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안 가도 사람대접 받는 세상 왔으면 좋겠다고 요즘 떠들고 다니는 중이다. 남들 보기에 고학력자 테크타고 있는 내가 저 얘기하면 이상해 보일지 모르나 진심이다. 적어도 내가 자식 낳을 때 쯤이면, 대학 안 나와도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자식을 언제 낳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10대에 선택권이라고 해봐야 대학이니 어쩌겠나. 고등학교에서 20대 초반에 할 게 대학교 가는 것 밖에 안 가르쳤으니 다른 길을 알리가 있나. 내 인생에 대한 고민은 1도 해본 적 없었다. 남들 사는 대로 사는 게 제일 좋다며 대학진학부터 하라고 하는 게 고등학교였다. 그런데 뭘 알아야 다른 거 하지, 막막함에 일단 대학생이 되고 봤다.
대학 다니는 거 돈 참 많이 든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그냥 이 일 저 일 아르바이트를 했다. 기술력에 능력 없는 내가 고생스러운 일 밖에 할 게 더 있었나. 고생스러운 일도 많이 해서 손가락 한 쪽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20대 내내 쇠 빠지게 벌어서 죄다 학교 다니는 데 썼다. 학비내고, 용돈 쓰고. 노는 데 쓰기도 했는데, 기본적으로 학교 다니는 데 돈이 많이 들었다. 지금에서야 국가장학금이라도 있지, 나 다닐 때는 그런 좋은 제도가 존재하지도 않았다.
해본 게 알바와 학생뿐이니 세상에 나가기도 두렵다. 학생 기간이 길어질수록 나이는 먹고, 집에서는 등골을 휘게 하는 나쁜놈이 되고 있다. 몇 년씩 학교 도서관에 있는 사람들보면 맘이 괜히 무거워 진다. 직업 얻는 공부하고 학문이 다르기 때문이다. 취업강의 한다치고 학교에서 이상한 강사들 부루는 것은 꼴사납다. 그럼에도 납득할 수밖에 없다. 대학이 이른바 ‘취업학원’으로 바뀌는 것은 싫은데, 대학 졸업하고서 취직자리 없는 것은 더 싫은 일이기 때문이다.
간혹 대학 늘리자는 분들이 있다. 모두가 좋은 교육을 받게 하자고 한다. 진짜 중요한 일은 20대 초반에 선택권을 넓혀주는 것이다. 대학 늘리자는 분들은 대학 가는 이유에 대해 기초소양, 견문 등을 말한다. 그런데 기초 소양을 배우고, 견문을 넓히는 게 왜 대학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할까. 결정적으로 기초소양을 배우는 곳은 중등교육과 사회가 되면 안 되려나. 지금은 고등교육을 70%이상 받고 있지만, 세상이 나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대학 나와야 사람취급 받기’ 때문에 대학을 가야 한다니 생각할수록 이불킥을 갈길 일이다.
대학 안 나와도 양질의 일자리를 얻었으면 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얻는 것과 학문은 별개 문제다. 정말 학문하고 싶은 사람이 학문하고, 선택권을 넓히려면 좋은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 학력 낮다고 차별받지도 말아야 한다. 너무 이상적인 생각이긴 한데, 나부터라도 학력차별 하지 않고 살려 한다. 다른 사람들한테 열심히 퍼뜨리는 중이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그랬음 좋겠다고 떠든다. 10년 후에는 고생 고생해서 학교 다닐 사람은 없었으면 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