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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이모 Jun 06. 2021

올윈 그린 여사께 Dear Mrs Green

6월 6일 현충일을 맞아 1997년 처음 뵌 여사님 그립습니다.

6월 6일 현충일을 맞아 갑자기 올윈 그린 여사님 (Mrs Olwyn Green) 생각이 하루종일 머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1997년 한국에 오셨을 때 통역을 해 드린 인연으로 몇 번 더 뵌 적이 있었습니다.  다정하고 우아하신 모습이 눈에 선한데 네이버에 추모식 소식이 떠 있어서 너무 놀라고 죄송했습니다.   


그린 여사님의 남편, 찰리 그린 대대장님은  6.25 전쟁에 참전하여 1950년 10월 한국에서 전사하셨습니다.  이후 40여 년 동안 그린 여사님은 남편의 생애에 관해서 연구, 조사하여 한국전을 포함하여 당시 호주가 참전한 전쟁과 호주군에 관한 중요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특히 한국전에 관한 조사와 자료가 많지 않던 1992년에 '그대 이름은 아직도 찰리 (The Name's Still Charlie)'를  쓰셨습니다.


1997년 방한 당시 제게 서명해서 책을 주셨던 생각이 나서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20여 년 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에필로그 부분이 저를 많이 울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린 여사님께 감사하는 맘을 담아 짧은 편지를 써봅니다.  그리고 그린 여사님이 쓰신 '그대 이름은 아직도 찰리' 에필로그에 나오는 여사님의 편지, 1950년 남편이 한국에서 전사한 지 42년 만인 1992년 시드니에서 쓰신 편지의 일부를 함께 적었습니다.




친애하는 올윈 린 여사님


6월 6일은 한국의 현충일입니다. 저는 갑자기 여사님 생각이 새벽에 났고 밤이 다가오는 지금까지 여사님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1997년 여사님 방한 때 처음 뵈었고 저는 그때 큰아이를 임신 중이었습니다.  여사님의 수행 통역으로 찰리 그린 대대장님이 안장되신 부산 UN 기념 공원에 모시고 가는 것이 저의 일이었지요.  제가 지난주에 부산에 잠깐 다녀와서인지, 오늘 꼭 여사님에 관해 짧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사님께서 1997년 방한 당시 제게 주셨던 저서를 다시 찾아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책과 함께 당시 방문했던 곳들의 간단한 기록도 찾았습니다.  그때 만났던 다른 사람들이나 장소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또렷이 기억나는 것은 여사님이 얼마나 친절하고 우아한 분이셨는지입니다.  제가 눈으로 보기에도 몸이 무거운 임산부여서 특별히 조심해 주셨고 신경 써 주셨지요.  저도 대한민국을 위해 전사하신 남편의 묘지를 어쩌면 처음 보러 가시는 마음이 어떨까 특별히 신경을 쓰고 조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여사님은 책을 쓰는 과정,  수많은 참전 용사들을 인터뷰하고 사진을 모으고, 전쟁기념관과 또 여러 도서관에서 조사를 하고 자료를 모아서 어렵지만 기쁜마음으로 출판하게 된 과정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 귀한 책을 오늘 다시 손에 잡았습니다.  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에필로그 부분이 확대되어 제게 다가왔습니다.   여사님께서 남편 그린 대대장님께 쓴 편지글이었습니다.  특히 와닿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시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1950년 10월에 사랑하는 남편의 전사통지서를 받고 여사님은 42년간 따님을 훌륭하게 키우고 두 손주가 장성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모든 세월 속에 한 가지 두려워하거나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은 바로 '시간'이라고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시간'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시간이라는 개념을 분단위 또는 연단위로 자로 재서 재단을 하고, 과거 또는 미래 라는 식으로 나누는 것이 문제라고 하셨습니다. 오히려 시간에 대한 두려움이 미래를 보지 못하게 하고 현실 직시를 방해한다고 하셨습니다.  정말 울림이 컸습니다.


