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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Dec 09. 2024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

1203 비상계엄사태로 돌아본 대한민국 국민으로 해외에서 산다는 것.

해당 글은 개인적인 견해일 뿐, 특정 정당 및 일부 의견을 비호하거나 선동하는 의도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교육을 받고 자란 한 사람으로서, 우리의 조상들이 어떻게 자신을 희생하며 일제의 침략에서 나라를 지켰는지, 엄마와 아빠의 세대가 큰 희생을 치르며 제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고자 노력했는지 '학교 정규 과정에서' 배웠습니다. 나만의 이유가 있어 떠나왔지만, 그래도 자부심은 있었습니다.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하지만 강제 유턴을 당한 지금의 제 기분을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누군가 쉽게 비이냥대듯 '결국 헬조선 탈출한 여유로운 해외 이민자 주제에'라고 제가 한 목소리를 보탤 자격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저를 만든 곳은 한국이니까요. 죽을 때까지 이는 변하지 않습니다.


12월 8일 베를린 크로이츠베르그(Kreuzbergd)와 노이쾰른(Neuköln)에서는 수많은 시리아 이민자들이 모여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2011년, '아랍의 봄'을 계기로 시작된 내전. 마침내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면서 13년 간의 내전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악질적인 독재자 집안, 알아사드 가문의 독재 정권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비행기를 타고 수도를 떠나면서 막을 내렸다. 

(Source: Berliner Morgenpost)


수많은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인 독일 정부에서도, 독일 총리 올라프 슐츠(Olaf Schulz)가 공식적으로 "gute Nachricht" (기쁜 소식)이라고 전했다.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 정부에서도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반대로 독재 정권은 역시나 러시아, 이란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마치 시계를 되돌린듯한 정반대의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12월 3일, 자신의 권한을 막무가내로 휘두르며 대통령 대한민국 대통령이 계엄령을 발동한 것이다. 마치 과거의 독재 정권을 재현하려는 듯, 그의 결정의 감춰진 의도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한 나라의 수장이 주변을 아부하는 정치인들로 둘러싸여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이런 시대착오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경악스럽다.


정치를 떠나 케이팝(KPop), 넷플릭스 탑 랭킹의 K-드라마와 엔터테인먼트 쇼,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 수상, 페이커(Faker)의 리그 오브 레전드 연타 우승,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후보 등등... 대한민국 "국민"은 K-문화 르네상스를 꽃피우며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언제나 '한국 노답' '헬조선'이라고 외쳐도 결국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을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하며, 외국에 나가서도 "한국인 얼굴에 먹칠하지 말자"는 다짐을 이어가며, 한국에 대한 자부심을 키워왔다.


나 역시 애국자도 아니고 오히려 한국의 수직적이고 딱딱한 기업 문화에 질려서 결국 한국을 떠났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엔 이 "국뽕"이 가득하다. 티를 내지 않을 뿐... (다들 공감?)


해외에 나와사는 사람들은 단점이 무수히 많아도 한국이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살기 좋은 나라라는 사실을 인정할 것이다. 빠른 서비스, 정 넘치는 사람들, 저렴한 의료 서비스, 그리고 아름다운 한글(창제 의도가 더 아름답다는 것이 킬포인트)까지. 물론 정치 상황은 여전히 아쉽지만, 이런 문화적 강점은 자부심으로 다가온다.


첫 반응은 "이거... 실화인가요?" 


내가 처음 12.3 비상계엄사태 소식을 들었을 땐 "실화인가요?"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전 세대의 노력이 무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번 계엄령 사태는 단순히 헌법을 어긴 수준을 넘어, 대한민국이 쌓아온 브랜드와 정체성에 큰 상처를 입혔다.


한겨울 추운 날씨에도 수많은 국민이 거리로 나오는 이유는, 자신이 함께 만들어온 민주주의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문화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이들의 분노와 허탈함은, 민주주의와 국가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강렬한 외침으로 표현되고 있다.



도대체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일까?


계엄령 발동 후, 해외 동료로부터 받은 메시지가 나를 더욱 씁쓸하게 했다.


무단배포 금지
"어제 네 나라에서 드라마틱한 사건이 있었네. 네 대통령이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는 구멍을 판 것 같아. 그래도 민주주의가 우위를 점하고 있어서 다행이야."


이 메시지를 읽는 순간, 화가 나면서도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그동안 대한민국이 쌓아온 긍정적인 이미지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대통령의 행동에 대한 책임이 마치 나의 몫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니 왜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의 열정과 희망을 믿는다. 우리는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항상 답을 찾아왔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처럼,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We will find a way)."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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