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절제와 수용 사이에서의 균형에 대하여

by Davca


술자리 이후, 이제 그만 끊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자리에서의 종료가 아닌 금주에 대한 생각이다. 금주(禁酒)가 아닌 절주(節酒)를 생각해 볼 수도 있었을 텐데 스스로 하지 말아야 하는 것에 더 비중을 둔 이유는 조절하는 것이 어렵기도 하기 때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삼십 대의 시절처럼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을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터라면 조금 이야기는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간혹 단절된 기억이 있음을 알아차렸을 때의 민망함은 며칠간 나를 후회의 감정에서 허우적대게 한다. 그러다 보니 이제 '적당히' 즐기는 것은 계속 마시기 위한 핑계 내지는 전초전에 불과한 변명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예 금하는 것이 지금 나의 상황에 더 적합해 보인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있었다. 어떤 모임이든, 조직이든 그런 자리를 도무지 피할 수 없는 상황들이 발생하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저는 술을 끊었습니다'라는 이유를 대는 것이 가끔은 얼굴 화끈거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뭐 나의 의지대로 하면 되지 무엇이 문제냐라고 반문한다면 사실, 할 말은 없다. 지금 나의 상황이 그런 것인데,라는 말 밖에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많지는 않았으나 올해 두어 번의 술자리를 가지면서 느낀 점은, 이제 음주의 여파가 하루를 넘어 이틀을 가기도 한다는 점이다. 한 번에 마시는 양이 적지 않을 때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생되기도 하니, 어김없이 그런 날 이후에는 괴로움의 크기 또한 만만치가 않다.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제 몸에서 못 견디는 것이다. 사실 내 몸은 꽤 오래전부터 이렇게 살지 말 것을 강권했다. 여러 가지 형태로 내게 말을 걸었고 메시지를 전했다. 그것을 수용하지 않은 것은 나다.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작년 말부터 가끔 술 생각이 날 때마다 화이트 와인을 한두 잔 마시는 것으로 만족하자고 나 자신과 약속을 했더랬는데 예상외로 외부 미팅들이 많아지며 자연스럽게 술자리로 이어졌다. 사실 몇 번 그런 술자리를 물리고 거절하며 시간이 흐른 탓도 있었고, 이제는 더 빼면 관계도 무너질 수 있겠다는 우려도 마음 현켠에 있었던 것 같다. 불과 얼마 전 이야기지만, 그런 술자리로 관계의 유지를 걱정해야 할 관계라면 그렇게라도 자연스럽게 정리를 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학교 3학년 무렵 고시생이었던 나를 모임에서 과감히 날려버렸던 동창들이 떠오른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 다시 어울려보기도 했지만 결국 더 이상은 그 모임에 나가지 않는다. 반대로 그 시간을 기다려 준 두어 명의 친구와는 여전히 그 관계의 깊음을 더해가는 중이다. 이십 대엔 서로 만취와 기억의 단절을 공유하며 씁쓸하게 웃던 그들과는 이제 가볍게 한두 잔 하며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며 나이 들어가는 중이다. 술이 없다고 그들과의 시간이 불편하진 않으나 분위기와 활력을 돋우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된다. 그런 그들과의 만남에도 한 가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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