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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리스트 Jun 17. 2018

채워주지 못하는 것에 관한 서툰변명:소망에서 희망으로

너의 삶에서 희망을 보며

우리끼리 이야기 말을 나누고는 해. 네가 걱정 섞인 말로 "무엇을 해야 할지 헷갈린다"고 말이야. 그럴 때면 혼자 만의 상상에 빠지고는 해. 나한테 너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는 하는 아닌 알지만,  그래도 가끔은 내가 엄청 부자였다면 좋았을텐데 말이야. 아주 넉넉하게 살아서 네가 공부하는 도와주고 싶고, 일하는 것도 도와주고 싶어. 20대 후반에도 대학원 다닌다 치고 학생인 모습이 가끔은 미워. 


어릴 적에는  20대 후반이면 차도 있고, 집도 있고, 직장도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세상살이 신기하게 그렇지 못했더라고. 막연하게 나이가 먹으면 생길 줄 알았던 그 모든 것들이 현실에 들어와보니 허상이었어. 오히려 일 평생 그러한 것들을 채우고자 사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 사회구조 탓인건 모두가 알지만, 언론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거든. 


현실에 눈을 한 순간 돌려보면, 더 많이 채워주고 싶은 남자친구인데 그렇지 못한 내 자신이 미워. "그런거 바라지 않는다"는 너의 말은 백 번 생각해도 맞는 말인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현실과 바라는 것은 다른 거든. 그래서 내가 채워주지 못하는 수많은 것들이 자꾸 머리 속에 마음 속에 아른 거려서 산책을 할 때 여러 생각을 하고는 해. 

그림 출처: ga.cathms.kr


너에게 이런 맘을 품을 때면, 소망과 희망에 대한 차이를 떠올리고는 해. 소설가 공지영씨가 쓴 에세이 집인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라는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어.


희망과 소망을 혼동하지 말자. 우리는 온갖 종류의 수천 가지 소망을 가질 수 있지만 희망은 단 하나뿐이다. 우리는 누군가가 제 시간에 오기를 바라고, 시험에 합격하기를 바라며 르완다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소망한다. 이것이 개개인의 소망들이다.  희망은 전혀 다른 것이다. 그것은 삶의 의미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만약 삶이 아무런 목적지도 없고, 그저 곧 썩어질 육신을 땅 속으로 인도할 뿐이라면 살아서 무엇 하겠는가? 희망이란 삶에 의미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공지영,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146 쪽 중.



공지영씨 말에 의하면, 희망과 소망은 다르거든. 소망은 수천 가지를 가질 수 있어. 그러니까 한 마디로 '바람'이야. 시험에 합격하기를 바라고, 세상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라고, 아주 좋은 집에서 살고... 이러한 것이소망이야. 조금은 넒은 의미에서 우리가 평소에 하고 싶은 모든 것들이 소망이거든. 

반면에 희망은 삶과 연결이 되어 있어. 작은 바람들이 소망이라면, 희망은 조금 더 큰 것, 내가 바라는 어떤 삶의 모습이 희망이거든. 소망은 여러 가지지만, 희망은 비교적 한 가지거든. 한문으로도 희망은 '希'를 쓰는데, 이는 "드물다·적다·희소하다"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어. 희망적이라는 것은, 바라는 바지만 조금은 전체적이고 특별한 것이 희망이거든. 그래서 삶 전체를 놓고 혹은 어떤 일 전체를 두고 '희망한다'고 표현하거든. 물론 소망들이 모여서 희망이 되기도 하고. 

(물론 희망과 소망에 대한 차이에 대해서는 어문계열 사람들이 훨씬 더 명확하고 잘 알거야. 생각보다 언어학적으로 무식한 나로서는 내가 아는 지식 선이야. 그냥 글은 글일 뿐이거든.. 이해해주렴. 이해전달을 위한 사례일 뿐이야. 펙트 체크는 해봐야 할거야.)

세아야, 지금 내가 채워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변명을 해보려고 해. 못나고 부족한 남자친구라서 이런 변명거리를 너한테 하지만, 채워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서툰 변명은 너한테 소망대신에 희망을 보고 있는 거라는 거야. 지금은 비록, 너한테 제대로 된 것 못해주는 사람이거든. 너한테 바라는 모든 것들은 나의 작은 바람들인 소망이야. 너한테 채워주고픈 그 모든 것들이 '해주고픈 소망'이거든.

나의 소망은 너에게 경제적인 것들을 채워주는 것들이야. 그 외에 실질적인 작은 것들을 채우며 살고파. 나에게 희망이 있다면,  네가 너로서 빛났으면 한다는 거야. 그리고 빛나는 너의 삶에 나도 함께 하고프다는 거야. 삶 전체에서 채워주지 못하는 것들, 언젠가는 채워주길 바라면서 지금은 그렇게 살고 있다는 말 전해주고 싶어. 나는 너의 희망적인 삶을 축복하고, 희망해. 늘 힘내자.

2018년 6월 서툰 변명으로 너에게 인사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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