장 예민하게 반응했다. 코로나가 전격적으로 위기로 인식되고 학교에 다닌 지 한 달 반 만에 우리 아이들 코로나 19로 제대로 된 수업을 받지 못하고, 가정학습 시간이 길어져서 독일어 능력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어서 정말 아쉬운 나날이었다. 결국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고 세 달간의 가정학습, 이후 격주로 하루 3-4시간씩 정규 수업 한 달 하고 방학을 맞이했던 기억이 난다.
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보자면 코로나 때문에 학교 수업 계획안이며 교육자료, 책과 노트 모두 가정으로 보내지니 나 같은 외국인 엄마 입장에서는 전학 초반에 독일 학교 시스템, 담임교사의 교육방식과 스타일이 어떤지를 자세하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는 장점이 있었다. 또한 12명씩 소규모로 그룹이 나뉘어 등교를 했고,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수업 시간에 아이에게 발언권 기회가 더 많이 주어졌던 점, 가정학습 때 나의 비루한 독일어 실력으로나마 열심히 진도 내용 부연 설명해 주고 공부 습관을 만들어나가려고 노력하기 좋은 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폭풍 같았던 코로나 시기의 학교 생활이 지나고, 여름방학 식을 하던 그날. 며칠 전부터 어찌나 떨었는지 모른다. 무슨 대학입시를 보는 것도 아닌데, 앞으로 그 수많은 관문(?)들을 어찌하려고 그렇게 긴장을 하느냐고 나 자신을 꾸짖기도 했다. 내가 긴장했던 이유는 국제학교에서 독일 초등학교로 옮긴 후 받게 되는 중요한 성적표가 나오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바이에른주는 초등 3학년과 4학년 성적으로 상급학교가 결정이 되어버리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성적은 매우 중요했다. 사실 이미 평소 성적들이 가정으로 배포가 되고 부모의 사인을 받도록 하니까 어느 정도 예측은 되었지만, 발표 점수 및 기타 다른 점수들이 반영된 종합 성적표였고, 독일 공립학교에서 정식적으로 받는 성적표는 처음이었기에 더 긴장이 됐던 것 같다. 뭐든지 첫 경험이 가장 떨리고, 긴장되는 것이니 말이다. 좋은 성적표를 확인하고 안심했던 날 이후, 둘째 아이부터는 해본 거라고 훨씬 여유가 생겨서 편해졌다.
독일 공립 초등학교 성적 기준표
독일 공립 초등학교 평가 항목
Sozialverhalten 사회성 활동 평가
Ler-Arbeitsverhalten 학업 성취 행동 평가
과목별 평가 기준에 따른 평가 (노테)
individuellen Lernentwicklung 개별 학습 향상 평가
zusätzliches Engagement 추가적 코멘트
독일 바이에른주 학교 성적인증서 발급 날짜 (Zeugnistermine an Schulen)
독일 바이에른주 공립학교에 재학하는 학생들은 연간 2차례의 인증서를 받게 된다.
1) 중간 인증서 (Das Zwischenzeugnis)
중간 인증서는 보통 2 월 중순에 발행된다. 초등 4학년은 1월 둘째 주 마지막 날에 중간 인증서(Zwischenzeugnis) 대신에 전 과목 성과에 대한 중간보고 (Zwischeninformation über die Leistungen in allen Fächern)를 받게 된다.
2) 연간 인증서 (Das Jahreszeugnis)
연간 인증서는 보통 7월 말인 학기의 마지막 날에 발행된다.
3) 전환인증서 (Übertrittszeugnis)
상급학교 진학을 앞둔 초등 4학년의 경우 전환 인증서를 5월 초에 받게 된다.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한 정보의 밤 (Infotag für Übertritt nach der Grundschule)
아이에게 적합한 김나지움을 찾는 것은 역시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작업이다. 올바른 상급 학교 선택은 학생들의 남은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를 결정하게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상급학교에 올라간 후에 전학을 하는 것은 사춘기와 겹쳐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별로 5학년 학생을 뽑는 절차와 시기가 모두 다르다. 나는 바이에른 주와 바덴 뷔르템베르크 주(Baden-Württemberg)가 맞닿아 있는 경계에 살고 있어서, 근처 두 개 주의 정보의 밤 행사 (Infotag für Übertritt nach der Grundschule) 들을 꼼꼼히 챙겨 보았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락다운으로 인해 첫 아이 때는 대부분의 행사들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졌다. 특정 학교는 일정을 미루고 직접 학교에 와서 보고 결정할 수 있도록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락다운 기간에는 개인적으로 약속 날짜를 잡아 학교에 방문 상담이 가능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었다.
