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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리스트 Sep 25. 2018

'꿈'이 없어 행복했던 20대

내 일상의 행복을 꿈이라 답하며 살아온 시절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는 내 모습 때문이었다. 나는 사실 워커홀릭이다. 실적을 안내면 내가 버티지 못한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짓도 하고 사는 사람이다. 솔직히 말하면 정말 업무량이 많기도 하다. 벌려놓은 일이 많다. 연구원이라고는 하지만, 직장도 있는 사람이 프로젝트를 벌리고, 논문과 글을 늘 쓰려고 공부를 한다. 청년 모임도 운영해야 해서 사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과 일을 하고 있다. 일 하나 끝나면 다시 일이 있다.    


그때마다 사람들이 내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솔직히 하고 싶은 일이 없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면 다들 놀라면서 측은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저렇게 열심히 꿈도 없이 달리다니 안스럽다'는 표정이다. 그때면 몹시 억울하다. 하고 싶은 일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어느 분야에 일은 정해놓고, 당연 들어가고 싶은 직장이 있다. 연구와 사업을 하고 싶다. 그래서 그냥 열심히 일하고플 뿐이다. 그렇게 직업을 정해놓으면 그것을 잃을 때 느끼는 감정이 싫어서 지금 주어진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의 고통을 이겨야 하는 이유를 '미래를 위해'라고 포장했던 시기를 10대와 20대 초반을 보냈다. 두발검사를 한다며 바리깡을 들고서 내 머리를 밀어버리던 교사들의 납득 안 되는 행동도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학업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말로 이해되던 시대에 10대를 보냈다. 그런 학교에서 벗어나 교회를 가면, 일명 '기복주의 신앙'이 판을 쳤다. 꿈을 갖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공식을 끝까지 믿었던 시대였다. 10대부터 삐딱했던 나는 그런 노력이 무척 귀찮았다. 


그래, 꿈을 가지면 좋다. 그런데 그 꿈을 갖기 위해 포기할 것들이 정말 많은 듯이 얘기하는 게 싫었다. 친구도 포기 해야 하고, 연애도 포기해야 하고, 악기 배우기도 포기해야 하고, 운동도 포기해야 하고.... 포기하라는 게 너무 많았다. 그렇게 꿈을 이뤄갈 수 있을까? 꿈을 이루기 위해서 무리할 정도의 목표를 잡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아둥바둥 살라는 식의 이야기가 듣기 싫었다. 그놈의 자기계발을 열심히 했던 시대에 보낸 시절을 떠올리면 참 특강이 많았다. 지금은 '꼰대'라고 이야기할 사람들이 수도 없는 헛소리를 내뱉었다. 화장실 갈 시간을 아껴 영어 단어를 외우라는 둥,  재테크를 하라고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아, 물론 요즘 나는 화장실 갈 시간에 페이스북을 하고, 뉴스를 검색한다. 


그냥 나는 좋아서 글을 쓰고, 강연을 할 준비를 한다. 연구를 하고 조사를 할 때 큰 재미가 있다. 단순히 재미가 있는 게 아니라, 관련된 실적도 잘 쌓고 있다. 돈이 되는 일도 하고, 굶어 죽지 않을 수단도 마련하며 잘 살고 있다. 그것은 없는 꿈을 만들어 쫓기 보다는, 그저 지금 주어진 일들을 하나씩 마쳤기 때문이다. 6개월에 하나씩만 해도 1년이면 2개를 한다. 나는 3개월 단위로 무엇을 끝내니까, 1년이면 4개 정도를 달성한다. 


그렇게 하나씩 마치다가 기회가 닿으면 무언가를 계속하게 됐다.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갔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가 계획하거나 꿈꿨던 게 별로 없었다. 오히려 지속적으로 내 일만 꾸준히 하며 살았을 뿐이다. 그리고 중간 중간 쉰다. 나의 행복은 카페에 앉아 글을 쓰는 것과 커피를 마시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수다를 떠는 일이다.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는 일도 좋아하고, 땀흘려 달리는 일도 사랑한다. 유튜브로 밤 늦게까지 내가 좋아하는 동영상들을 보는 것도 좋아하는 일이다. 그 행복마저 깨고 싶지 않다. 그저 그게 내 생각이다. 작은 행복을 버리지 않아 큰 행복이 됐다. 나의 20대가 행복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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