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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저너리 Jul 30. 2018

[에세이18] 평범한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

[하리링의 크루에세이 02]

나는 내가 특별한 사람인 줄 알았어.


친구의 한 마디에 같은 테이블에 모인 나머지 2명이 모두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모두가 스스로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여겼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조금만 뭘 잘해도 “아유 잘한다.”하며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칭찬해주는 부모님과 선생님. 그 덕에 ‘아 내가 천재인가 보다’하는 근거 모를 자신감이 솟구쳤던 순수한 시절이었다. 

이런 생각이 착각이었다는 걸 깨달은 건 대학에 들어와서다. 내 옆에 있는 친구도 내가 잘하는 걸 잘했다. 뭐든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점이 특별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사람이 주변에 널렸다.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밖으로 나오니, 무한대로 넓은 하늘에 나는 단 하나의 티끌 같은 존재일 뿐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특별함이란 명패가 사라지니, 나를 잃은 것 같았다. 나와 다른 사람을 구분 지을 수 있는 특징은 더 이상 없는 거 같았다. ‘특별함’이란 기분 좋은 마약에 한 번 취해버린 나는, 그 마약을 끊을 수 없었다. 또 다른 특별한 점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했다. 비저너리를 시작한 이유도 어쩌면 특별해지고 싶단 욕심 때문이었던 거 같다. 그럼에도 나는 나만의 특별한 점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나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여전히 난 평범한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지쳤다. 더 이상 특별함에 목매기 버거웠다. 그래, 평범함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웃긴 건 특별함이란 명패를 놓고 나니까 마음이 편안해졌다. 신기했다. 겸손해졌고 오히려 나에게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나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나를 억지로 꾸미려고 하지 않게 된 것이다. 크롭탑 입은 여자아이돌의 몸매를 동경해 고기 먹던 젓가락을 놓지 않게 됐다. 배 나온 내 몸이 원래 내 몸이란 걸 인정했고, 맛있는 곱창을 즐기며 먹었다. 곧장 일을 잘하는 동기를 보며 자책하지 않게 됐다. 배우지 않아도 잘하는 내가 아니란 걸 인정하고, 동기와 선배들을 보며 그들의 장점을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했다. 마음이 편해졌다. 순간순간 발전한 내 자신을 발견할 때면 기분이 좋았다.


지금까지 특별하기 위해 한 노력이 왜 힘들었는지 깨달았다. 나답지 않은 짓을 오직 특별해지기 위해 꾸며내기 때문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이 평범한 게 정상이다. 나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특별함’을 잃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게 된다. 더 이상 능력이 이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순간, 나 자신을 꾸며내는 수준까지 다다른다. 나 자신을 잃는 것이다. 

여러분, 다 저한테 속고 계신 거예요


임수정이 팬미팅에서 꺼낸 첫마디라고 한다. 자신의 특별하지 않음을 인지한 멋있는 말로 다가왔다. 특별하단 착각에서 벗어나야 자유로워질 수 있다. 특별함이란 마약에 취해 아등바등 인생을 살지 말자. 평범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그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첫걸음이다. 

나다운 평범한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누군가는 평범한 내 모습을 특별하게 보기도 한다. 평범하디 평범한 나에겐 언론이라는 그 좁은 길을 고집스럽게 가는 신기한 아이라고 한 중학교 동창이 있었다. 그리고 임수정에겐 수많은 임수정 팬들이 존재한다. 그래도 이젠 특별하단 말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한다. 특별하단 말이 주는 달콤함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다. 평범한 나 자신을 사랑할 거다. 나에게 속지 말라고 당당히 얘기하는 임수정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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