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참기 챌린지
하... 지금 1시간 째다.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부스 너머 운영자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진다.
위험하다.
정말이지 이제 멈춰야 한다.
제발!!!
멈춰. 엄마!!!
나와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아르바이트를 하고 왔다.
종종 용돈벌이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내가 우연히 ‘AI 음성녹음 아르바이트 “사투리” 쓰는 사람 환영’ 이라는 문구와 함께 ‘연령 제한 없음’을 보자마자 “엄마하고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둘 다 진한 사투리 억양을 가지고 있기에 도움이 될 거 같았다.
그렇게 신청을 하고 아르바이트하러 갔다.
조그마한 사무실에 들어선 우리를 녹음실로 안내한 운영자는 우리에게 그냥 편한 마음으로 평소 대화 나누듯 서로 주고받으며 말하면 된다고 했다. 대본도 없었고 그냥 찐 대화를 나누면 된다. 정말 쉬운 아르바이트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막상 앞에 마이크가 있고 옆에 모니터가 있으니 어색어색...
엄마도 나도 첨엔 낯가리다가 무슨 이야기를 하지? 한참 뜸을 들이다 우리가 다녀온 배낭여행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우리 다녀온 여행 있잖아... 풉..”
“아! 맞아 우리 이탈리아 처음에 큭... 갔지. 맞어. 크크큭.. 흡”
정말 웃음 포인트가 하나도 없는 이야기에 엄마와 나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음 버튼이 눌러져 버렸다.
비극의 서막이었다.
“아! 엄마 웃지마! 우리 진지하게. 일하는 중이야. 자, 처음부터. 그래서 우리가...크크. 이탈리아 다음에 어디...크크크크 하! 갔지? 아하하하하하”
엄마가 웃음을 겨우 참고 있는 그 표정에 무너지듯 웃음이 터져나왔다.
우린 2분의 대화를 못넘기고 계속 웃음을 터트렸다. 운영자는 계속 괜찮다. 괜찮다. 독려해주었지만 그래도 우리의 웃음은 도무지 멈추질 않았다.
그렇게 정말이지... 과장하지 않고 1시간 30분 동안 웃다 멈추다 웃다 겨우겨우 30분짜리 녹음을 끝마쳤다.
너무 운영자님께 죄송했다. 곧 멈출 거 같은 웃음이 아무리 슬픈 생각을 해도 멈추지 않아 중간부터는 엄마도 나도 점점 식은땀이 났다. 중간에 차라리 도망치고 나오고 싶을 정도였다. 너무 죄송해서...
친절한 운영자님은 그렇게 시간을 많이 허비한 우리 모녀에게 그 다음날 바로 아르바이트 비용을 입금해주셨다.
엄마와 나랑 나란히 핸드폰에 찍힌 입금액을 보며
“와! 우리가 이렇게 함께 아르바이트 해서 보수를 받아보는 건 난생 처음이다!”
감동과 동시에
“우리 다시는 이건 하지 말자... 너무 위험해!”
서로 간담이 서늘해지는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함께 하기 Tip>
부모와 색다른 경험을 해보자!
내가 평소에 자주 하는 일들을 함께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내가 부모의 일터로 갔다면 이번엔 부모가 내가 자주 하는 일에 도전해보는 거다.
아르바이트, 여행, 경연대회 등 나이에 제한 두지 말고 함께 할 수 있다면 같이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