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딸이 전하는 이야기
어린 시절, 엄마 아빠를 보며 느꼈던 기억들, 그리고 이제 다 자란 성인으로서 바라보는 부모님의 모습. 평소에는 잘 표현하지 못하지만,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꼭 전하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
멀리 있다는 이유로 다른 자식들처럼 생일을 챙겨드리거나, 무심한듯 옆에서 작은 정성으로 영양제를 대신 주문해드리지는 못하지만, 제 마음만큼은 언제나 크고 깊다는 걸 전하고 싶었습니다.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있죠.
저는 아직 자식이 없어서 그 사랑이 어떤 감정인지 온전히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내리사랑이란 것이 정말 존재하는구나 싶어요. 자기 인생을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고, 때로는 이기적으로 살던 친구들도 자식 앞에서는 모든 걸 기꺼이 내려놓고 행복해하더군요.
그 모습을 보며 저는 자연스럽게 반대로 생각해보게 됩니다.
‘나는 우리 엄마, 아빠에게 어떤 존재일까?’
글쎄요. 오랜만에 한국에 가면 짧은 시간 안에 알차게(?) 다투기도 하고, 가족끼리 민둥민둥한 분위기 속에서 애정 표현 하나 없이 보내는 우리 집. TV에서 보듯 사랑과 애교가 넘치는 장면은 1도 없는 가족이지만… 그래도 제가 돌아오고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엄마, 아빠는 또다시 전화해 묻습니다. "언제 또 오니?"
제가 바빠서 연락이 뜸해지면, 저는 늘 ‘전화해야지’ 하고 생각만 할 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일쑤인데(미안해요, 엄마 아빠...), 엄마 아빠는 조금만 소식이 뜸해져도 먼저 카톡이 띡- 와요. "딸아, 뭐하니?... 잘 지내지?"
언제든 힘들면 그냥 돌아오라고, 백수가 되어도, 돈이 없어도 괜찮다고, 힘든 일이 있으면 다 말하라고 하시는 부모님. 저는 운 좋게도 그런 내리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하게 자라온 게 분명합니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죠.
툴툴거리며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을 미루고, 살갑게 챙겨주지도 못하는 이기적인 딸인데도, 부모님은 그저 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제가 느꼈던 엄마, 아빠의 모습과 제가 받은 사랑, 그리고 지금도 한없이 받고 있는 그 마음을 조금씩 기록해보고자 합니다. 왜, 엄마 아빠들이 자식들에게 전하는 글은 참 많은데, 아기들이 부모님에게 전하는 글은 참 없는 것 같아요. 사실 그 아가들에겐 맨날 떼쓰고 말 안 듣고, 울고 보채도 엄마, 아빠가 전부고 하늘인데 말이죠. :)
브런치에서는 주로 커리어 관련 글을 올려왔지만, 이번만큼은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브런치에 맞게 아주 ‘갬성적인’ 글도 한 번 써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