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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저너리 Jul 06. 2020

[에세이108] 일몰을 기다리는 시간

[제이영의 크루에세이10] 하루 중 가장 길게 느껴지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Winter is coming

 2019년 8월, 노르웨이 = 연어 만 아는 상태로 노르웨이의 수도인 오슬로에 내딛었다. 내가 왔을 8월의 날씨는 낮에는 여름같지만 저녁에는 선선한 바람이 부는 한국의 가을과 같은 날씨였다. 학회나 동아리에서 만난 노르웨이 친구들과 애기하다보면 다들 왕좌의 게임의 유명한 대사처럼 '겨울이 오고 있어. 최대한 햇살을 즐길 수 있을때 즐겨'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겨울이 길어야 얼마나 길겠어, 겨울이 추워야 얼마나 춥겠어 라는 생각이었다. 그것은 나의 경기도 오산이었다.

Winter was coming, and i knew nothing (출처 : 왕좌의 게임)

9월이 되자마자 해가 뜨는 시간이 늦어지기 시작했고, 해가 떠 있는 시간이 짧아지기 시작했다. 10월부터는 해가 아침 10시에 떠서 4시에 지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그제서야 친구들이 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4시만 되어도 사방이 한밤중처럼 깜깜해서, 어둠 속에서 일어난 위험에 대비해 '리플렉터'라는 반사판을 반드시 착용하고 다녀야 한다. 내가 겪은 노르웨이의 겨울은 길고, 우울하고, 추웠다. 





노르웨이 최고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름

저녁 8시의 하늘. 이때가 아마 6월 초였다.

 웅녀처럼 도서관에서 길고 긴 겨울을 버텨낸 끝에 봄이 올줄 알았으나, 내가 기대한 벚꽃피는 봄 같은것은 없었고, 바로 여름으로 계절이 옮겨왔다. 춥고 우울한 겨울을 보내고나서야, 왜 노르웨이 사람들이 여름에 열광하는지 알게 되었다. 낮에는 민소매를 입고 다닐 수 있는 한여름 날씨에, 습도가 높지 않아서 불쾌지수도 높지가 않다. 하지만 기대하지 못했던 여름의 '복병'이 있었으니 바로 백야이다. 여름은 백야로 인해 밤 12시가 되어도 해가 지지 않는 것이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백야는 영어로 'midnight sun, white night'이다. 자정이면 밤이어야 하는데, 낮이 계속되는 현상을 뜻한다. 10시이후에도 바깥에 훤해서, 암막커튼을 치지 않으면 자기가 어렵다. 




Midsummer's day

11시의 흔한 하늘 풍경. '오후' 11시이다.

 Midsummer는 한국말로 '하지'를 뜻한다. 일년 중 하루가 가장 긴 날이다. 길고 긴 겨울을 생각하면, 북유럽에 사는 사람들에게 한여름날의 절정을 뜻하는 Midsummer는 더 큰 의미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나의midsummer's day날의 일과는 매우 길었다.

4:30 기상

7:00 운동

9:00 아침

12:00 점심

2:00 친구들 만나서 호숫가에서 수영

6:00 저녁 바베큐 파티

12:00 귀가

바베큐를 먹고 놀다가 이제 더이상은 못 놀것 같아서, 밤12시에 귀가하는데도 대낮같이 환해서 벙찐 기분으로 집에 돌아온 날로 기억된다. 




하루 중 가장 길게 느껴지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새벽 3시의 하늘 풍경. 저 해는 아직 안 진걸까. 아니면 뜨는해일까.

누가 지금 내게 하루 중 가장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 언제인지를 묻는다면, 말그대로 나는 일몰을 기다리는 시간이라 대답할 것이다. 별 특별한 일이 없는 경우, 보통 저녁을 먹고 내 방에 있는 편이다.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하다가 창문을 바라보면, 해가 아직도 떠 있다. 뭔가 해가 계속 떠 있으니까 무언가를 해야겠고, 자기엔 뭔가 찜찜한 기분이다. 이렇게 살다가는 너무 피곤할 것 같아서,  요즘은 일몰을 보는 대신, 미리 암막커튼을 치고 잠을 청한다. 언제 하루는 일몰을 보고 말겠다는 마인드로 밤 10시에 친구랑 나가서 무작정 걷기 시작한 적이 있. 밤 12시가 되어도 해가 안지더니 새벽1시정도에 깜깜해졌다. 그런데 친구랑 나랑 2시간 거리를 걸어가서 집에 돌아오니까 다시 환해지고 있었다. 서로 이건 해가 지는걸까 뜨는걸까 물으며 웃으며 돌아왔다.  


에세이 한줄 결론 : 양극단은 언제나 힘들다.





다들 즐거운 여름 보내고 계신가요?

오랜만에 '시간'에 관해 에세이를 쓰게 된 제이영입니다.

아래는 다음 타자인 원영님께 드리고 싶은 질문이에요.


처음 돈을 벌어본 경험이 언제인가요?


매일 오롯이 나를 위해 사용하는 시간이 있나요?

[에세이 107] 나를 위한 작은 시간


반년이 지난 지금, 나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에세이 106] 일상을 포기하는 대가


•지난 반년 동안 새롭게 만난 인연이 있나요?

 [에세이 105] 시절 인연


지난 반년 동안 무얼 가장 많이 했나요?

[에세이 104] 벌써 2020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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