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들 II

by Davca

난 대단한 부자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것이 문제였을까. 부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이 자리에서 길게 얘기할 것은 아니겠으나, 나는 스스로 내게 오는 부의 기회를 막고 있었다. 이 사실을 최근 들어서야 이해하게 되었는데, 부를 늘리는 것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면 그것을 잘 모으고 불리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부에 대한 생각이 ‘돈 버는 방법’에 대한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음을 알게 되었다. 내 삶의 태도, 생각하고 말하는 법의 터득, 더 좋은 운을 불러오기 위한 사소한 시도까지 생각보다 방대한 주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니 이런 주제에 대한 무관심은 좋은 기회의 소실을 의미했다. 나는 생각을 고쳐 먹었다. 다른 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나에게 알맞은 때에 지금보다 여유(시간적)롭고 풍요(경제적) 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런 삶을 하루라도 더 완벽하게 누리기 위해서 매일 조금씩 더 건강해지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후 중요한 일들을 매일 실행하면서도 창의적인 생각들이 방해받지 않도록 오감을 열어두고 직관을 중시하는 태도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갖는 것은 여러모로 이롭다. 시간을 계획하는 것에 유리하고 이 시간들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보당 엄격하게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우리의 하루는 의외의 변수들로 가득하다. 더군다나 가정을 이루고 자녀가 있는 환경이라면 온전히 나의 것으로 쓰일 수 있는 시간은 새벽과 늦은 밤뿐이다. 그나마 외부 모임이 없거나 적고 대부분의 시간이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사무직인 경우에나 이에 해당할 것이다. 외근과 미팅이 많은 영업직이나 프리랜서의 경우엔 계획되지 않은 일정들이 생기기도 하고 취소되기도 한다.(실제로 내가 그러했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할 일 위주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요성을 기준으로 우선순위가 높은 일들과 낮은 일들을 구분했다. 우선순위가 높은 일은 3가지를 넘지 않도록 정했고 우선순위와 시급성 그리고 물리적인 양의 방대함이 예상되는 경우엔 한 가지만 실행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반드시 끝내기 위해 노력했다.




운동의 경우를 예를 들어보자. 대게 새해가 되거나 굳은 결의를 다지는 시간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운동계획을 세운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달리러 나가자는 계획은 하루이틀 그럭저럭 잘 이행된다. 그러다 여러 변수에 의해 또 하루이틀 건너뛰게 된다. 흐지부지 되는 것은 시간문제. 그런데 이런 경우에도 우선순위 위주의 계획을 세우게 되면 보다 융통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가 있다. 매일매일이 고정 일정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날그날의 상황에 맞춰 우선순위의 일들(공부, 운동, 독서, 글쓰기 등)을 어느 시간대에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 미리 시간을 디자인한다. 어제와 다를 수 있고, 내일은 또 달라질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하지 못한다는 괴로움 대신 언제라도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은 한다는 ‘할 일관리’가 ‘시간관리’보다 중요할 수 있다고 느꼈다. 새벽에 달리지 못했더라도, 오후에 짬을 내어 달리며 느끼는 만족감이 내게 우선순위가 높은 일들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런 과정에서 나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꼭 그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가 분명하다면 난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고 그것이 내 삶의 소명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생각은 끝없이 이어졌지만 머릿속이 말끔해지기 시작했다.


복잡했던 것들이 하나둘 정리되어 사라지고 중요한 것들만 남았다. 지난 5963일간의 업무 및 비업무에 대한 경험들을 관련 주제들로 묶어 글을 내어 누군가가 조금 더 자기답게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 누군가보다 먼저 경험하고 실패했으며 아파했던 내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이가 있다면 가장 솔직한 이야기들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야말로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이런 생각들을 할라치면, 그 이후에 발생될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들이 카파도키아의 열기구처럼 연쇄적으로 떠올랐다. 그렇게 부유해 버린 생각들은 이내 고민과 걱정으로 탈바꿈했고 꿈에 가득 차있던 나의 열망의 기구들을 천천히 착륙시켜 버렸다. 그리곤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며 어느덧 마흔넷의 나이가 되었다. 만 나이의 도입으로 어려진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사실은 1980년생, 마흔여섯이 내겐 더 익숙하고 바람직하다. 나이를 생각할 때마다 내가 ‘그냥’ 흘려보냈던 수많았던 날들이 눈앞에서 비누거품처럼 터져나가는 것만 같다. 오히려 좋다. 이런 경각심을 가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더는 지난 시간들처럼 조직과 사람과 시간 뒤에 숨어 비겁하게 살아가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높은 강도로 각인할 수 있으니, 나의 의식과 마음속에.



