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 미래
생물학은 역사적으로, 미생물 발견-린네 분류학-다윈 진화론-멘델 유전법칙-DNA 발견 등 5가지 지식혁명을 거쳐왔다. 그다음 6번째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수학적 도구를 이용한 생물분석이 될 것이다.
“수리생물학”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생명현상 규명과는 거리가 멀다. 개체군 동태나 군집, 수산자원 해석, 야생생물 관리, 감염병 확산 등 주로 집단생물의 통계학을 다루는 정도다.
생물학에서는 양자역학처럼 학문의 요체를 방정식으로 표현하는 법칙이라는 것이 없다. 관찰과 검증이 학문의 주요 수단이다. 수행방식이 역사학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자연과학임에도 불구하고 수학적 체계가 없다는 것이 생물학의 가장 큰 약점이다.
수학을 빼고 학문을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논리 수단의 필요성은 인문학을 포함해서 어떤 학문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합리성의 근간은 논리적인 체계, 즉 수학적인 방법에 있기 때문이다.
철학이나 인문학에 방정식은 없지만, 논리 전개만큼은 수학적인 체계를 따른다. 가령 논리학은 수학이나 마찬가지 학문이다. 수학기호를 언어로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학에서는 사건의 인과관계를 중요하게 다룬다. 인과관계를 따지는 과정, 그 자체가 수학적인 사고방식이다. 하나의 역사적 사건에 대한 가정이 있다면, 그와 관련된 유물이나 고문서의 진위 여부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다. 그것이 바로 사건의 증명과정이기 때문이다. “문제-공리(타당성)-인과관계-증명” 사이클은 어느 학문에나 적용되는 수학적인 방법론이다.
화학의 경우 원소주기율표에 나와 있는 어느 원소건 화학 결합식을 만들 수 있는 공식이 있다.
직접 원소들을 섞지 않아도 어떤 모양으로 결합하고 그 물질의 특성이 어떻게 나타날지 예측되는 수학적 모델이 컴퓨터 계산을 통해 이루어진다.
화학은 “양자화학”이라는 파생 학문까지 있다. 실제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분야가 화학이다. 그만큼 수학적 모델이 잘 구축되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분야는 수학적 지식이 학문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에 생체리듬에 대한 생리적인 알고리듬이 성공한 사례가 있었다.
유전자와 단백질을 변수로 삼아 하나의 수식체계를 만든 것이다. 이 수식에 따라 생체리듬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생물학 중에서도 수학적인 도구가 가장 필요한 분야는 합성생물학이다. 합성생물학은 생명체를 구성하는 유전자와 단백질 등을 인공적으로 합성해 생물학적 시스템을 설계하고 만들어 내는 분야다.
하지만 아직 세포를 배양해서 확인하는 과정이 모두 사람이 직접 수행하고 데이터를 추출하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3만 개가 넘는 유전정보와 수만 가지 단백질 변수를 실험적인 방법으로 정리하기는 한계가 있다.
미래에는 생물학이 수학적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생물학이 수학적인 방법으로 정리가 된다면, 인류의 지식은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다. 생명현상에 대한 다양한 수학적 해석이 나오게 될 것이다.
가령 어떤 유전자서열에서 어떤 단백질이 생산되는지 수식으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호르몬 농도나 물질의 분포에 따른 생리현상도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생명 메커니즘이나 생명 법칙을 수식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그것이 실현된다면 인류는 더 이상 불치병으로 고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생물학이 수학적 체계로 바뀌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먼저 생명현상에 대한 생명법칙 수학적인 모델이 세워지게 진다. 이것을 응용하여 의학적인 질병방정식이 만들어진다. 치매방정식, 류머티즘방정식, 당뇨방정식, 인지부조화방정식... 물론 사람마다 변수는 다르다.
기계에 혈액 한 방울 집어넣으면 임상 데이터가 줄줄이 생성되어 나온다. 분석된 데이터는 옆에 있는 컴퓨터로 넘어간다. 컴퓨터는 데이터를 방정식에 대입하여 대응값을 찾아내 처리기계로 넘긴다. 처리기계는 대응값에 맞는 물질을 조합해 약물을 자동으로 생산해 낸다.
이렇게 되면 병원에서 의사가 하는 일이 없어지지 않을까? 하지만 의사 역할도 당연히 있다. 혈액을 기계에 집어넣는 일과 환자에게 약을 배달하는 일만 착오 없이 실행하면 된다. 무엇보다 환자 이름표를 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리현상, 뇌과학에도 수치처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뇌신경을 디지털화하고, 논리적 신경회로에 대한 수학방정식 만드는 일이 가능할 것이다. 뉴럴링크는 신경회로에 의해 사람의 감각, 심리가 바뀔 수 있음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상관관계가 있다면 이것은 대수학 문제나 같은 것이다.
즉 심리학은 대수학 풀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유전자를 포함한 뇌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수없이 많지만, 그 수가 무한하지는 않다. 무한하지 않기에 상관관계를 논리적으로 수립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미래의 심리학은 이런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
먼저 기계 속으로 사람을 집어넣으면 뇌파측정, 심전도, 호르몬, 유전자 특성 등의 데이터가 분석되고, 이 데이터를 컴퓨터가 방정식에 대입하여 문제를 푼다.
문제를 풀면 환자의 심리상태가 유전자 검사처럼 수치적으로 나온다. 폭력 1.5, 불안 2.5, 우울 3.5, 소시오패스 4.5, 사이코패스 150.55 등등. 외과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환자는 자동으로 수술대로 넘어가 AI에 의한 수술이 이루어진다. 내과적 치료는 AI가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물을 제조한다. 상담이 필요한 경우에는 AI가 상담한다. 이미 환자의 데이터가 입력되어 있어 AI는 환자 심리상태에 최적화된 내용으로 상담 치료를 수행한다.
여기서 의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환자가 AI 지시에 잘 따르도록 통제하는 것. 발작이나 예기치 못한 행동에 대비해 가스총을 구비하거나, 가급적 의사 체격이 건장할수록 좋다. 인상마저 험상궂으면 금상첨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