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플 때 우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 당연한 거야

by 보라구름


"제가 정말 사랑하는 배우가 죽었어요."


어렵게 말을 꺼낸 팀원은 그 말을 힘겹게 끌어올리는 듯하더니 이내 눈물을 흘리고 손으로 툭툭 떨궈냈다.


"별 거 아닐 수 있는데, 그 일 이후로.. 제가.. 정말.. 감정 추스르기가 너무 힘들어요."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 주 1회 팀 회의 있는 날만 사무실로 가는데 그마저도 코로나가 극성이라 2주 동안 온라인 회의로 대신했다가 3주 만에 사무실로 갔던 어제, 면담을 요청한 팀원의 입에서는 그동안 있는 힘껏 눌러왔던 아픔이 터져 나왔다.


오늘도 출근하며 마음 추스르는 게 너무나 힘들었다는 말을 꺼내며, 나이와 연차는 어리지만 똘똘하게 일을 잘해 선임 역할을 맡겼던 팀원은 쉴 새 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에 스스로 당혹스러워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배우, 가수 등 연예인의 사망(자살이 아니더라도)이 그의 팬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베르테르 효과는 여전히 유효하다. 내가 그런 유사 경험을 해본 바도 없고 주변 사람들 중에도 없지만 그 일이 별 거 아닌 일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당황한 기색 없이 사랑하는 배우를 잃은 마음이 얼마나 큰 슬픔과 아픔인지, 별 거 아닌 일이 아니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괴로운 일이라고 답할 수 있었다.


근태도 형편없고, 타인을 배려하기는커녕 자기 욕심만 챙기기 급급하고, 심지어 팀원과 불화해가면서까지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아 수차례 중재하느라 애를 먹인 다른 팀원과의 면담 사례와 비교하자면 이렇게 마음 여리고 착한 팀원이 부끄러워하면서 펑펑 울고 있는 게 속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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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을 이어가며,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고 몰아세우는 걸 그만두라고 강력히 말했다. 슬플 때 눈물을 흘리고 타인 앞에서 아픔을 이야기하며 나누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아주 건강한 것이니 전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고 토닥였다. 일 잘하고 똑똑하며 배려심 많은 선임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기 마음이 힘들다는 것, 업무에서도 자신이 없다는 것(실제로 성과는 굉장히 높은 편임에도)을 토로하면서 그러는 자신이 너무 창피하고 한심하다며 자책을 이어가는 모습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일단 쉴 것,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마음은 좋지만 그보다 앞서 자기 자신을 돌볼 것, 사람은 누구나 각기 다른 이유로 힘들고 아프며 그럴 때 눈물을 흘리고 누군가에게 털어놓아야 버틸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다음 주 일정을 조정하여 3일 휴가를 내주었다.


우리가 다니는 회사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업무 강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365일 돌아가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팀을 맡고 있어 사실 휴가나 휴일에도 언제나 대기 상태로 업무에 대한 긴장을 풀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이번 휴가 기간에는 메신저나 메일을 보지 말 것을 권했다. 어떻게든 남은 인력들로 해결할 테니 업무 걱정이나 남에게 폐 끼칠까 염려하는 일은 접어 두라고.


여전히 미안한 기색이 역력한 팀원에게 나 역시 여전히 힘들고 매번 도전하고 있으며, 직장생활 20년이 넘도록 회사에 너무 가고 싶어서 월요일이 오기를 기다리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길어진 면담 후 귀가하는 지하철 안에서 팀원에게 메신저 선물하기로 영화티켓과 팝콘 세트 쿠폰을 보냈다.


면담의 여파로 새벽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가 팀원에게 한 말은 어쩌면 모두 나 자신에게 한 말인 것만 같아서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나는 스스로를 잘 돌봐주고 있나? 슬프면 울고,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어 이야기하며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나? 예전과 비교하면 그래도 많이 나아진 것 같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그치고 비난하는 빈도수도 현격하게 줄었고, 남 앞에서 우는 건 여전히 힘들긴 하지만 아주 가끔은 그러기도 하는 것 같다. 슬플 때 눈물 흘리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 당연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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