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포리스트 May 07. 2018

[편지2] 개화가 늦은 꽃이라고 해도

꽃은 반드시 핀다

1

나는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한단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특별히 역정을 이겨낸 그의 지혜와 인내심 때문에 그를 존경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 초기부터 인생이 순탄치 못했다. 2번이나 국회의원 선거를 떨어지면서 전 재산을 날렸다. 겨우 세 번째 당선 됐을 때는 516 군사 쿠데타로 인해서 3일 만에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했지. 첫 번째 부인은 자살했고.

비록 71년도에 대통령 후보로 박정희 대통령을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삶도 순탄치 않았다.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6년간 감옥 생활 10여년 간의 해외 망명 생활을 했단다. 대통령 선거도 이후에 3번이나 낙선한다. 그렇지만 그는 대통령이 됐고, 그의 나이 76세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다.

그런 김대중 대통령의 별명은 인동초다. ‘겨울을 이기고 핀 꽃’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 꽃은 개화과정이 가장 늦는다. 김대중 대통령의 삶과 너무 잘 어울리는 별명이다.


2

나는 사람의 인생과 꽃은 비슷하다고 본다. 개화 과정은 마치 사람의 인생을 그리는 것 같기 때문이다. 꽃의 종류가 다르듯이, 사람의 인생은 다르다. 꽃의 종류에 따라서 개화 시기가 다르듯이, 사람마다 꽃피는 계절이 다르다. 피는 계절이 봄일 수도, 여름일 수도, 가을일수도 있단다.

꽃은 개화시기가 다르다. 그런데 모두가 매화가 되고자 한다. 빨리 피는 매화가 되어서 ‘먼저 피었다’며 이야기 하고 싶어 한다. 매화가 되어 3월에 우선 핀 후에, 이제 임무를 마쳤으니 다시 잠을 자려고 한다. 착한 매화들은 일찍 피어서 다른 꽃들을 보듬고자 한다. 개화과정에 착한 선배가 되고자 한다.

하지만 모든 꽃은 매화가 아니다. 개화과정이 다를 뿐 반드시 아름답게 피게 되어 있다. 꽃은 반드시 아름답게 피게 되어 있다. 스스로 분명 꽃이기 때문이다. 꽃은 분명히 아름답게 필 수 있는 모든 것을 갖고 태어났다. 종류는 다르지만 말이다.

종류에 따라 개화과정은 다르다. 개화 과정은 지난하고, 더디다. 기다리다가 지치게 되어 있다. 햇살이 비춰도 꽃은 도무지 피어날 생각하지 않는다. 이슬이 잎에 맺힐 때에도 개화 과정은 없어 보인다. 더디고 더딘 개화 과정 때문에 꽃은 고민한다.

그러나 그 나름대로 꽃은 피는 시기가 다를 뿐, 반드시 피게 되어 있다. 개나리도, 봉숭아도, 진달래도, 코스모스도 서로의 개화과정을 보고 불행하게 보지 않는다. 코스모스가 가을에 피는 동안 많은 꽃들이 자태를 뽐낸다. 빨리 피어난 매화나 장미라고 해서 코스모스보다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그 꽃의 아름다움은 개화 시기 때문이 아니라, 꽃이 갖고 있는 자태에 따라 결정이 된다. 중요한 것은 너의 삶이 가지고 있는 자태다. 지금은 더디고, 피지 않는 것 같지만 너라는 꽃은 꼭 피게 되어 있다. 꽃은 반드시 핀다.




매거진의 이전글 [편지 1] 선한사마리아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