그리고 너무 죄송합니다.  오늘에야 여사님의 소천 소식을 접했습니다.  늘 함께 하셨던 그린 대대장님과 평안하시기를 기도했습니다.


2001년에 다시 한국에 오셨을때 제게 주신 베지마이트와 뉴텔라,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습니다.  사랑이 가득한 세심하신 그린 여사님.  그립고도 감사합니다.  여사님과 대대장님의 희생과 업적, 대한민국의 역사에 길이 기록됨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고맙습니다.



2021년 현충일에

여사님을 수행 통역한 적 있는

지니 올림







Dear Mrs Olwyn Green


It is memorial day here in Korea, 6 June, and all of a sudden, I can't stop thinking about you from early morning till now and it's getting dark.   I met you for the first time in Oct 1997, while I was pregnant with my son. As your interpreter/escort officer, I travelled with you from Seoul to Busan to attend your husband's grave at UNMCK (UN Memorial Cemetery in Korea).  Maybe it's because of my recent visit to Busan, I am not sure, but I felt strong urge to write briefly on my encounter with you and searched for the book you gave me at the end of your visit in Oct 1997, 'The name's still Charlie.'


With the book, I was also able to find my notes on the program that year which included meetings with Korean Veterans Association, Korean War Widows Association, War Memorial, UNMCK and a couple of media interviews.  I can't remember any of the details of meetings but I so vividly recall how kind and graceful person you were.   You're very careful as I was a pregnant woman and I wanted to be exceptionally careful too as you were visitng your husband's grave maybe for the first time.


You have told me about your journey of writing, researching and finally completing the publication which involved hundreds of meetings and interviews with Korean war participants in Australia, research at the War Memorial and libraries and so on.  I read through your book, first time maybe in at least two decades, and found the Epilogue as if it was written this morning.  That was your letter in 1992 to your late husband.  So beautifully written and so true to me.  Please parden me to reprint some parts of your Eplogue from the book  as below.    





My dearest Charlie,


It's a long time since I've written to you. I didn't think you would get any messages.  Now I am not so sure.

You see, I've been going over the past.  I went back over your life before you met me. I loved doing that. The pictures of you as a lad reminds me so much of what Anthea was like as she grew up.  I've been dwelling on the short but rich time we had together. The good times were wonderful, weren't they?  It all seemed like yesterday and you were so vividly present.  Then I had a dream about you. That's why I felt I should write.


I think I have learned a lot, my darling. There's no point in questioning or regretting the past.  It's gone.  For years I worried about what happened to us. One thing doesn't frighten me any more.  It is Time.  Time doesn't exist.  We make a big mistake in measuring it out in minutes or years, or in past or future.  Our marriage was a lifetime.  And the couple of frightening occassions when I saw into the future have made me realise that maybe once in a while, we are permitted a glimpse of infinity.  I think it is fear that prevents us from seeing into the future - or from seeing straight.  


.....



In all those hundreds of letters I wrote to you, I always told you how much I loved you.  I probably didn't tell you: You are the finest human being I have ever known.


Please be at peace and remember that I've always loved you.


Your loving wife,


Olwyn


1992 Sydney





Dear Mrs Green.  I was so moved and consoled by your words especially the parts on 'Time'.  


I'd like to thank you also for introducing me to Vegemite and Nutella.  In your following visit to Korea, I think in 2001, you brought those surprisingly new tastes (to me anyway) all the way from Sydney to Seoul,  just to make sure that my 4 year-old boy get some Australian flavour in his early age.  


Thank you for the sweet memories. Thank you for everything.


Respectfully yours,


Your interpreter in 1997,



Jinny

6 June 2021 Seoul







Epilogue


To my regret, I learnt about passing of Mrs Green only today.   I would like to thank Mr and Mrs Green for the huge sacrifice and contribution they made toward Korea's peace and prosperity which will be remembered as an important part of Korean history.


Rest in peace.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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