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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들고 가는게 아니에요

by viola

한국에서 나의 하루는

외출과 동시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으로 시작된다.

최대한 싸고, 최대한 큰 걸로.


길을 걸으면서 한 입,

지하철에서 한 입,

강의실에서 한 입.


그래야 잠이 깨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를 견뎠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는 커피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물론, 그들의 커피,

에스프레소는 작다.

한 입이면 끝난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멈춰서 마신다.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무의식처럼 마시는 게 아니라,

바에 들어가 바리스타에게 “Ciao” 인사 하고,

잔을 내려놓고, 잠깐 쉰다.


짧지만 소중한

쉼표 같은 문화랄까.

나도 그떄, 쉼표의 여유를 처음 배웠다.


멈춰서 마시는 한 잔의 에스프레소. 이탈리아식 쉼표.


게다가 이탈리아에선

카푸치노를 오후에 마시면

눈치를 준다.


그건 '아침의 기분'에 맞는 음료라고 한다.


커피 한 잔에 하루의 리듬을 담는다는 걸

그 나라에서 처음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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