각자 김나지움마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약간의 수업 과목이나 시수에 변동이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직접 홈페이지를 꼼꼼하게 체크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일 수 있다. 앞선 포스터에서 언급했지만 저학년 때와는 달리 고학년 전공을 선택해야 할 때 원하는 과목이 없으면 (예를 들어, 제2 외국어 중에 특정 언어를 배우고 싶은데, 해당 언어를 학교에서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대표적인 것이 정보공학 - Informatik -의 경우 선택과목으로만 제공을 하고, 고학년 때 전공 시험 수준으로 대비를 안 해주는 학교들이 많다.)
웬만한 정보는 80% 이상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가 되어 있지만, 학교 분위기와 속사정 등도 궁금하다면, 그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이나 또는 학교에 이미 재학 중인 지인에게라도 묻고, 정보를 모으는 수고는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결정에 앞서서 수많은 정보를 취합하고, 비교하고, 고민해 보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작업은 추후에 그 결정에 대해 후회를 적게 남기고, 만족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김나지움은 그룬트 슐레 4년보다 더 오랜 기간, 보통 8년에서 9년은 다녀야 하는 곳이기에 통학방법, 통학 거리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독일의 소도시나 마을에는 유치원, 초등학교는 다 있지만 김나지움은 없는 경우도 꽤 있다. 이 경우에는 옆 동네로 자전거, 일반 버스, 오토바이, 자가용, 기차, 또는 통학 버스 등을 타고 멀리서 통학하기도 한다. 통학 방법이 너무 복잡하거나 통학 시간이 길다면, 그것은 아이들의 체력이나 삶의 질에 영향을 줄 수는 있으니 김나지움 선택에 통학거리도 무시 못할 조건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가고 싶은 학교가 결정되었다면, 바이에른주의 경우에는 5월 중순에 해당 학교로 원서를 접수하면 된다. 그룬트슐레 담임교사의 추천서 및 전학 인증서(Übertrittzeugnis), 학교에서 요구하는 양식의 원서, 사진 등을 지참해서 우편, 또는 직접 접수가 가능하다.
나는 독일 바이에른주(Bayern)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Baden-Württemberg)의 경계에 살고 있다 보니 주 별로 얼마나 김나지움 입학 과정이 다른지 몸소 실감을 했다. 예전 포스팅에서 이미 주별로 다른 김나지움 입학 조건과 성적 요건 등을 다루는 글을 썼으니, 여기서는 이 두 개 주만 범위를 좁혀 다뤄보려고 한다.
1) 상급 학교 원서 접수 일정
BW(Baden-Württemberg) : 3월 초 접수, 3월 말 확정
BY (Bayern): 5월 초 접수, 5월 말 확정
2) 지원 자격
BW:
몇 년 전에는 학부모와 학생이 원하면 성적 관련 없이 김나지움에서 다 받아줬다. 그 후 학교 분위기나 운영상의 문제가 많아지고, 학급 규모가 커지자 다시 '담임교사 추천서' 제도가 다시 부활했다. 일반적으로 담임교사가 김나지움 추천서를 써주려면 독일어, 수학 주요 2과목 평균 성적이 2,55 이상 되어야 가능하다. (바이에른은 독일어, 수학, 사회과학 주요 3과목 성적 평균이 2,33 이상이 기준인데 반해 바덴뷔르템베르크는 조금 더 성적 기준에 여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단, 이중언어 클래스로 지원할 경우에는 지원자가 많아서 독일어와 수학에서 4학년 1학기 성적이 각각 성적이 2점 이상 되어야만 지원이 가능하다.
BY:
교사 추천서 및 평균 성적 2,33 이상만 김나지움 지원 가능하다.
3학년 2학기, 4학년 1학기, 4학년 2학기(5월에 Übertrittzeugnis 발행되기 전까지의 모든 성적)에서
독일어, 수학, 사회과학 3과목 점수 평균이 2,33 이상 되어야 한다.
* 성적이 조금 모자랄 경우 삼일동안 시험을 보고 김나지움 여부 결정 가능하다.
3) 학제
바덴 뷔르템 베르크는 현재 G8과 G9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학교도 있고, 아니면 G8 만 채택하는 학교도 있다. G8면 한국과 같이 총 12학년제로 고등학교까지 학업을 마치는 학제다.
바이에른은 과거부터 전통적으로 G9였는데, PISA 수치에서 학력저하 현상이 나타나면서 G8로 바뀌었다가 바이에른 주 소속 부모와 학생들이 많은 학업양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하였고, 결국 G9으로 학제가 회귀하였다. 따라서 바이에른 소속 김나지움에 갈 경우 지금 학년도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G9를 따라야 한다. 이는 총 13학년까지 다녀야 한다는 의미이다.
