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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주얼페이지 Jul 14. 2020

이사 준비하는 시간

나를 알아가는 시간

정신이 없다. 이사 준비로 가구, 가전, 공사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시간이 훅 흐를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주말에 열쇠 받으러 가기 전까지만 해도 여유가 있어서 바쁘고 정신없을 거라 생각했던 내가 오판이었나 싶었다.


오판 아니었다. 주말부터 새 집 생각만 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가구랑 가전 검색만 한다. 가전이야 살 물건과 구입 장소가 한정되어 있으니 금방 간추려졌는데, 가구는 파고 파도 끝이 없다. 없는 센스 막 끌어다가 어떻게 놓아야 할지, 어떤 것들이 서로 잘 어울릴지 고민하고, 가격과 스펙을 비교하고, 또 새로운 제품을 찾아 헤매고... 그러다 원점으로 돌아가서 새로 시작한다. 한참을 찾아보고 적었는데도 내 이사 준비 노트는 백지나 다름없다.


너무 힘들다. 이래서 종합 인테리어 업체나 홈드레싱 업체가 비싼 값을 받고 업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이로구나 생각한다. 쥐어짜 내도 없는 감각을 쓰고 있자니, 나의 시간이 너무 아깝다. 쩐만 있으면 인테리어를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고, 나는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고 싶다. 그러자니 돈이 문제다. 모든 출발은 돈이다. 돈만 있으면 뭘 살지 고민 따위 안 하겠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괴로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휴, 쓰고 보니 마음이 아프다.ㅠㅠ


그런데 생각을 바꿔보면 돈이 아무리 많은 부자라도 고민은 늘 있게 마련이고, 행복한 거지라는 말이 아주 낯설게 들리지는 않은 걸 보니 돈이 문제의 원인은 아닌가 보다. 돈 이전에 나의 욕구 - 왜 원하는지, 원하는 것의 본질- 는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능력의 부재가 문제의 원인이 아닌가 한다.


이사를 준비하는 시간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겠다. 어떤 소파와 책상을 원하는지, 식탁 크기는 얼마만큼 큰 게 좋은지, 책상과 책장, 테이블이 몇 개나 필요한지, 김치냉장고가 왜 필요한지 등등 이유를 찾으면서 나의 생각의 근원을 추적하는 과정으로 여겨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지금 이 시간 전혀 아깝지 않다. 더불어 신랑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생각과 욕구를 조금씩은 알 수 있으니 아주 값지다.


가능성을 찾고, 선택을 하는 과정을 귀찮게 여기지 말자. 치열하게 취향을 찾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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