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선물 먹튀, 풀어쓰자면 카카오톡 생일선물 먹튀가 되겠다. 본인 생일 선물은 받고 좋아해 놓고, 자신에게 선물을 준 사람 생일에는 모른 척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런 표현 자체가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다. 주는 사람이 주고 싶어서 선물을 주고서 자신도 받는 걸 당연히 기대하는 게 문제라는 의견이 그러하다.
선물이란, 주고 싶어서 주는 게 맞긴 하다. 강요나 필요에 의해 주는 건 선물이 아니다. 상납 내지는 뇌물일 것이다. 그런데 둘 사이의 특정 기념일을 위한 선물이나,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주는 선물이 아니라 세상에 태어났다면 누구나 갖게 되는 생일이라는 공평한 날의 선물이라면 주고받는 게 자연스럽다는 생각이다.
나 사는 게 바빠서 선물 받았을 때는 좋았지만 주려니 꼭 줘야 하나 싶거나 귀찮아서, 아예 상대방 생일 같은 것은 애초에 관심이 없어서 등등의 이유로 내게 선물을 준 사람에게 선물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건 자신의 인간관계를 대하는 방식이니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지면 될 일이다.
생일이라고 꼭 무슨 선물을 보내야만 되는 것도 아니고 축하한다고 톡만 보내도 될 일인데 이것도 손가락 움직이는 게 귀찮거나 그런 인간관계 챙김마저도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이 준 만큼 받기를 원하는 게 기본적인 마인드다. 올해의 생일에도 예상외의 사람에게 축하를 받아 감사하고, 예상외로 아무런 반응도 없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사설이 길었다. ㅎㅎ 오늘이 내 생일이다.
이미 수차례 생일선물 먹튀를 경험해서 단련이 된 상태라고 생각했는데 올해도 조금 당황스럽긴 하다. 그래도 맷집이 생겨서 전처럼 속상하지는 않다. 그냥 뭐 그 사람의 생일 선물을 내년에도 주지는 않을 테니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여긴다. 분명, 너무 좋아하는 표현을 담은 이모티콘과 멘트를 카톡으로 보내오며 감사하다고 했지만 받으면서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를 일이니 앞으로는 그렇게 생일 선물 챙겨주는 오지랖도 그만 좀 줄이는 게 나을 것 같다.
최근, 복직하기로 한 회사에 복직하지 않기로 하면서 퇴사를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는데 이 때도 여전히 놀라운 부분이 있었다. 아, 이분은 꼭 인사를 나눠야지. 이분도 그럴 거야 하고 연락을 드렸던 분은 여전히 아무런 연락이 없고; ㅎㅎㅎ(짝사랑 전문, 헛다리 전문인가) 그렇지 않으리라 여겼던 의외의 분은 먼저 연락을 주고 안부를 살뜰하게 챙겨줬다.
제일 어려운 게 사람의 마음. 내 마음도 어렵고 다른 사람의 마음은 더더욱 알기 어렵다.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이고, 그 사정이 무엇인지까지는 내가 짐작하거나 확인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내 마음을 잘 챙겨야 하니 먹튀에 대처하는 자세로 오지랖을 줄여야겠다.
어쨌든 해피버스데이 투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