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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구름 Oct 27. 2023

여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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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렇게 하지 않아요?

 내 체력으로 말할 것 같으면 1만 3 천보 이상 걸으면 허리가 아파오는 하찮은 체력이다. 1만 5 천보를 넘겨 2만에 육박하면 다음날 근육통으로 끙끙 앓는다고 봐야 한다. 여행에서 좀 걷는다 싶으면 사실 1만 보 이상은 쉽게 나온다. 조금 욕심내서 여기저기 가볼까 하면 2만 보에 도달하는 식인데 부실한 기초체력과 허리 통증 때문에 2만 보는 확실히 무리인 하찮은 체력의 소유자다.


 걷다가 힘들면 잠시 어디든 앉아서 쉬는 게 상책이고, 카페라도 들어가서 카페인 보충하면서 에너지를 끌어올려줘야 한다. 맛난 음식이라도 먹고 나면 그때는 반짝 체력이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마음만은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며 실컷 보고, 2만 보가 뭐야 3만 보라도 거뜬히 걷고 싶은 마음이다. 그럼에도 이 정도라도 걸을 수 있어서 여행을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이번 4박 5일 여행 중 2박은 편도선염으로 골골거렸고, 3박부터 조금 나아서 4박부터 하루 1만 3 천보 수준으로 돌아다녔다. 여행 중 이야기 나눈 한 분의 말씀으로는 사람들이 혼자 있고 싶어서 나 홀로 여행을 오면 보통은 3박부터 누군가랑 대화하고 싶어 진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나도 그랬다. 그냥 혼자서 조용히 바다멍을 실컷 하려고 했지만, 3일째가 넘어가니 누군가를 찾게 되는 게 어쩜 그렇게 똑같은 패턴인지.


 고민 살짝 하다가 2주 정도 뒤에 다시 여행 계획을 세웠다. 이번에는 혼자 여행하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같이 프로그램을 신청한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려 이야기도 나누고, 참여하고 하는 스타일의 여행이고 방도 둘이서 셰어 하는 구성이다. 다른 사람과 방 쓰는 데 있어 무탈하기를 바라며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음 여행을 기다리고 있다.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같이 하는 건 아니고 일과 시작 전과 후, 또는 사이에 함께 하는 정도다.


 나 홀로 여행을 하다가 마지막 1박에 남자친구가 합류했고, 3박째에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나서 확실히 깨달은 바가 있다. 자발적인 나 홀로 시간 즐기기는 2박 3일이면 충분한 것 같다. 나란 사람은 사람들과 만나서 교류할 때 에너지가 생기는 완벽한 E 타입인 것이다.(MBTI_ENTJ) 혼자서 고깃집 가서 고기도 구워 먹을 수 있는 혼자 살기 레벨 상급에 해당하기도 하지만 길어지면 역시 좀 더 우울해지는 게 확실하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숙소에 앉아서 바다를 보며 파도소리를 원 없이 들었을 때다. 스마트폰을 확인하거나 시간을 체크하면서 마음 졸이며 긴장 상태로 있지 않고 해가 뜨고 지는 시간으로 하루의 시간을 인지하고, 무엇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 자체가 행복했다. 잘, 쉬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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