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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리스트 Aug 03. 2018

'멀리보자'는 네 말에 희망을 품고, 현실을 본다

세상은 변하지 않는 것 같지만, 점진적으로 변한다, 그렇기에 희망을

"200년 전에 노예해방을 외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100년 전에 여자에게 투표권을 달라고 하면 감옥에 집어 넣었습니다.

50년 전에 식민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면 테러리스트로 수배 당했습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불가능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는 계속 발전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대안이 무엇인가 찾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장하준. 2010.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중.

장하준 교수가 쓴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앞에 나오는 구절이다. 세상은 변화하지 않는 것 같아도 점진적으로 변화한다는 이야기다. 저 문구는 내가 좋아하는 문구였다. 변화하지 않는 세상인 듯해도, 아주 긴 시간을 보면 점진적으로 변화한다는 믿음, 그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이다. 세상은 단 번에 좋아지지도 않지만, 단번에 나빠지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쉽게 낙관해서도, 쉽게 비관해서도 안 된다. 한 번에 바뀌지 않는 만큼, 어떤 길을 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어느 순간인가 '현실'과 '비관적인 미래'를 구분하지 못하는 세상이 됐다. 현실은 지금 내 눈앞에 현재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눈 앞의 현실이 막막하다며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장 눈 앞이 캄캄하다고 늘 얘기한다. 골똘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현실의 벽을 높다고 본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굳이 따지면, 우리는 '현실의 벽'이 미래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 것이다. 고등학교 때 수능을 보던 시절, 배치표와 내 성적을 맞춰보며 이내 가고 싶은 대학을 포기하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막상 까보면, 전략을 잘 세우면 합격을 했을 학교도 지금 보이는 것이 무서워 못한 것들이 제법 될 것이다.

그러니 현실앞에 놓인 사랑은 어려운 게 됐다. 사랑이라는 게 워낙 감성적이고, 비이성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차 생겨났다. 세상 앞에 놓인 사랑은 현실 속에서 이루기 어려운 게 많다. 과거 '사랑의 완성'이라는 결혼을 꼭 하겠다는 생각은 점차 '올드한' 사람으로 생각되는 세상이 왔다. '그 현실' 앞에서 무엇을 할 것이냐는 생각 때문이다. 지금 처한 현실의 벽을 보니 답답하니, 점점 미디어로 눈이 돌아간다. 더 나은 취미생활을 가져보고, 혼자서 밥도 먹어본다. 그리고 혼자 지내는 것에 대한 만족도 찾아본다.


이런 세상인지라 사랑을 가지고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은 유치한 사람으로 불린다. 지금 현실이라는 이름 아래서 사랑을 순수하게, 풋풋하게 한다는 것은 유치한 일이라고 불린다. 사랑을 하기 위해서 다른 여러 조건들에 대해서도 많이 말한다. 데이트비용, 후에 발생할 결혼 비용, 그리고 언젠가 찾아올지 모르는 육아 비용 등.. 셀 수 없이 많은 비용들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막막하다고 해서 방향성을 잃는다면 내 삶은 점진적으로 더 나빠질 것이다. 사람은 사랑을 하고, 받고자 하는 것이 본능이다. 그리고 그렇게 진화되어 왔다. 지금 이 순간이 힘들다고 해서 모든 것을 놓았을 때, 세상도 자신도 점진적으로 나빠만 질 수 있다.   

출처: http://www.ciokorea.com/news/23998

너무 낙관적이라 볼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을 본다는 것은 더 냉철하게 상황을 헤쳐나가는 지혜를 가져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현실을 희망으로 만들기 위한 것은 현실을 냉철하게 보는 것이다. 현실이 힘에 겨울 지라도, 내가 바라는 세상으로 바뀌길 바라는 것이다. 현실을 단지 '비관'으로 이해하는 것과 '지혜롭고 현명하게' 바꿔 가는 것은 다른 문제다. 현실을 진정으로 볼 줄 아는 사람은, 지금 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한 전략을 세울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단지 '현실이 이렇다'는 인식으로 마치는 게 아니다. 그런 현실 속에서 내가 사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현실을 아는 사람이다. 현실 속 사랑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현실이기에 지혜를 모아 전략을 세워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힘든 현실을 살아갈 수 없다.


멀리보고자 한다. 세상은 변화하지 않는 것 같이 막막해 보여도, 점진적으로 변화한다. 사람도 변화하지 않는 것 같아도 점진적으로 변한다. 나는 사랑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이 아니라, 조금 멀리보고 싶다. 이렇게 긴 이야기로 풀지 않았지만, 지금 만나는 사람이 내게 해주는 응원 역시 '천천히, 멀리보자'는 말이다. 희망은 방향성이다. 현실을 보는 것은 그 어떤 때보다 냉철한 방법이다. '멀리보자'는, 네 말에 희망을 품는다. 그리고 이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지금 현재를 살며, 현실을 본다. 세상과 사람은 점진적으로 변화한다. 그 믿음아래 사랑을 지키는 법을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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