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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 Feb 23. 2023

[호찌민 한 달 살기] 중간점검

영어 캠프 WEEK1 회고

준서(첫째/아들/11살/영어:간단한 회화가능 정도) 자기도

 영어 잘해서 선생님이랑 살라살라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생긴 첫 주

일본애랑 국뽕 차오르는 한일전 축구도 하고, 잘 보이고 싶은 여자애 앞에서 발표도 하고, 유치원애들이랑 버디 돼서 놀아주고-새로운 경험을 통해 자기세계관을 확장하고 성장감을 느끼고, 동기부여 가 있는 자극을 즐기는 듯하다. 무엇보다도 노는 게 제일 좋은 뽀로로 같은 아이인데, 다른 것보다 학교가 너무 재밌다고 하는 게 의외.


연서(둘째/딸/9살/영어:간단한 회화도 3 문장이상은 어려운 정도) 

수업을잘 못 알아듣긴 하지만 그게 뭐 알빠임? 모르면 모르는 대로 친구들과 물어가며 몸으로 적응했던 한 주. 

만들기,드라마, 음악, 크리스마스 행사등 학교에서 하는 다양한 활동들이 마 그냥 너무 재미있고 매일매일 처음 먹어보는 다양한 과일간식도 신기하고 마 그냥 맛있는 연서. 


수영장에 가면 ‘수영’을 잘하고 싶어서 연습하는 준서와 물장구가 너무 재밌는 연서. 

새로운환경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다르고, 그것을 체득하는 방식이나 쾌락을 느끼는 자극포인트가 다른 두 아이를 지켜보는 게 재미있고 이아이들에게 어떤 동기부여나 흥미의 넛지를 줘야 할지 한 번 더 파악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인 듯하다. 둘이서 물론 티카티카도 하지만 많은 부분에 선 협력하려고 애쓰고 차선책이 없는 많은 상황 속에서는 상황을 이해하고 맞추려고 하는 걸 보니 참 많이 컸다. 

3년 전만 해도 외국을 가도 여기가 일본인지 필리핀인지 뭐 관심 없고 맨날 편의점만 가자던 아이들이었는데, 이곳의 물가나 화폐, 교통시스템이나 문화등에 질문이 많아진걸 보니 같이 데리고 다니는 보람이 쏠쏠하다.


첫 주엔 새 친구와 사귀랴, 새 학교에 적응하랴, 영어로 얘기하랴 분명히 스몰스몰한 모험이 시시각각 있었을 텐데, 아이들이 즐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 둘째는 한두 번 그래도 어려움을 하소 할 거라 각오하고 왔는데, 아침마다 자꾸 거울을 보고 선크림을 잔뜩 자진해서 바르는 걸 보면 뭔가 의지 같은 게 있는 거다. 잘하고 싶거나, 잘 보이고 싶거나. 


가끔 아이들이 영어단어를 물어봐서 대답해 줄 때마다, '헐, 엄마 그런 것도 알아?'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식의 반응이었는데, 이곳에 와서 아이들이 그런 류의 반응이 줄어들었다. 와서 보니 생각보다 엄마가 영어를 잘한다가 아니라, 이 정도 영어는 어른이면 누구나 응당 하나보다 하는 눈높이가 높아졌달까. 

영어캠프를 보내고 싶었던 이유가 아이들의 영어를 늘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영어를 잘하고 싶어 지길 바라서였는데 첫 주를 지내고 보니  그 목적은 이루고 갈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유학이고 어학연수 한번 못 가본 엄마는 너네가 되게 부럽네? 야, 나도 영어캠프 그런 거 진짜 다녀보고 싶다. 나 진짜 잘할 수 있는데. 


일주일이 채 다 채워지기도 전에, 준서는 이제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엄마, 우리 다음에 또 한 달 살기 오자" "엄마, 다음에도 또 여기 AIS 다니자" "엄마, 다음에 오면 다 더 잘 알아듣고, 발표도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아" "추억은 돈으로 살 수 없잖아, 이런 추억 자주 만들러 오자"


이게 다 돈으로 만들고 있는 추억이긴 하다만, 실은 엄마도 벌써부터가 너무 흡족하고 오길잘했다는 생각이 하루에서 천만번씩 들어서, 다음에도 또 올 궁리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이유라면 엄마 이제 또 열심히 돈벌 이유가 생긴거 같아.이게 마지막이 아니라, 이게 처음인 한 달 살기로 지내다 가는걸로 조용히 버킷리스트 좌표를 조정해본다. 목표를 채우러와서 또다른 목표를 세우는 재미는 도전해본자만 즐기는 법이란다.


애들아 그거 알아? 호주에 엄마만 맨날 기다리는, 한 달이든 일 년이든 오기만 하라고 하는 친구가 있다?

엄마가 괜히 호주 국제학교 영어캠프를 보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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