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년기는 먹을 것을 피하고 싶던 시절이었다.
남긴 밥은 항상 여동생이 더 먹었고, 나는 그 덕에 집안에서 걱정을 안기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할아버지는 손자가 허약한 것이 걱정되어 각종 몸에 좋다는 한약을 구해다 주셨고 그때마다 나는 그것을 억지로 삼키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그래도 그 뒤에 맛볼 수 있는 작은 초콜릿 하나가 주는 즐거움 때문에 잠시의 괴로움을 참아냈던 때였다.
그렇게 중학교 2학년때까지 난 정상체중에서 미달이었던 학생이었고 상대적으로 내 여동생이 나보다 체중이 더 많이 나가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죽고 못 사는 볶음밥과 오므라이스를 먹기 싫다고 물리던 때였으니 말 다했다. 왜 그랬을까 싶다. 지금 생각해 봐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렇게 먹지 않고도 잘 살았고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꼭 하루 세끼를 다 챙겨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진학 전, 우연히 동네 헬스장이 오픈하게 되었고 부모님께 부탁드려 웨이트를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창 농구에 빠져있다가 왜 기구 운동을 하겠다고 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체력적으로 또 체격에 있어서 우위에 있고 싶은 남학생의 소망 따위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덕분에 나의 키는 거기서 멈췄다. 물론 그 때문인지 아니면 환경 및 유전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창 커가던 시기에 위로 가던 에너지는 옆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고 지금처럼 웨이트가 일반적이지 않던 그 시절, 꽤 건강한 고등학생으로 살 수 있었다. 그 무렵부터 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식성을 뽐내기 시작했다.
감자튀김이 먹고 싶던 어느 날, 집 근처 방배역에 있던 맥도날드에 가서 감자튀김 10개를 시켜 혼자 다 먹기도 하고 한솥도시락에 당시 기억으로 1700~1800원 하던 돈가스 도시락, 치킨 도시락을 대여섯 개를 사와서 한 끼로 먹기도 했다. 집 바로 맞은편에선 닭꼬치를 팔았는데 15개씩을 사 와서 혼자 먹어 치웠다. 그럼에도 계속 운동을 하니 몸은 더 커졌다. 그러나 그렇게 평생을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고3 때는 수능을 핑계로 운동을 멀리했고 대학에 진학해서도 시절을 즐기느라 운동을 잊고 살았다. 잘 다져놓은 몸은 모두 지방으로 흐느적거렸고 이때 처음으로 먹는 것을 조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당시엔 식욕을 참는 것이 지금처럼 어렵지는 않았다. 하루에 한 끼를 먹어도 바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먹지 않고 지낼만했다. 82kg였던 체중은 3개월 만에 62kg가 되었고 입던 청바지는 흘러내려 벨트를 하고도 입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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