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감

by 보라구름

요즘의 나는 오로지 하나, 정신적 건강을 위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자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에게 자꾸 뭔가를 하라고 다그치지 말 것을 주문한다. 하려다 못하게 되는 무언가가 있어도 자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냥 두려고 노력 중인데 예상했던 것처럼 그렇게 쉽지는 않다. 매서운 비판의 날을 세우는 내 안의 감시자가 눈을 치켜뜨는 게 수시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피곤한 상태로 잠이 덜 깬 아침, 포털 사이트의 뉴스를 이리저리 따라 흘러 다니다가 한 기사를 읽었다. 어린 시절 고압선 감전 사고로 두 팔을 잃은 한 사람의 이야기였다. 실의와 절망에 빠져 보내기도 했지만 뛰어난 의지를 발휘해 대학에 진학하고 공무원 시험까지 합격했다고 한다. 게다가 요즘에는 유명 유튜버가 되어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뭐 또 이런 감동의 물결 기사냐 하고 그냥 넘어가거나, 이런 대단한 멘탈을 가진 사람이라니 참 대단하고 나라면 꿈도 못 꿀 일이라고 생각하며 우울 해졌을 텐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어쩌면 나는 그동안 이러저러한 일들로 유젼 시절 이후로 정신적으로 팔 또는 다리를 잃은 상태와 다름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나에게 왜 너는 똑바로 걷지 못하냐는 다그침을 넘어서 빨리 걸어라, 뛰어라, 오래 달려라, 온갖 주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그에 부응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경멸하고 비난하기를 수없이 반복해왔던 것 아닐까.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해도 엄청난 노력과 의지가 없으면 결코 해낼 수 없는 것들을 목표로 설정해놓고 그걸 이루지 못해서 좌절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마치 반복되는 폭력 앞에서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한 경험을 쌓다 무력감에 빠지고 마는 것처럼 말이다.


무력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번째 걸음은 현재의 내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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