4) 전문 분야
대부분의 학교가 Mint, Sprach, Musik, Kunst 등 다양한 분야를 두고는 있지만 학교마다 중점적으로 더 밀어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정보 수집, 입소문이 중요해 보였다. BW의 경우 이중언어 클래스가 있는 학교가 몇 개 있었는데, 그것은 5학년 때부터 일반 학생들보다 영어 수업을 더 듣고, 나중에는 바덴뷔르템베르크 국제 아비투어 인증과 영어 인증서를 자연스럽게 획득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좋아 보였다.
5) 바이에른주 상급학교 진학 규정 Übertritt 중 외국인 이민자 특별 조항
성적 기준이 까다로운 바이에른 주에는 부모가 독일인이 아니고, 독일어가 모국어가 아니며, 독일 공립 초등학교 2학년 이후에 들어온 학생들 (즉 독일 공립학교에서 1학년을 보내지 않은 외국인 학생들)의 경우에는 2,22가 아니라 노테 성적 평균 3,33 이상이 될 경우에 김나지움에 갈 수 있는 특별 조항을 명시해두고 있다. 이는 모국어가 아닌 점을 바탕으로 융통성을 둬서 학생들의 잠재력이 발휘될 수 있는 시간을 주자는 취지로 볼 수 있다.
김나지움 입학 전 학교 투어 오픈 데이(Tag der offenen Tür)와 반모임(Kennenlerntag)
학교와 지역마다 다르지만, 우리의 경우 원서 접수가 끝나고 나면, 한 달 정도 후에 반 배정이 되어 결과가 이메일이나 우편으로 배달이 되었다. 그러면 그룬트슐레 친구 중에 누가 같은 반이 되었는지 확인한다. 김나지움은 여러 지역의 그룬트슐레에서 학생들이 오기 때문에 서로를 알아가는 초반의 시간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보통은 입학 전에 미리 학급 친구들을 알아볼 수 있도록 반모임(Kennenlerntag)을 학교 측에서 제공해 준다. 고학년 선배 튜터의 안내에 따라 해당 교실로 가서 담임 선생님과도 인사하고, 어떤 친구가 같은 반이 되었는지도 확인한다. 이러한 반 모임뿐만 아니라 학교 등록하기 전에 학교 투어 오픈 데이(Tag der offenen Tür)도 마련해 준다. 오픈데이는 반모임은 아니고 학교 전체 시설을 구경도 시켜주고, 재미난 게임, 공연 등으로 축제처럼 이루어진다.
학교 입학 후 5학년 반모임, 수학여행 (Schulandheim)
기존의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들과도 같은 반이 될 수 있도록 반을 구성한다는 점, 초등학교도 4년 동안 다 같은 친구들이 같은 반이듯이 김나지움에 와서도 5학년부터 13학년까지 반 구성원에는 개인 사정으로 전학 가는 것 외에는 큰 변동이 없다. 이것이 참 특이한 독일 학교의 특징인데, 독일인들이 자신들만의 친밀한 그룹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국제학교 다닐 때와는 오픈 마인드면에서 많은 차이를 느끼기도 했고, 그룹 지어 다니는 문화에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어찌 보면 안정감이 있겠지만 기나 긴 학창 시절에 맨날 아는 친구들하고만 같은 반으로 지내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사회생활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아예 배제된 것 같아서 그런 점은 아쉽다. 어쨌든 입학 후에도 선배 튜터들이 계획한 프로그램에 따라 여러 차례 아이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친해지게 해주는 시간이 있었다. 큰 아이 떼는 코로나 시기가 완전히 벗어났을 때는 아닌지라 방과 후에 시간을 마련해서 같이 다양한 게임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고, 작은 아이 때는 학교 체육관에서 1박 2일을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학기 초반에 가졌다.
그리고 5학년의 경우 서로를 더 알아가고 재미난 추억을 쌓기 위해 보통 2박 3일 정도 학교에서 수학여행(Schulandheim)을 간다. 물론 당일치기 소풍이나 학교 축제들도 꾸준히 계획되어 있다. 고학년 때는 스포츠의 날에 겨울엔 스키 여행도 가고, 여름엔 자전거 여행도 가고, 프랑스나 체코, 이탈리아 등으로 교환학생도 하고, 바이링구얼클래스의 경우에는 영국으로 일주일간 어학 여행도 떠나는 등 다양한 계획들이 잡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