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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o am I Apr 08. 2022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며

부모가 진정으로 집안의 어른이 된다는 것

오래전부터 오 박사님은 엄마들의 스타였다. 최근 방송의 핫한 아이콘으로 등장하기 전부터, 전국 순회강연, 육아 관련 도서, 각종 매체를 통해 엄마들을 향해 정말 많은 격려와 조언을 해준 멘토였다. 박사님의 강연에 얼마나 많은 엄마들이 울고 웃었을까. 박사님 강연이라고 하면 지방 소도시에도 유명세를 받았다.


그런 박사님의 스타성과 능력을 알기에, 나 역시도 채널A의 <금쪽같은 내 새끼>도  작년 한 해 많이도 보았다. 다른 메이크 오버 프로그램도 한번 틀면 계속 보게 되는 중독성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계속 보고 싶어지는 이유가 있었다. 

한 아이가 가진 ‘문제’ 상황이 제시되고, 그것을 풀고 가족이 화해하게 되는 내용에는 아이의 실제 얼굴과 가족 사생활이 그대로 노출되는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드라마보다 드라마 같은’ 현실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많이 공감하고 많이 울고 배우기도 했다.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것은, 선생님의 조언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었다. 스튜디오에 나온 엄마 아빠는 아이의 진심에서 많이 울었다. 그건 연예인 상담이나 성인 상담에서는 느낄 수 없는 교육적인 면이 있었다. 진실한 부모로서의 후회와 개선의 각오를 다짐하는 과정이었다. 단지 아이를 고치기 위해서 부담스러운 방송 노출까지도 각오하고 나선 엄마 아빠의 심정은 ‘절박’ 그것뿐. 그리고 그들이 원한 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어쨌든 그 진정성 때문에 봤던 이 프로그램은 최근 한 연예인과 아들 때문에, 더 화제가 되었다. 심지어 프로그램이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썰’마저 공공연히 돌고 있다. 마치 아이가 고쳐지지 않았는데도, 편집을 통해 고쳐진 것처럼 나온 것 아니냐는 식의 내용이었다. 이런 글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방송이 있는 그대로 현실을 다루는 매체인가? 많은 리얼리티 콘셉트의 프로그램들이 있다. 연예인 가족들이 나오고, 그들의 생활이 나오고…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들이 모두 사실일 것이라고 믿어지지는 않는다. 방송은 분명 편집이라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확실히 일반인은 이런 연출에 서툴다. 그래서 자신의 어떤 부분이 방송에서 다뤄지는지 잘 계산하지 못한다. 반면 연예인들은 연출에 상당히 많이 신경을 쓰고, 방송에 대해서도 잘 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보다 연출하고 싶은 부분이 더 드러난다. 분명 그 여자 연예인도 좋은 엄마로 비치고 싶어 졌을 것이다. 나는 이만큼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런 노력은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그 부분에서 나는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한 가슴 막힘 증세를 느꼈다.

(그렇다고 앞선 그 여자 연예인과 아들 편을 의도적으로 연출했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내용 자체가 부정적이기 때문에, 연예인이기 전에 부모로서 어떤 시청자에게도 자기 생활의 아픈 부분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그 상황에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


시청자 입장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제작자 입장에서 해피엔딩이 아닌 결말도 그대로 방송으로 보낼 수 있냐는 것이다. 이 방송이 리얼이라면, 교정이 되는 사례 못지않게 교정에 시간이 걸리는 사례도 그대로 제시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어떤 상담에서 상담자는 부모에게 한 가지 문제를 고치기 위해서는 문제가  일어난 시간보다 몇 배는 더 걸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모의 답변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몇 배의 시간이 걸릴 지라도 끝까지 도와주겠다는 부모의 마음. 괜찮다고 지켜봐 주는 마음. 그것이면 충분했다.

 마치 잘못 쌓인 블록처럼 육아의 뒤로 갈수록 그 구멍이 메워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시간을 돌릴 수는 없지만,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가장 낮은 지점부터 하나씩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부모 자신의 삶이 복잡했기에 이렇게 되어버린 것 그건 누구 탓도 아니다, 아이의 삶도 그렇게 조금씩 부모와 함께 매일 고쳐가는 그거면 된다. 그것이 일 년이든, 3년이든 상관없다. 

 

‘빨리’ ‘잘’ 고쳐지는 것은 누구도 할 수 없고, 옳지도 않다. 그것이 방송이라 해도, '매직'이라 해도 한 방에 먹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건 진실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결국 한 아이의 인생이 달린 것이기 때문에, 방송이기 전에 교육이어야 하기에.

몇 차례에 걸쳐도 상관없으니. 치료 후에 개선이 되었다면 그 부분만 다루면 된다.

완벽하게 해피엔딩을 만드는 것은 진정한 권위를 가진 어른으로 성장해야 할 부모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 나도 부끄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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