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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에르쥬 Jul 05. 2024

왜 고양이를 나비라고 부를까? 나의 하얀나비

별고나 2024년 7월 5일 금요일

우리는 고양이를 종종 나비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특히 이름 없는 길고양이를 부를 때 "나비야~ 나비야~"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시골의 어르신부터 도시의 어린아이들까지 고양이의 대표적인 애칭이 바로 나비이다. 그렇다면 왜 고양이를 나비라고 부르는 것일까? 여기에는 여러 속설이 있다. 

첫 번째는 고양이가 원숭이처럼 나비를 잘 타서 원숭이의 옛말인 '잔나비'에 비유하여 그렇게 불렀다는 설이다. 잔나비는 잔과 나비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일종의 합성어인데 잔은 '빠르다'는 의미를 갖고 있고 나비는 몽골 계열의 언어로 송곳니라는 의미의 납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무는 짐승을 의미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고양이 집사 입장에서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고양이는 무는 것보다 할퀴는 짐승이고 경계가 심한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먼저 사람을 공격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김새가 닮지 않은 원숭이와 고양이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 자체가 무리한 억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두 번째는 고양이의 특유의 사냥본능으로 인해 나비와 같은 움직이는 물체를 따라가 잡는 모습을 보면서 나비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라는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의 명언처럼 누가 나비인지 모를 정도로 물아일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비롯된 것 같다. 하지만 포식자에게 피포식자의 이름을 붙인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이질적인 일이다.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 역사가인 헤로도토스의 학설로 인해 악어와 악어새가 공생 관계라는 오해를 실제 있는 일처럼 받아들였다면 모를까 고양이가 나비를 잡으려는 모습을 보고 나비라는 애칭을 붙이는 건 마치 장자의 호접지몽이나 칸트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에 어울릴 만한 초월적인 사상 전환이 아닐까 싶다.

세 번째는 고양이의 쫑긋하고 세모난 귀 모양이 나비를 닮았다는 설이다. 개인적으로 이 속설이 가장 그럴듯했고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다. 고양이의 귀가 쫑긋쫑긋 움직일 때 나비가 마치 날개를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 내가 고양이의 이름을 부르면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귀를 움직이면서 내 말을 듣고 있다는 신호를 준다. 비록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더라도 교감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고양이 귀가 아닐까 싶다. 고양이를 나비라고 부르는 대표적인 세 가지 속설 중에서 어떤 게 정답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가장 내 마음에 와닿고 낭만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나비와 고양이의 귀 모양의 연관성이다.

 


지난 3월에 갑작스럽게 무지개다리를 건넜던 막둥이 고양이 뀨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고양이 답지 않게 무조건적인 애정을 줬던 아이였기에 소중한 추억이자 고통의 근원이라고 할 만한 수많은 순간들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중 하나가 바로 귀를 팔락 팔락 거리는 모습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이름을 부를 때만 시크하게 귀를 한쪽만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뀨는 몸을 쓰담쓰담하기만 해도 유독 큰 울림통으로 그르렁거리면서 양쪽 귀 모두 계속 팔락거렸다. 고양이의 그르릉 거리는 소리가 사람을 치료한다는 말이 있는데 여기에 고양이 귀가 팔락거리는 모습까지 같이 볼 수 있었으니 나에게 있어서 심신을 안정시켜 주는 힐링테라피와도 같았다. 시각, 청각, 촉각 등 오감을 모두 충족시켜 주니 불멍에도 비할 수가 없는 일생일대의 호사였다.

태어날 때부터 새하얀 털을 가진 뀨의 귀가 팔락거리는 모습을 보면 마치 하얀나비가 날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6년 전 나에게 날아온 소중한 하얀나비는 이제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길을 떠났다. 뀨는 신기할 정도로 사교성이 좋은 아이였다. 낯선 집에 들어왔을 때 이곳저곳 돌아다닐 정도로 너무 적응을 잘했고 내 몸 위에 쏙 안겼고 손, 발, 얼굴 가리지 않고 온몸을 혀로 핥아주었다. 앞으로 함께 할 식구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던 것처럼... 하얀 나비가 갖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인 순수함과 천사성을 그대로 담고 있던 아이였다. 나는 가수다를 통해 처음 들었던 故김정호 가수의 '하얀 나비'라는 노래가 유독 심금을 울린다. 폐결핵이라는 지병을 얻어 33살이라는 젊은 나이로 요절했던 비운의 천재 가수의 한 맺힌 목소리와 특유의 허밍 그리고 허무의 초월을 담은 가사가 자꾸 귀를 맴돈다. 비록 나는 뀨를 잊지 못하고 매일 서러워하면서 그리워하고 있지만 뀨는 나에게 꾸밈없이 보여줬던 모습처럼 하얀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음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은

음 그리워 말아요. 떠나갈 님인데

꽃잎은 시들어요. 슬퍼하지 말아요

때가 되면 다시 필 걸 서러워 말아요

음 어디로 갔을까. 길 잃은 나그네는

음 어디로 갈까요. 님 찾는 하얀 나비


김정호 - 하얀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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