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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final job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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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태성 Nov 17. 2019

가슴에 씨앗이 심어진 날

나도 강사가 될 수 있을까?

 택시기사는 가슴속에 소설책 한 권쯤은 간직하고 있다. 택시기사가 되는 것이 꿈은 아니었다. 사업실패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여 입에 풀칠이라도 해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떠밀리듯이 택시기사가 된 것이다.    

 택시기사가 되려면 소정의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따분하고 지루한 교육이 이어지던 중에 한 강사가 연단에 오른다. 그의 직업은 택시기사였다. 솔직히 교육내용은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택시기사가 마이크를 잡았다는 사실에 마음에 파문이 일었다.

    

'강사가 되는 것에는 직업적 제한이 없구나.‘   

 

현직 전문 강사, 대학교수, 유명 작가, 연예인 등이 무대에 올랐다면 당연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상상하지 못했던 택시기사였기에 파장이 있었던 것 같다. 은연중에 나는 택시기사를 멸시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내일이면 그 강사와 같은 택시기사가 된다. 왜 나는 않아서 수동적으로 필기하고 그는 강사가 되어 서서 능동적으로 강의를 하는가? 나도 이 무대서 설 수 있을까?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내 가슴속에 최초로 씨앗이 심어지는 순간이다.     

 콩나물시루 같은 비좁은 공간에 앉아 있던 500여 명의 예비 택시기사 중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10년 하고도 몇 년이 더 흐른 후, 나도 그 장소에 앉지 않고 서 있었다.

 그냥 쉽게 된 것은 아니었다. 일단 10년은 택시기사라는 직업을 해내야 자격이 주어질 것 같아서 묵묵히 택시운전을 지탱해내는 것이 필요했다. 틈틈이 공부도 했다. 사이버대학에서 공부하고 야간대학원에 입학하여 석사학위도 받았다. 택시 관련 뉴스도 모니터링하고 논문도 살펴보았다. 타임지가 선정한 최고의 친절 기업인 일본 MK택시 신입사원 교육도 외국인 최초, 유일하게 이수했다.   

 

 그렇다고 교통연수원에서 나를 강사로 불러주시는 않았다. 이력서, 자기소개서, 강연 기획서 등을 챙겨서 직접 문을 두들겼다. 다행히도 한 번의 시범 강의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다음 해에는 절반의 강의를 기존의 강사와 나누어서 진행하고 그다음 해에는 내가 전임으로 100%를 소화했다. 몇 해 전에 나는 이미 기업체 특강을 하고 있었지만, 반드시 이 무대에 서고 싶었다. 드디어 내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나는 현재 11년 차 강연 가이다. 그동안 2천여 회의 강연 경력이 있다. 저서로는 두 권의 책(한 권은 공저)을 가지고 있다. 코칭과 멘토링, 컨설팅도 한다. 공무원 면접관이 되기도 했고 정부에 정책제안도 한다. TV에도 수백 회 출연했다.  

   

 택시기사가 되려고 교육을 받던 그 암울한 시절에 ’ 나도 강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 하나가 내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된 것이다.

상상하고 시도하지 않으면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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