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듯 걷고 싶은 40대
얼마 전 <나 혼자 산다>를 보다가 배우 김지수가 출연한 부분을 봤다. 예능답게 재미가 있어 깔깔대며 보다가 돌연 인터뷰에서 김지수가 눈물을 보여서 당황했다. 40대를 겪으며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자꾸 닦아냈다.
40대는 제2의 사춘기와도 비슷한 시기. 50대, 갱년기, 중장년이라고 하기에는 좀 억울한 시기. 2~30대 청년층이라고는 마음으로만 우겨야 하는 시기. 비록 요즘 나이는 예전과 비교해 나이*0.7을 해야 한다는 말도 있긴 하지만 40대가 참 애매한 시기라는 것은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정 하나 소화하고 소파에 드러눕는 김지수를 보며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부쩍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실감한 것은 30대가 아니라 40대부터였던 것 같다. 애매한 포지션으로 방황을 하기 시작한 것도.
다음날 아침 기상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되는 밤, 아무도 만나도 되지 않아도 되는 날, 무엇도 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만을 간절하게 바라던, 그렇게 지쳐 있었던 나는 40대를 겪느라 힘들어서 그랬던 것인가 보다.
30대는 20대 중후반 무렵 이따금 상상해보기도 했다. 30대에는.. 하고 뭔가 열심히 계획도 세웠더랬다. 40대의 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농담처럼 지인들에게 40대에는 한강이 보이는 중형 아파트 한 채 살 정도는 돈을 벌 거야..라고 한 게 전부다.
돈 벌겠다는 것 이외에는 백지상태였던 40대가 닥쳐오고 나서 허둥지둥하다가 몇 년이 지나갔고 이제는 40대의 중심을 향해 어쩔 수 없이 떠밀려 가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 늘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목표를 잘도 세웠다. 그리고 안심했다. 목표를 세운 것만으로 마치 목표를 달성한 것처럼 착각하기도 했다. 삶에 부침이 너무도 많아 부표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다 보니 때로는 그저 버티고 견디는 것만으로도 탈진할 지경인 시기도 꽤 있었다.
여유 시간이 주어지면 어쩔 줄 몰라 허둥대고 또 무엇인가를 하면서 꽉 채우려고 습관적으로 일을 벌이는 나 자신이 스스로도 딱할 지경이다. 여유시간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불편해지곤 하는 나.
이제는 나에게 좀 쉬라고 말해주고 싶다. 버티느라 애썼고 무너지지 않고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이 참 많았다고 토닥여주고 싶다. 쉬는 것에 죄책감 가질 필요 없다고. 40대라고 부쩍 힘든 것은 아마도 지나온 2~30대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진했기 때문인 것 같다.
산책하는 마음으로 40대를 걸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