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첫 출근은 정신없었다. 왜냐하면 내 전역날이 첫 인턴 출근날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턴이 양해를 구하고 하루 늦게 출근해도 아무 상관 없을텐데, 그땐 군인의 정신이 박혀있었기에 군대 전역하는 날 부모님이 날 데리러 왔고 차안에서 군복에서 정장으로 환복하고 출근 길을 나섰다.
처음으로 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하려다보니 이전에 내가 가진 설렘은 다 사라졌고 걱정과 긴장이 내몸을 사로 잡았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전역날, 후임들이 다 도열해서 경례를 받을 때 날아가는 그 기분은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 사회의 이등병이 된 느낌에 압도당했다. (인생에서 나는 별로 후회되는 일은 없는데, 그날 전역날의 감정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게 아쉽긴 하다)
다행히도 회사 사람들은 너무 친절하고 내가 하루전만해도 군인이었던 걸 감안하여 다 귀엽게 봐준 것 같다. 인턴 생활 내내 삐걱거렸고, 종종 "잘 못 들었습니다"를 연발하였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바라던 인턴 기회였지만 (심지어 미국까지 보내주는), 내 마음은 단 하루도 편치가 않았다. 주 이유는 내가 회사에서 아무 도움이 안 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고, 또 거의 아무 일도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이 없다고 속으로 불평했지만 그 당시 매우 소심했던 내 성격과컴퓨터 실력이 전무하였기에 일을 달라고 하기에도 용기가 없었다.
(돌이켜보면 인턴은 일이 없으면 그냥 안해도 되고, 하고 싶으면 잘 못해도 눈치보면서 물어봐서 일을 가져오거나 만들어와도 된다. 어차피 첫 인턴에서 정규직 받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하나라도 물어봐서 하나라도 더 배우는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물론 나는 그러지 못하였고 수동적인 자세로 시키는 일만 하였다)
그래서 하루하루 뭔가 너무 불편했다. 하지만 난 엑셀도 몰랐고, PPT도 몰랐고, 워드도 잘 몰랐다. 군대에 있을 때 행정병이라도 했으면 뭐라도 배웠을 것인데 나는 공병 주특기에 시설병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나중에 개인 프로젝트가 하나 주어져서 퇴근하고 해당 프로젝트에 몰두했고, 그 프로젝트를 발표하기 전에 미국을 가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