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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구름 Jun 05. 2024

상담 최종 후기


 매주 1회씩 상담을 하고 후기를 2개로 나누어서 글로 올리다 보니 실제 상담 진행과 글 올라가는 시차가 있었다. 후기를 올렸던 6회기를 지나 7회기부터는 상담 이후 내적 갈등이 너무 심해서 미리 세이브 원고를 작성해 두지 못했다. 감정적인 폭발이 있었던 6회기 이후 상당한 용기를 갖고 이야기를 꺼낸 것에 대한 피드백이 잘 이해가 안 가거나 상처가 되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마음의 빗장을 열었지만 상담 시간 내내 얼렀다가 뺨을 후려쳤다가 하는 것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지금 내가 무슨 상황에 처한 것인가, 상담을 계속하는 게 맞나 고민하면서 꾸역꾸역 상담을 이어갔었다. 


 관계에 있어서 불편하고 좋지 않은 감정을 느낄 때 바로 터놓고 대화하는 편이 아니고 깊이 묻어버리는 편이라 그런 것이 상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어느 순간부터는 상담 시간이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상담가 앞에서 속마음을 털어놓는 시간이 아니라 평가받고, 지적당하는 시간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왕따를 당한 경험 이야기를 어렵게 꺼냈던 지난 회기에서 한계를 넘어서버렸다. 상담사는 어린 나이에 겪었을 일에 대한 위로나 인정은커녕 왕따 당하는 아이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며 자기밖에 모르고 주변을 생각할 줄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다. 청소년 상담도 여러 번 했다는 상담가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상담했던 경험까지 거론하며 초등학교 시절 왕따를 당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며 취조하듯 물었다. 1학기에 반장이었는데도 2학기에 왕따를 당한 걸 보면 1학기에 반장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 아니냐고도 하는 통에 점점 얼이 빠질 지경이었다. 


 성격이 쉽게 변하는 게 아니니 불편함을 바로 이야기하지 못했고, 상담 시간은 어찌어찌 마무리를 하고 돌아왔는데 집에 와서도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자기 전에는 숨이 잘 안 쉬어지기까지 했다.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과 서러움, 오래도록 밀어 두고 꺼낸 적 없었던 어린 시절에 느꼈던 절망감까지 고스란히 덮쳐와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 


 다음 날 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담 내용에 대해 내가 느낀 감정을 이야기했다. 상담가는 상처에 대해 공감과 위로를 하기보다는 원인을 파악한 이유는 이미 상담을 10회 차 가량 진행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해당 사건으로부터 시간이 한참 지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간이 많이 흐르면 왕따의 가해자들에 대한 분노나 잘못을 따지기 보다 피해자가 어떤 원인을 제공한 것인지 파악한다니? 왕따 피해자에게 원인이 있음을 기본 전제로 상담을 한다니? 어이가 없었다. 


 상담자의 관리자와도 통화를 했다. 관리자가 내가 겪은 마음의 상처에 대해 위로하고 이런 방식으로 상담이 진행되지 않도록 주의를 주겠다고 하는 말을 들으며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마지막 한 달을 포함해 상담 10회기를  진행하면서 한 가지 얻은 것은 확실하게 있었다. 내가 얼마나 감정을 계속 덮어두고 멀리하려 필사적으로 노력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는지, 불편함에 대처하기 위해 있는 힘껏 용기를 끌어올려야만 하는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한 인지다. 작은 용기였지만 불편함에 대한 호소와 이에 대한 책임자의 사과로 상담이 마무리된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원했던 상담 후기의 마지막 페이지가 이런 것은 아니었지만 무엇이 되었든 시간과 노력, 용기를 내어 얻은 것이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삶에 이 부분을 조금씩 적용시켜 나가는 일이다. 


 

내 감정을 보려고 노력하자.

그 감정을 누르지만 말고 꺼내고, 가능하면 나누자.

불편하고 싫은 감정도 감정의 하나일 뿐이다. 피할 이유가 없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감정을 표현하되, 돌아오는 피드백까지 내가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자.


 

 그동안 심리상담 후기를 읽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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