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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저너리 Jul 20. 2020

[에세이110] 바나나 우유가 찾아준 인생 1순위?

[미셸의 크루 에세이 12] 최근 가장 뿌듯했던 소비는 무엇일까

최근 가장 뿌듯했던 소비는?

소비? =돈을 쓴다?


머리를 뎅하고 맞은 것 같았다. 

헬스장에서 확인한 카톡이었는데 나는 내가 답을 모른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뱅크 샐러드를 들어가보면 알게 될까? 

아니! 뱅크 샐러드는 나한테 아무런 답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크하하


다만 누가 나에게 이 세상에서 제일 갖고 싶은 게 뭐니?라고 묻는다면 사실 그 답은 정해져 있다. 


‘시간’


지금 또래의 여성분들이면 

하나 씩은 다 갖고 싶다는 명품 백도, 

어느 유명한 호텔의 숙박권도 

사실 나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다.

(아, 물론 어느 남태평양의 열대 섬이나 

중남미에 직항으로 가는 비행기 표나 

우주 여행권은 좀 갖고 싶긴 하다만)


그래서 물욕도 잘 없고 

한 번 물건을 사면 오래 쓰는 데다가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풀지도 않는다ㅋㅋㅋㅋㅋ


그리하여 오직 부러움의 대상이 있다면, 

‘특별한 경험’ 혹은 

‘특별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사람 뿐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런 특별한 경험이나 경험을 위한 기회는 

‘시간’만 좀더 많다면 가져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시간도 결국은 내가 만들어가는 거지만)


그렇다 보니, 

내 모든 촉각은 어떻게 하면 자유로운 시간을 얻고, 

경제적인 자유를 얻고, 운신의 폭을 늘리고,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 갈지에 온통 맞춰져 있었고, 


그 핵심 요소는 늘 ‘커리어’였다.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내가 잘 했다는 만족과 인정을 빠르게 받아, 

보상도 어쩌면 빠르게 누릴 수 있는, 

어쩌면 가장 쉬운 지점(?)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 언제나 좀더 커리어적으로 나은 위치에 가고 싶다는 

열망과 열정이 늘 꿈틀댔고 이런 증세(?)는 

근 2-3년 취업 준비 이후로 쭉 지속되어 왔었다. 


(내 주변 웬만한 친구들은 아마 이미 알고 있을 거다.)


그런데 요 이틀 전, 친한 인턴 분, 동생과 나눈 대화 덕에 

인생 전체를 통틀어 

삶의 프로젝트이자 1순위였던 

‘커리어’가 쿵 내려 앉았다.


야근으로 11시를 넘겨 불꺼진 건물을 나와, 

골목 사이로 버스를 타러 터덜터덜 나오면서 

갑자기 설움이 복받쳤고 

순간 내가 뭐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지?라는 생각이 시작이었다.



“00님, 순간 나오면서 생각했어요. 

우리 이렇게 열심히 일 하고 돈을 벌어도, 

집에 딱 돌아가는 순간, 

그렇게 번 돈으로 행복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어떡해요?”


함께 야근하다가 먼저 10여 분 일찍 나가신 

같은 팀 친한 인턴 분께 폭풍 카톡을 드렸다. 


요 몇 주 간, 결혼하신지 몇 달 안 되신 팀장님께서 

어느 자동 알림 프로그램처럼 

점심 시간마다 연애와 사랑에 대해 

열변을 토하셨었던 게 떠올랐다ㅋㅋㅋㅋ.. 


게다가 이전 회사들에서 들었던 

애정 어린 조언 류 중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는 내용들도 있었다. 


왜 친했던 동료분들이 ‘제가 미셸님 나이로 돌아간다면, 

일이 아니라 연애를 더 많이 하겠어요’라고 

밥 사주시고, 때로 커피 사주시고, 술 사주시며 

때로 재차 말씀 주셨는지 이제서야 깨달았다.


바로 연애란, 사랑이란 혹은 가족을 꾸리는 일이란, 

때를 놓치면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여자에게는! 이걸 이제야! ㅋㅋㅋ그래도 이제라도라고 생각하자!)


암튼 물론 좋은 사람 혹은 좋아하게 되는 사람이 없어도, 

굳이 애써서 연애를 해야 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었는데 

요즘 마음이 좀 바뀌었다. 


요즘은 소개팅을 받고 있고, 

계속 받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면서 

여러 분들을 만나 뵙고는 있지만, 

지금보다 어렸을 때처럼 좋아한다는 마음만으로 

섣불리 누군가를 만나기가 조심스럽다는 생각이 점

차 들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참나 상황이 이런데.. 

억울하게도(?) 바빠서 더 많이 뵙지 못하다 보니.. 

갑자기 월급도 안 올려줄 거면 

소개팅 기회라도 회사가 많이 줘야 할 거 아니냐!?

아님 적어도 만나 뵐 시간이라도 

제대로 줘야 할 거 아니냐?!ㅋㅋㅋㅋ

라는 생각으로 나아갔던 것 같다.


그래서 결론은 

우리 꼭 빨리 연애를 시작하자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인생 1순위를 바꾸자는 폭풍 카톡이 마감이 되었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여동생 전화도 왔다. 

운동 마치고 배고팠대서

편의점에서 바나나 우유 두 개를 사들고 집에 갔다. 


그렇게 여동생과도 도란도란 담소가 시작 되었는데 

이번에는 여동생에게 또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언니, 근데 요즘 

왜 바디 프로필 전처럼 운동 열심히 안 해? 

언니가 느끼기에도 

몸이 좀 부은 것 같지 않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살이 좀 쪘다는 얘기구만!?

