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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아찌 Jun 15. 2020

어물전 자랑, 꼴뚜기

젓갈의 종류와 가장 좋아하는 꼴뚜기젓에 관한 이야기


코로나로 한동안 인터넷으로 주문하여 배달시켜 장을 보다가 아주 오랜만에 가족들과 대형마트를 갔다. 늘 북적이던 마트도 한적하니 쇼핑하기도 부담 없었다. 마트를 가면 식료품 코너에 오랜 시간 머물게 되는데, 다들 취향이 다르다 보니 두 팀으로 나눠서 장을 보곤 한다. 식성이 비슷한 딸과 나, 그리고 아내와 그녀의 껌딱지인 막내. 특히 식탐이 있는 나는 좋아하는 시식 코너를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으며,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구석구석 휘젓고 다닌다. 오늘은 여러 시식 코너 중에 젓갈이 눈에 띄었다. 배고플 땐 장을 보는 게 아니라는데 그 불문율을 어긴 데다, 할인 행사까지 하니 딸이 말려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나의 지름신이 또 발동할 뻔했다. 결핍에서 솟아오르는 욕망을 애써 꾸욱 억누르고는 네 종류의 젓갈을 골라 카트에 담았다. 새우젓, 명란젓, 낙지젓 그리고 꼴뚜기젓 이렇게..

여러 나라를 다녀 봤지만 우리나라만큼 젓갈을 즐겨 먹는 민족도 없지 싶다. 조선 팔도 중에서 젓갈음식이 가장 발달한 지역은 충남과 전라도 지역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젓갈음식이 발달한 이유는 아무래도 어획량이 기반이 되었을 것이다. 생으로 먹고 나서도 남으니 새로운 맛을 내기 위함 뿐만 아니라, 냉동기술이 없던 시절, 바다에서 나는 생물을 오래 두고 먹기 위한 방법을 고안해 냈고 발전을 거듭하여 젓갈 문화가 되었다. 하여, 젓갈은 전통 발효 음식으로써 선조들의 지혜의 집대성이자 바다에서 건져 시간으로 빚어낸 미학(味學)의 결정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젓갈은 짭조름한 맛과 해산물 특유의 감칠맛이 특징이며,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게 만드는 게장과 쌍벽을 이루는 대표적인 밥도둑이기도 하다. 젓갈은 재료에 따라 그 종류가 무려 150여 가지에 달한다고 하니 맛에 놀라고 그 가짓수에 또 한 번 놀라게 한다. 젓갈은 어패류를 소금에 절여 만들기 때문에 짠맛이 강하다. 이 때문에 나트륨 폭탄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최근에는 저염분 젓갈도 개발되어 출시되고 있으니 크게 걱정하진 않아도 될 성싶다. 젓갈은 발효를 거쳐 완성되는 식품이기 때문에 단백질과 소화 효소가 풍부하다. 또한 바다 생물이 주재료라서 사람 몸에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인 미네랄과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짭조름한 감칠맛으로 식욕을 돋우고, 적당량을 섭취하면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어찌 젓갈을 마다하겠는가. 젓갈 중에서 한국사람이 밑반찬으로 즐겨 먹는 젓갈을 살펴보자면..

우선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새우젓을 꼽을 수 있다. 새우젓은 크기가 작은 새우에 소금을 절여 만든 젓갈로, 주로 계란찜 등 음식의 간을 맞추거나 돼지고기 등 육류와 함께 먹거나 김장용 젓갈로 사용한다. 새우젓에 사용하는 새우는 잡는 시기에 따라 명칭이 다양한데, 5월에 잡히면 ‘오젓’, 6월에 잡히면 ‘육젓’, 가을에 잡히면 ‘추젓’, 겨울에 잡히면 ‘동백하젓’이라고 부른다. 이중 최상급은 육젓으로, 새우가 산란기를 앞둔 시기여서 살이 가장 통통하다. 새우젓에는 단백질을 소화시키는 성분과 지방을 분해하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기름기 많은 음식, 특히 돼지족발이나 편육 등을 먹을 때 함께 섭취하면 최고의 궁합이라 하겠다.

두 번째는 명태의 맛있는 변신이라 불리는 명란젓이다. 명태의 알을 통째로 소금에 절여 만드는 명란젓은 명태가 많이 잡히는 동해안에서 많이 담근다. 명란젓은 비타민B가 풍부해 피로 해소에 도움을 주고, 오메가 3도 다량 함유되어 있어 뇌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유의 알이 씹히는 식감과 고소하면서도 짭조름한 맛 때문에 고급 젓갈로 분류된다. 밥반찬으로 먹거나 파스타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하기도 한다.

세 번째로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낙지젓이다.
'타우린'이란 성분이 풍부한 낙지는 혈압을 낮춰주고 혈전증 등 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을 주며, 또한 피로 해소와 간의 해독작용에도 효과적이라고 전해진다. 낙지젓은 낙지 특유의 꼬들꼬들한 식감과 감칠맛이 일품인데, 주로 밥반찬으로 먹으며, 지역에 따라 김장철 젓갈로 사용하기도 한다. 나는 해외여행을 갈 때 항상 챙겨가는 것 중에 하나가 고추장과 낙지 젓갈이었다. 이 두 가지만 있으면 낯설고 이색적인 해외 어떤 음식이라도 무리 없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평소 가장 좋아하고 즐겨 먹는 젓갈은 꼴뚜기젓이다. 오징어와는 또 다른 식감을 즐길 수 있는 꼴뚜기젓은 신선한 꼴뚜기에 소금을 층층이 뿌린 후, 3개월 정도 숙성시키고, 매콤한 양념을 버무려 먹는다. 꼴뚜기로 말할 거 같으면 지방질과 당질은 적고 단백질과 타우린은 풍부하게 들어 있어 동맥경화증을 비롯한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 최고라고 알려져 있다. 종종 뒷골 당기는 나한테는 딱이지 싶다. 하여, 나는 오늘 저녁도 갓 지어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슬고슬한 밥을 뜬 후 특별한 밑반찬 없이 꼴뚜기젓 하나만으로 한 끼를 거뜬히 해결했다.

지금까지 언급한 젓갈류 외에도 김장 담글 때 빠지지 않는 멸치젓을 비롯, 창난젓, 오징어젓, 갈치젓 등 맛 좋고 건강에도 좋은 젓갈들이 수도 없이 많지만 만약에 밥반찬으로 하나의 젓갈만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꼴뚜기젓을 기꺼이 선택할 것이다. 영양만점에 씹히는 식감도 남다를 뿐만 아니라 어물전 망신을 꼴뚜기가 한다고 천대받는 거 같아 안쓰러운 마음에 동정심이 발동해서다. 작고 볼품없이 생겨 그런 속담이 나왔을지 모르겠지만 꼴뚜기 입장에선 사람들의 입에서 어물전의 망신을 주는 존재로 인식되어 대대로 입방아에 오르고 있으니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위로가 될는지 모르겠으나 누가 뭐래도 꼴뚜기는 나한테 만큼은 어물전 망신이 아니라 어물전의 자랑이 확실하다.

그 가치를 알아주는 한 사람이라도 있으니 꼴뚜기들이여! 이제부터 자신감을 가질지어다. 그리고 그대들의 이름을 앞으로 꼴뚜기가 아니라 맛뚜기라 칭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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