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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구름 Mar 03. 2024

20240229~0302

칭찬일기

2024_0229(목)

무너지지 않기 

 전날 밤 지인 부친의 부고 문자를 받았다. 일주일 전쯤 먼저 안부를 물었는데 이렇게 부친의 부고 문자가 올 줄이야. 2년 넘게 투병 중이신 건 알았지만, 조금 당황했다. 우리 아빠의 장례식장에도 왔던 지인, 카톡의 히스토리를 살펴보니 2022년 3월 28일 내가 보낸 부고문자가 보인다. 딱 1년 11개월 전의 일이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와 연락을 끊고 지내고 있다. 그런 내 속이 좋을 리가 없다. 하루종일 마음이 바스러져 바람에 휘날리는 검은 비닐봉지처럼 흉물스럽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마음을 가라앉힐 약을 챙겨서 먹고 겨우 무너지기 직전에 안정을 찾았다. 힘들 때 약을 제 때 찾아 먹은 나, 칭찬해. 





2024_0301(금)

얼굴 보고 이야기하다 

 목요일마다 하는 온라인 독서모임 사람들과 처음으로 오프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다. 꽃샘추위와 칼바람을 뚫고 집에서 먼 거리인 모임 장소에 도착했다. 온라인으로만 듣던 익숙한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와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대체는 될지 몰라도 그것만으로는 완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던 오프라인 모임이었다. 얼굴 보고 표정을 읽고 눈 맞추며 대화를 나누니 비로소 소통이 제대로 된다는 느낌이었다. 신기하게도 모임 내에서 막내가 되어 기분이 묘했다. 그런데, 나는 막내 자리가 익숙하지 않다. 지인들 그룹에서도 항상 언니 쪽이었던 것을 보면, 막내는 어색한 모양이다. 무기력과 우울에 짓눌렸던 나였다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모임에 나가지 않았을 텐데 어제의 우울을 툭툭 털어내고 멀리까지 첫 모임에 다녀온 나, 기특하다. 대화가 통하는 사람들 속에 있고 싶다. 

 

갑이 되어보시겠습니까

 오, 이런 날이 오는구나. 진짜 오는구나. 아직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것은 아니지만 출판사의 계약서 초안 검토 메일을 받았다. 갑에는 내 이름이 쓰여 있었다. 전자책과 오디오북에 대한 출간 계약서. 얼떨떨한 기분과 뿌듯한 마음이 동시에 생겨났다가 누가 내 책을 보거나 들을까 싶은 두려움이 앞섰다. 어허, 시작도 하기 전에 이러면 곤란하다! 그런 두려움은 두려움으로 더 두텁게 만들지 말고 한 번이라도 더 퇴고하고, 글을 고치는 노력으로 튕겨내도록 하자. 갑이 된 나여, 칭찬해!




2024_0302(토)

C 마트에서 웃다 

 물가가 정말 올라도 올라도 너무 올랐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계산할 때면 머리털이 쭈뼛 서는 체험을 하게 된다. 다시 그 체험을 하고 싶지 않아서 장바구니는 합리적인 크기를 준비해 간다. 드넓은 C 마트에서 사람과 물건 사이를 유영하듯 떠다니다가 잽싸게 내가 사려던 물건을 낚아채듯 잡아 카트에 넣는다.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고 다음 목적지를 향하여 출발. 그렇게 노력한 결과 10만 원 이하로 대형마트 장보기 성공! 



축하, 받을수록 더 좋더라

 출판계약을 하게 된 내용을 브런치는 물론 블로그, 인스타그램, 몇몇 단톡방에 올렸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이렇게 축하받는 게 얼마만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반자동으로 컴 앞에 앉아 글을 쓰는 게 행복한 이상, 앞으로도 나는 어떻게든 무엇이든 쓸 것이다. 지난 몇 달간 나를 설레게 했던 시간, 기다려진 시간은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이며 글을 쓰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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