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였을까.
내 안에
작디작은
바람 줄기 하나가 생겨났다.
처음엔
작은 입자와도 같은
공기 덩어리였다가
조금씩
찰나로 스쳐가는
가느다란 잎들을 끌어 모으더니
어느샌가
주기적으로 스쳐가는
바람의 소용돌이가 만들어졌다.
대부분의 시간을
몸 깊숙이
수많은 세포들 사이에 은둔해 있다
이따금씩
일반적인 사고의 틀을
깨어버리게 되는 시점에
바람의 소용돌이는
이내 격한 허리케인으로 돌변해
온몸을 마음을 생각을
휩쓸고 지나가곤 한다.
처음엔 그저
낯설고 무섭고 두려운 존재였던
바람 줄기 하나가
이내 내 삶 속에 스며들어
한 해 한 해 나이테를 그어가듯
주기적으로
자신의 흔적을 만들어가고 있다.
시나브로
시간이 흐르고
내 안의 나이테가
모두 채워질 즈음엔
내 마음속 바람 줄기는
얼마나 성장해 있을까
그때가 되면
나의 그릇도
조금은 넓어져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