다른 것이 아닌 질문에서 시작된 나의 방향은 조금씩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고 있다.

애초에 정답이란 것은 없다. 그것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진실된 나의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인지 여부가 중요하다. 각자의 인생의 항로는 우리가 설정한 방향대로 목적지를 향해 진행되는 과정의 연속이다. 기상환경에 따라 항로는 언제든 변경될 수 있으나 결국 가고자 했던 그곳에 도달하게 된다. 올바른 방향으로 올바른 과정을 거쳐갔다면 말이다. 인생의 목표에 다다르는 것도 다르지 않지만 조금 더 복잡하다. 스스로 운전해 가느냐 아니면 견인되어 가느냐를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어렵다. 사실 견인되어 가는 와중에도 내가 스스로 운전하는 삶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표의 설정은 오로지 나만의 숙고와 결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마음의 동의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타협으로 그럭저럭 만들어낸 목표는 오래 지나지 않아 스스로 의문을 품게 한다. 그런데 대게 이를 깨닫게 되는 시기가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난 이후이기에 다시 시작하는 옵션 대신 현재에 머무르는 선택을 하게 된다. ‘배운 게 도둑질이다’라는 말처럼 나를 주저앉게 만드는 표현도 없다. 애초에 내가 배운 것이라는 프레임으로 내가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 제한된다. 난 배운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존재가 된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내게 각인된 이런 전제들로 나의 오늘과 내일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올바른 방향, 목표 설정을 위해 우리는 어떤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까. 역시 정답은 없다. 각자 추구하는 인생의 작품이 제각기 다른 모습인 것처럼 자신에게 유효한 질문 또한 정형화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너무 거창하게 시작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목표를 적어 내려 가는 순간, ‘아 이건 안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목표가 되어선 안된다.



좋은 방법이 있다. 오늘을 기준으로 과거로 기억의 슬라이드를 되돌려보자. 딱 10년까지만. 많은 것들이 변해온 시간이다. 챗GPT, 전기차, 코로나-19, 재택근무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일들이 있었고 모든 순간을 경험하며 지금에 와있다. 만약 10년 전 오늘, 내가 무언가를 시작했는데 그걸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해 왔다면 나를 가장 달라지게 했을 것들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다. 거창하지 않지만 10년이란 시간의 누적이 있었음을 가정해 보자는 것이다. 120개월, 3,652일, 87,648시간, 5,258,880분. 감이 오는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이 시간 동안 꾸준히 씨앗을 뿌려왔다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었을까?


매일 3km 달리기, 매일 18:6 간헐적 단식하기, 매일 금주와 금연, 매일 시간에 대한 기록하기와 일기 쓰기, 매일 30분씩 영어회화 공부하기, 매일 1시간씩 일본어 공부하기, 매일 4,000자 글쓰기, 매일 턱걸이 10개씩 하기, 매일 푸시업 10개씩 하기, 매일 요리 한 가지씩 배우고 직접 해보기 등 아주 사소해 보일 수 있는 것들이지만 가정해 볼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다. 이 가운데 내가 해오지 않았기에 가장 큰 후회가 되는 것이 무엇이며, 왜 그것이 후회가 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들을 찾아가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이거 하나는 반드시 놓치지 않고 매일 해나가자는 생각이 드는 것이 있다면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오늘의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파생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이 내게 큰 기쁨이 되기도 하니까. 지금이라도 잊고 있던 나를 찾아가며 내가 이르고 싶은 곳을, 질문들을 통해 찾아가 보는 여정을 많은 이들이 시작할 수 있길 바란다. 지금도, 시간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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