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여신이 함께 했던 일주일
일반적으로 독일 이민을 준비하는 가정의 경우에는 독일에서 집 계약이 한국과는 달리 얼마나 어려운 지 알 것이다. 곧바로 집 계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거의 기적 같은 일이다.
보통은 장기 거주 숙소를 정하고, 숙소에 머물면서 원하는 거주지 주변을 탐방하고 부동산과 연락하여 집을 보고, 회사 계약서 및 연봉 등의 경제 상황과 가족 인적사항이 적힌 수 십 가지의 서류들을 제출 후 선택된 사람들 중에서 집주인과의 면접을 통해 결정이 된다. 독일에 영주권 없이 비자만 있는 이민 초기 시기에, 독일어가 안 되는 비 유럽권 가족은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아 집을 구하는 것부터가 사실 굉장한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우리는 당시에 한국에 있었고, 인터넷으로만 독일집을 알아봤으니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급한 데로 회사 에이전시에도 문의하고, 우리도 직접 독일 부동산 사이트를 검색해서, 매물들을 온라인으로 열심히 찾아보기 시작했다. 자신이 거주하고 싶은 지역의 우편번호를 넣고 검색하면 부동산 월세 또는 매매 매물들의 목록을 찾을 수 있다.
< 독일 부동산 사이트 목록 >
1) Immobilienscout24 www.immobilienscout24.de
2) Immowelt www.immowelt.de
3) Immonet www.immonet.de
4) mein Stadt https://www.meinestadt.de
5) E-bay Kleinanzeige https://www.ebay-kleinanzeigen.de/
우리는 당시 고층 아파트 촌에서만 살아본 서울토박이인지라 독일인들이 선호하는 집 유형, 안전하고 좋은 거주지, 교통이나 학군 등등은 전혀 모른 채 그냥 학교 근처 매물만 열심히 찾았었더랬다. 그런데 부엌도 없고, 전등도 안 달려있고(독일은 부엌이나 전등 등 모든 집안의 가구 및 제품들을 싹 다 가져가는 문화가 있다. 새로 이사 오는 사람이 전부 다시 다 해야 한다.), 오래된 카펫이 깔려있거나 세탁기 등을 놓은 세탁실은 보통 하우스나 아파트 할 것 없이 지하에 위치한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부동산 복비는 한국은 1%도 안되는데, 여기는 4-5%.. 문화 충격이 말할 수 없이 컸다. 독일어는 하나도 모르지, 해외 국제 전화에 영어로 말하니 웬만한 부동산업자는 전화를 끊어버리지… 진짜 이러다 집을 제 때에 못 구하면 어쩌나 싶더랬다.
회사 에이전시에서 준 몇 개 집 리스트와 우리가 직접 찾은 집 리스트 중에 연락이 되는 딱 3개의 집을 선정했다. 다행히 부엌은 있는 집들이었다. (독일에서 부엌이 없는 집을 구하면 스스로 부엌을 설치해야 하는데, 비용도 비용이지만 일반적으로 3개월에서 길면 6개월도 부엌이 없이 지내야 할 수 있다. 한국의 빠른 서비스를 이곳에서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재원도 아니었고, 현지 채용이라 사실 주재원처럼 회사 에이전시만 믿고 있을 상황도 아니었기에 결국 사비로 일주일 독일 출장을 계획했고, 세 군데를 둘러보고 집을 결정했던 것이었다. 사실 아직 독일 채용 전인 외국인에게 집 보여주는 약속을 잡은 것 자체가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다행히 회사 에이전시에서 사람이 와서 우리를 좋게 이야기해 준 덕분에 임대 계약이 수월하게 진행되었던 것 같다.
우리는 운이 좋았던 것이지, 일반적으로는 한국에서 독일집을 계약하는 것이 쉽지도 않거니와 사기의 위험성도 있고, 직접 집을 보고 구하는 것이 안전한 만큼 일단 독일로 이주해서 임시 숙소에서 한 두 달 살면서 집을 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처럼 대단지 고층 아파트도 없고, 아파트보다는 주택을 선호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그만큼 수요 대비 공급이 적고, 오래되고 낡은 집들이 더 많으니 그만큼 선택의 폭도 좁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한국에서 독일로 이사할 때 월세집이 싫다고 섣불리 집을 구매해 버리기보다는 여기에 일 년 이상 월세로 살면서 천천히 독일인들이 선호하는 집 유형, 학군이나 쇼핑, 자연환경, 분위기 등도 파악한 후에 매매를 결정하는 것을 조심스레 추천해 본다.
독일의 열쇠 문화
독일은 보안상의 이유로 도어록을 잘 사용하지 않고, 집 열쇠를 사용한다. 독일 살면서 열쇠를 집에서 깜빡 잊어서 문 앞에서 발 동동 당황해보지 않은 분들은 드물지 않을까 싶다. 열쇠 수리공 아저씨를 부르면 비용도 비싸기 때문에 보통은 근처 지인의 집에 여분의 열쇠를 맡겨두기도 한다. 열쇠 분실 시를 대비해서 열쇠 보험이 따로 있을 정도로 열쇠 문화가 일반적이다. 다세대주택에서 만약 공동현관문 열쇠를 분실하게 될 경우, 다른 세대 거주자의 열쇠도 모두 새로 바꿔줘야 하는 일도 생기는데 그럴 경우 비용이 많이 나가기 때문에 이런저런 경우를 대비한 보험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