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라쥬 가라사대,
같은 집에서 한 이불 덮고 자면
절로 한마음이 되는 줄 알았다
사랑해서 아기를 갖게 되면
모성애가 절로 샘솟을 줄 알았다
젊은 시절의 철없던 바람기는
나이가 들면 저절로 사라지는 줄 알았다
시간이 흘러 노년이 되면
오붓하게 등 긁어주며
다정하게 서로를 보듬을 줄 알았다
노년의 모든 부부의 기도는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을 마감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
.
.
( 아니다. )
어린 딸아이와 나는 제법 취향도 궁합도 좋다. 그래서 어딜 가든 자주 어울리는 편이다. 그녀와 나는 바닷가를 산책할 때마다 같은 공간에서 각기 다른 놀이를 하곤 하는데..
딸아이는 아주 작고 귀여운 조개를 줍고
나는 아이의 눈에 띄기 전에
재빨리 조개를 밟아 으스러뜨린다.
일명,
'조. 개. 깨. 기.'
도장은 깨지 못할지언정,
해수욕장의 조개란 조개는 모두 깨 버리겠다!!!
라는 신념으로다..
뽀각 뽀각
아그작 아그작
으드득 으드득
조개껍질들의 아우성이
발아래에서 들려올 때마다
일종의 쾌감과 함께
성취욕 마저 안겨주기에
매번 바닷가를 찾을 때마다
조개 깨기의 유혹을 버텨낼 재간이 없다
"제발, 저를 좀 밟아주세요.
당신의 발 아래에서 자유를 찾고 싶어요."
산책길, 딱! 눈에 들어온 녀석.
'어~라, 넌 뭐냐?'
왜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위가 아니라 옆으로 뻗어있는 거지?
부러진 건가. 아니면.
인위적으로 누군가 손을 덴 건가.
했지만,
자의였다.
참으로 대범하고도 별난 녀석이로군.
이 녀석. 혼자 탈출이라도 하고픈 겐가.
어쩌면
나는 다른 가지들과는 달라.
나는 너희처럼 기생하며 살아가는
보잘것없는 여린 나뭇가지가 아니라,
어미를 토양 삼아
홀로 깊게 뿌리내리는
독립된 하나의 개체란 말이다.
이렇게 외치고 있는 건 아닐는지.
다분히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일상 속에서 나는 수많은 착각 속에 살고 있다. 그렇게 갖가지 착각 속에 멍을 잡다가 어느 날 문득, 정신이 번뜩 돌아오는 것처럼 '쩌~억'하며 착각들이 갈라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 나는 '또 시작이로군. 그래, 그럼 이제부터 착각 깨 먹기를 제대로 한번 시작해볼까나.' 하며 단호하게 자세를 고쳐 앉지만, 이내 같은 자세 그대로 또 다른 멍을 잡고 있다.
요는,
그리 동(動) 하지 아니하였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