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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리스트 Dec 16. 2018

기억의 습작

잊지 않기 위해서 

나는 메모를 남기기로 했어.  메모를 남긴다는 건 기억하겠다는 이야기거든. 몇 자 적다보니 너는 참 나한테 좋은 사람이더라. 내가 힘들 때, 외로울 때, 버거워 할 때면 늘 내가 스스로 해결할 수있게끔 그렇게 너는 나한테 다가왔어. 혹시 자존심 상할까봐 돌려 말해주고, 내가 좋아하는 것 기억했다가 해주는 너를 보면 나는 항상 마음이 벅차고 설레고는 해.


나는 손 글쓰기 서툰 사람이야. 서툰 손글씨를 쓰는 것을 극도로 부끄러워 하고는 하는 사람이거든. 내 글씨는 알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아. 내가 작문을 보는 시험이 힘든 건 글씨를 너무 못쓰는 데다가 느리기 때문이거든.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손 글씨를 피하게 됐어.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났는지,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생겨서 따로 메모를 그렇게 안 해도 상관없이 됐거든.



다시 너 때문에 이것저것을 손으로 쓰게 됐어. 지금 이 순간을 남겨야 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더라고. 아날로그 세대라서 종이에 꾹꾹 눌러 쓰는 게 뭔가 내가 쓴 글씨 같다는 기분이 들더라. 


남기고 나니 기억의 습작, 기억의 한 조각이 되더라고. 습작은 '연습삼아 무엇을 해본다'는 뜻이야. 완전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작품을 만들기 위한 습작이 나의 메모야. 이렇게 펜으로 종이를 눌러써서 너에 대해서 기억하고 싶어. 네 친구들, 네가 좋아하는 음식, 나한테 해주었던 말, 나와 행복했던 기억, 어떤 것에서 네가 좋아하는지.... 그 모든 것들 말이야. 


내 기억 속에 살아주어서 고마워. 잊지 않고, 서운하게 하지 않을 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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