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권리
이제 나는
그만 쉬고 싶소만
그대들은
쉬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구려
이제 나는
육신(肉身)의 고단함 따위 쉬이 내려놓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달콤하고 무사(無事)한
영면(永眠)의 삶으로 들어가고 싶소
허나
그대들은 어찌하여
이내 사라져버릴
나의 육신을 미처 내쳐버리지 못하고
더미 아닌 더미를 만들어
자꾸만 나를 깨워낸단 말이오
여태껏 나는
참으로 고단하고도 열심한 인생을 살았소
때론
그대들을 위한 힘겨운 희생도 마다치 않았소
나는 이제
새로운 영면(永眠)의 세상에서
이름도 얼굴도 육체도 없이
지금과는 다른
그렇게 편안한 형체(形體)의 그 무엇이 되고 싶소
그러니 이제 그만 나를 놔 주시오
그러니
부디 나를 잊어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