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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final job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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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태성 Nov 17. 2019

무궁무진한 강의 콘텐츠

내 업무를 잘게 썰어서 미분하기

 강의실에 실습용 차량이 준비되어 있었다. 출입구는 좁아서 차량을 조각조각 분해해서 재조립했다고 한다. 그렇게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택시 도어 서비스 실습 및 강의실'이 탄생했다.

나는 원래 강연만 하지만, 오늘은 강의를 한다. 원래 청바지에 운동화가 내 강연 유니폼이지만, 오늘은 짙은 감색 싱글 정장에 회색 넥타이까지 맸다. 교육의 성격에 복장을 맞춘 것이다.

원래 90분을 주로 하지만, 오늘은 상반기 포함해서 총 4시간의 강의를 한다. 뭔 택시 차량의 문을 열고, 닫아주는 것에 4시간의 교육이 필요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4시간은 턱도 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승객의 승하차를 돕기 위한 도어 서비스는 일단 운전석에서 잘 내려야 합니다. 핸들은 10시 10분으로 잡으시고, 운전석에서 내리실 때는 트렁크 개폐 버튼을 미리 눌러서 트렁크를 열어둡니다. 고객이 짐을 싣고 탈지 모르니까요. 운전석 창문은 5Cm 정도 내려서 차내 공기압을 줄여야 뒷좌석 문이 쉽게 열립니다. 창문을 너무 많이 내리시면 문이 세게 닫혀서 고객이 놀랄 수 있으니 주의하시고요.   

 

 운전석의 문을 여실 경우에는,  반드시 2단으로 여세요. 왜냐하면, 옆 차선에서 주행하는 차량이 놀랄 수 있습니다. 우선 살짝 10Cm만 열어서 2초 정도 정지합니다. 이것은 주변 차량에게 곧 문을 활짝 열 테니까 너무 놀라지 말라는 신호입니다. 그래도 내리실 때는 최대한 예각으로 여셔야 합니다.    

운전석에서 내려서 차량의 반대편으로 가기 위한 두 번의 직각 동선에서는 잠시 멈추셔서 좌우측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오타바이와 부딪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차량의 유리창이 거울의 역할을 합니다.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넥타이 등을 고쳐매시고 옷매무새도 정돈합니다. 특히 어깨의 비듬을 털어주는 것을 잊지 마시고요. 승객의 입장에서는 작은 비듬 한 톨이 기사님의 전체 이미지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차량의 중심에서 반 족장 그러니까 30Cm 앞에서 공수 자세로 대기합니다. 몸과 시선은 고객이 나올 동선을 예측하여 그 방향으로 향합니다. 고객으로 예상되는 분이 보이면, 그 자리에 서서 대기하지 말고 여섯 걸음 정도 앞서 나가셔서 인사해야 합니다. 귀한 분이 집에 오시면 대문 밖에서 응대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휠체어를 타신 고객과 짐이 많은 고객, 시각장애인과 한 분과 두 분 세 분과 네 분이 차량에 탑승할 때, 눈이나 비가 와서 우산을 쓰고 있을 때는 각각 다르게 도어 서비스해주셔야 합니다. 

자 이제 준비가 되셨으면 실제적인 도어 서비스를 시범으로 보여드릴까요?


그렇게 총 30차 수 이상의 강의가 진행되었다.    

프로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전문성은 디테일을 가지고 있느냐로 결정된다.

하찮게 보이는 일이라도 -원래 그런 일은 없지만- 자신의 일을 잘게 쪼개고 쪼개서 미분하면, 업의 본질을 발견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나는 일반 택시를 몰면서도 예약한 승객에 한해서 택시의 문을 열어주는 도어-서비스를 해왔다. 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하루에도 수 백번 연습을 했고 일본의 그 유명한 MK택시의 신입사원연수교육을 장기간 받고 돌아왔었다.    

“강사님이 아니면 교육해줄 분이 국내에는 없어서요. 꼭 교육을 부탁드립니다.”    

강의의 콘텐츠는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다. 콘텐츠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것도 내 주변에서 내 일상 업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단, 누구보다 압도적으로 실무와 이론, 철학까지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언젠가는 강사로 불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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