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당이 가장 용감한 법이다.
어느 분야에 있어서 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깊이감 있게 파고들다 보면, 의도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제껏 내가 아는 양 들이대던 모든 것들이 한낱 수박 겉핥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하찮은 수준이었음을.. 부지불식간에 얇디얇은 백지장 수준도 되지 못하는 바닥이 적나라하게 드러남을.. 그럴 때마다 나의 입과 손과 발은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져 모든 의지를 잃고 옴짝달싹할 수 없는 얼음이 되어버림을 깨닫게 된다는 상당히 식상하고도 진리적인 말이다.
몇 년 전,
비자금 좀 마련해볼 요량으로, 소비에 익숙해진 일상을 생산으로 돌려보고자 하는 욕망으로, 주식계좌를 텄다. 그리고 나름 몇 달간 시장 추이를 분석하고 여러 가지 숫자들에 익숙해졌다 생각될 무렵, 몇 가지 종목의 주식을 골랐다. 원금손실에 대한 리스크를 감안해 단돈 몇만 원으로도 구매 가능한 몇 가지 종목의 주식이 나의 손에 의해 선택되었고, 또한 나름 과감하게 투자했다. 그리고 결과는.. 대박이었다.
큰 기대 없이 투자한 작은 종잣돈이 배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어쩌면 이때 그만 발을 뺐어야 했다.
첫 투자를 단박에 성공해버린 나는 '어쩌면 나는, 주식 천재인가?!' '나의 적성은 이쪽이다.'라며 동네방네 자랑하며 여기저기 주식투자에 대한 설교를 늘어놓기 바빴고, 늘어난 이윤에 기대어 여기저기 기분 좋게 한턱을 날렸다. 그리고.. 쉽게 예상되다시피. 과감하게 실패한 개미들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주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나의 그릇에 걸맞게. 다 날려버렸다.. 깔끔하게.)
어설픈 선무당이 본연의 처지를 망각한 채 유능한 박수무당인 척하며 칼춤을 추어 대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그럴듯하게 춤을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젖은 신문지처럼 너덜너덜해진 발바닥을 맞이할 수도, 그러다 자칫 방심하는 사이, 다른 이의 고통을 덜어주기도 전에 스스로를 거대한 고통의 나락으로 밀어 넣으며 어쩌면 자칫 생을 마무리하게 되는 안타깝고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어디에나 예외는 존재하는 법이므로.)
스스로 자기 그릇의 크기를 제대로 가늠하고, 그에 걸맞은 사고와 행동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만이 좀 더 안정적이고 안전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이다.
이왕이면 스스로가 선무당임을 명확하게 공표하고, 좀 더 편안하게 살아가는 법을 택하는 것도 좋을 것이고.
'나는 선무당입니다. 그러니 어떠한 부분에서건, 나에게 작두 타기와 같은 위험한 행동은 일언반구 입 밖으로 내지 말아 주세요.' 이렇게 말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제껏 나는 내가 어설픈 선무당이라 생각하며 살았는데, 알고 보니 제법 그럴듯한 박수무당이면 어떻게 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