에서 1차 충격이었고, 

‘야, 동생아 나 이제 연애에 적극적이 될 거야’라고 말했을 때 

그 이후에 함께 나눈 대화도 굉장히 깨달음이 많았다.




근데 진짜 일보다도 어떻게 보면
더 어렵고 중요한 게 연애인 것 같아.

사실 회사는 어떻게 다닐 수 있고,
회사 바꾸는 것도 돈을 아예 못 벌 정도로 어렵지는 않을 텐데,
연애하고 결혼하고는..

연애 시작!하고 끝도 아니고 결혼도 완료!하고
끝이 아니잖아? 진짜 평생에 걸쳐 서로 노력해야 하는 프로젝트 같아.

배우자 바꾸고 싶다고 이혼 도장 쾅!이 끝도 아니고,
상대방이랑 연애를 시작했다고 그 사람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흔들리지 않도록 계속 노력해야 하잖아?



이런 대화들을 나누다 보니, 

아 진짜 내 인생의 프로젝트는 

다른 데 있었구나, 깨닫지 못했구나, 

앞으로 내 인생 1위 프로젝트는 이거다!! 

평생에 걸친!!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연타는 그 후에도 있었다. 


“언니, 소개팅 받고 만나는 건 좋은데, 

언니 지금 언니 스스로한테 100프로 만족해? 

만약 그때 언니가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어떡해?”


그 말이 정말 무시무시하게 들렸다. 

나는 특별한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특별한 기회가 오거나 주어져도 

얼마든지 놓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바디 프로필 찍고 나서 마음이 왜 느슨해졌어?”


그리고 그 질문이 가장 부끄러웠다. 


내가 어려운 도전이지만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아등바등 운동을 했던 건, 

내 내면 깊숙이에서부터 나를 보듬고, 다듬고, 

마음과 몸 건강을 모두 돌보며 

나를 아끼기 위한 ‘습관’을 기르기 위함이었다. 


그랬기에 나한테 사진 찍기 자체는 목표가 아니었고, 

사실 ‘습관 형성 후 유지’가 더 큰 목표였는데 

코로나다 일이다 

은근슬쩍 더 중요한 목표를 잊어버렸었다. 


그리고 내 몸에 벤 습관은, 

특히 마음가짐은 

언제고 관성처럼 다시 돌아가기 쉽구나를 깨달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나는 나를 돌보는 것보다도 일들을, 

커리어를 어느새 우선시하는 옛 습관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었으니까.


운동을 꾸준히 나가고 있지만, 

사실 그 운동을 나가는 기저 핵심은 

올바른 태도와 마음가짐이었고, (1Why)


올바른 태도와 마음가짐 유지의 더 기저 핵심은 

내가 정말 좋은 사람이었을 때, 

좋은 상대방을 알아보고 싶고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었다. (2Why)


나에게는 현재 가족이 가장 소중한 존재인 것처럼 

나도 언젠가는 ‘우리 가족’을 만들고 싶으니까. (3Why)


그렇게 나의 인생에 있어서도 5Why까지는 아니고 

3Why정도를 생각해 보게 되는 밤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밤이 최근인 것에 지금은 참 감사하다. 



암튼!

인생에서 보다 쉽게 주어지는 보상들에 현혹(?)되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지만 어려운 일들을 

신경 쓰지 못하기가 참 쉬운 것 같다. 

더 쉽고 보상이 빠른 길들(나에게는 커리어)에 

우리는 아주 쉽게 정신이 팔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 

얻고 나서도 평생에 걸쳐 노력해야 하는 일은 

어렵기에 숭고함을 진심으로 깨우쳤다. 


그리고 이제는 그 어려운 일들에 정진하며 

때때로 팔리는 정신을, 

깨달음 전으로 돌아가려는 관성을 

시시때때로 주의하고자 한다. 


진심으로 깨우쳤으니, 

깨우침을 바탕으로 

내 몸과 마음 건강히 돌보기에 

다시 집중하면 될 것 같다. 

(아, 어렵기에 숭고한ㅋㅋㅋ 사랑! 이 얼마나 위대한지!)


암튼 이로써 내 인생의 우선 순위는 

앞으로 평생에 걸쳐 사랑일 것임을 

공공연히 선포(?)하고, 

한 번 마음 먹으면 직진해 쟁취하는만큼, 

인생 제1 프로젝트로 잘 가꿔 나가고자 한다. 


그리고 그 아주 작은 첫 단추, 

첫 걸음의 시작으로 

그 어떤 것보다 

나 스스로를 많이 사랑해주고 

몸과 마음을 잘 돌보고 싶다. 


나를 사랑하고, 

상대를 사랑하며, 

세상에도 사랑을 즐겁게 나눠가야지. 



PS : 고로 최근 가장 뿌듯했던 소비는? 

동생과 나눠 먹은 ‘바나나 우유’로 하겠다. 

그간의 모든 깨달음이 농축되어 

빛을 발할 수 있게 해주었으니! :)


바나나 우유여 영원하라!







다음 타자 클로이에게 질문,


최근 돈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면 왜인가요? 혹은 달라지지 않았다면?


처음 돈을 벌어본 경험은 언제인가요?

[에세이109] 애 쓰지 않고 무언가를 잘 해내는 법


하루 중 가장 길게 느껴지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에세이108] 일몰을 기다리는 시간


매일 오롯이 나를 위해 사용하는 시간이 있나요?

[에세이 107] 나를 위한 작은 시간


반년이 지난 지금, 나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에세이 106] 일상을 포기하는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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