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의 이유
퇴사의 이유에는 수만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가장 핵심은
'이렇게 살기 싫어서'일 것이다.
'이렇게'에 내포된 의미는 또 하나씩의 이야기보따리를 갖고 있을지라도.
휴직 후 퇴사를 하게 되었고, 그 사이에 이직을 할 기회가 있었다.
이전 회사 동료의 소개로 제안을 받게 된 것.
제안한 포지션이 마침 내가 원하던 포지션이었기에 기대를 했다.
아니 돌아보니 기대가 컸던 것 같다.
휴직하고 두 달 반 정도 쉬기도 했으니 이제 좀 움직여봐도 될까,
너무 이른가, 혼자 그런 생각을 두서없이 하면서 조금은 들떴던 것 같다.
인사 담당자와의 티타임 후 대표와의 면담 순서로 이어질 일정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예상 기간보다 훨씬 지나서도 아무런 피드백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
내부적 이슈가 있었거나, 내가 알 수 없는 다른 이유가 있었거나
무엇이더라도 어리둥절한 상황이었다.
그 연락을 기다렸던 2주가 나에게 남긴 의미는 뭘까 되짚어보았다.
일단 쉬고 싶다, 지쳤다는 마음을 다독이며 지내보자는 생각 한 편으로는
내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 즐거운 마음으로 에너제틱하게 할 수 있는
그런 일을 하는 삶이라면 언제든 기꺼이 시작할 마음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얻게 된 시간과 행복도 소중하지만
일에서 즐거운 에너지를 찾는 걸 바라는 마음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걸 원하는 마음도 기저에 있다는 사실 또한.
여전히 삶에서 일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지만
그 일 이후 다른 곳 면접으로 심장이 뛰고 설레는 경험을 짧지만 강렬하게 하고 나니
좀 더 명확하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것 같다.
면접 한 번으로 많은 것을 떠올려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 감사하다.
아, 내가 이런 것에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구나.
내가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 스스로 뿜어내는 에너지를 느껴볼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일을 하든, 더 쉬든 상관없이
에너지를 끌어올려 보고 싶어졌다.
이렇게 살기 싫어서, 나는 다르게 살고 싶어졌다.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