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너 다운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feat. 콜 오브 와일드

by 가시나무둥지

쿠니는 영화를 아주 싫어한다. 도대체 영화를 왜 보는거냐, 영화는 누가 왜 만드는거냐..를 나에게 따져 묻곤 한다. 간혹 영화에서 나오는 어둡거나 오싹한 장면이나 음악이 아이에겐 굉장한 공포로 다가오는가보다.


나도 영화 애호가 수준은 아니지만 종종 홈시어터에서 영화를 찾아본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영화를 볼까 싶어 홈시어터를 켜고 영화를 찾는데 '콜 오브 와일드'라는 영화의 포스터가 눈에 띈다. 찾아보니 전체관람가. 안심하고 아이들과 보기로 했다. 왜 영화를 보느냐며 큰아이의 원성이 빗발친다.

"보기 싫으면 네 방에 들어가~"


혼자 들어가긴 싫었는지 같이 본다. 자막이 나오니 이해를 잘 하면서 본다.


'콜 오브 와일드'엔 '벅'이라는 세인트버나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그 '벅'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자신의 진정한 삶을 찾게되는 내용이다.


극 초반에, 어느 판사의 집개로 등장한 벅은 주변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항상 버르장머리 없는 개, 골칫덩어리, 말썽꾸러기 개일 뿐이었다.

개 밀매꾼에게 잡혀가던 날에도 벅은 낮에도 밤에도 자신의 본능을 좇았을 뿐이고, 그러한 본능적인 행동으로 인해 집 밖으로 쫓겨나는게 한 두번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집에서는 "말썽만 부리고 버릇없던" 개가 썰매개로써 혹독한 시간을 보낸다. 벅은 점차 자신의 역할에 자신감과 열정을 갖게 된다. 다른 개들에게 인정을 받게된 벅은 결국 썰매개 사이에서 대장이 된다.

이러저러한 일들이 있은 후 함께 지내게 된 할아버지와 지도도 없는 곳에 단둘이 떠난 모험에서 벅은 늑대 무리를 만나게 되고,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 늑대무리의 우두머리가 된다.


벅이 말썽부린 그날 밤 밀매꾼에게 잡혀가지 않았다면 벅은 평생 집개로 사람에게 "버릇없다"는 소리를 들으며 눈치보고 살았어야 할 것이다. 자신의 본능에 충실한 행동은 사람이 보기엔 늘 버릇없고 말썽일 뿐이었으니... 사람들은 벅에게 본능을 따르지 않고 얌전히 굴 것을 강요했다.


우리 아이 역시 본능에 충실한 행동을 할 때가 많다. 나는 아이의 본능적인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것을 염려하여 본능을 억제하려고 노력하는지도 모른다.

나 뿐만 아니라 아이를 아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아이를 사랑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더욱 아이의 본능을 억제하는 훈련을 시키는지도 모르겠다.

70프로의 사람에게 효과가 좋다는 약을 먹여도 우리 아이에겐 반응이 없다. 용량이 높아지면 부작용만 거셀 뿐이다. 마치 "왜 날 있는 그대로 놔두지 않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그래... 옛날 사냥을 하던 부족생활 시기에는 한가지에 집중하기 보다 사방에 깔린 여러 정보들을 순식간에 훑어내는 능력이 중요했겠지... 한쪽 눈으로는 가족을 보면서 다른 눈으론 맹수가 다가오지 않나 살필 줄 아는게 능력이었겠지...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모습을 ADHD라고 하는 거잖아.


우리 아이는 정말 탁월한 능력이 있다. 얼마전 병원에 입원해서 밥을 시키려 하니 "엄마, 환자 밥은 0000원이고 보호자 밥은 좀 더 비싼데 시킬 수 있대요" 라고 한다. 새벽에 같이 들어와 입원한 아이가 어떻게 알지? 깜짝 놀라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니 접수대 밑에 써있었다고 한다.

또 한번은, 경주 켄싱턴 리조트에 놀러갔을때 블로그 후기를 보며 토끼 밥을 사서 토끼에게 줄 수 있다고 하는 글을 읽으며 남편에게 "토끼 밥은 어디서 파는거지?"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쿠니가 옆에서 "카운터 뒤쪽에 토끼한테 주는 당근을 팔아요. 천원이라고 했던거 같은데.... 돈을 어떤 상자에 넣고 봉지에 들은 당근을 가져가는거 같아요"라고 한다. 서울랜드 어린이 동물원처럼 뭔가 큰 사료 자판기가 있었나 싶어 "자판기 같은게 있어?"라고 물으니 아니라고 한다. 우리가 체크인 하는 중에 쿠니는 벌써 데스크 주변에 있는 안내문들을 모두 읽은 것이다. 나중에 아이가 날 데려가서 '이거'라고 보여주는데, 카운터 반대쪽 구석에 조그만 탁자 위에 나무 상자 속에 당근이 들어있었다. 아이가 날 데려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절대 못 찾았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 아이는 보통 사람이라면 신경 안쓸 주위의 다양한 정보를 훑어보고 흡수하고 기억한다. 이것도 참 재주라면 재주인데.... 이 능력을 어디에 이롭게 쓸 수 있게 도와주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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