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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ka Oct 20. 2019

말도 많고 탈도 많고 따질 것도 많은 장거리 비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챙겨야할 것들


나만 힘든거니?

선천적으로 어디서든 머리만 대면 잠드는 분들, 심지어 건조하고 춥고 가끔은 멀미를 유발할 정도로 흔들려대는 비행기 안에서도 무리없이 주무시는 분들이 몹시 부럽다. 패키지로 여행을 떠나는 대부분의 어르신들도 그 척박(?)한 환경이 아무렇지 않으신듯 하다.


나같은 약골에게는 비행이 힘들다. 5시간 이내의 비행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9시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유럽, 미주 등지로 향하는 장거리비행은 힘들다. 특히나 루프트한자와 같이 좋게 말하면 ‘검소한’ 나쁘게 말하면 ‘인색한’ 서비스를 자랑하는 항공사의 경우엔 추위까지 더해진다. 어매너티도 몹시 간소하고. 덕분인지 한국 국적기인 아시아나나 대한항공보다 삯이 저렴해 울며 겨자먹기로 자주 타게 된다.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 노하우들

출장이든 여행이든 장거리 비행이 괴롭지만 불가피했던 지난 몇 년을 떠올려보니 몇 가지 자연스럽게 쌓인 노하우들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차적응

비행기 안에서의 셋팅은 반은 시차적응을 위해서, 반은 몸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다. 시차적응이 제대로 안되면 육체적으로도 몹시 힘들뿐더러 이어지는 여행 일정의 시작점 일부를 희생시켜야 할 수도 있다. 혹은 누적된 피로로 동행과 소모적인 신경전을 치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시차적응에 실패하면 기차안에서 이러고 자다가 내려야할 역을 놓칠수도 있다는 사실! 낮잠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아주 깊이 잠들기 때문이죠! 햐햐


시차적응은 비행기가 도착하는 시간만 보면 된다.

도착시간이 낮이다? 기내식을 먹자마자 안대, 귀마개, 목베개 풀장착하고 바로 잠드는게 최고다. 도착해서 짐 풀고 근처를 돌아다니며 장도 보고 구경도 좀 한 뒤 이른 저녁에 들어와 잠들면 되기 때문. 그렇지 않으면 도착하자마자 뻗어 대낮에 잠들고 새벽 1-2시에 깨게 된다. 그러면 먹을 것도 없고 문을 연 곳도 없어서 굶주린 채로 호텔방에서 인스타랄지 한국포털사이트 따위를 전전하게 될 뿐이다.

도착시간이 밤이다? 읽을 거리를 꼭 챙겨 최대한 잠들지 않는다. 기내에서도 복도 쪽 좌석을 선택해서 자주 움직인다. 그래야 도착하자마자 깊게 잠들 수 있고 꼭두새벽에 깨는 일도 덜하게 된다. 만약 기내에서 오랜시간 잠들어버리면 도착시간 및 잠든 시간이 취침하기에 적당한 시간(23~02시)임에도 불구하고 새벽 3시즘 부터 깬다. 그리곤 다시 잠이 안든다. 피곤해 죽겠는데 다시 잠이 안드는 것, 이보다 괴로운 일이 어딨으랴.


확실친 않지만 이런 부분을 고려하여 기내조명을 조절해주는 것 같다. 도착시간이 낮인 경우 식사를 마치자 마자 조명을 끄고 어두운 분위기를 조성한다든지 하는 등이다. 이런 경우에 심지어 캡틴이 환영인사에서 직접 언급하기도 한다. 니넨 훤한 대낮에 내릴 예정이니 밥먹고 자라고. 잘~ 자라고.



추위에 대비할 옷가지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대류권 상부의 최저 온도는 대략 영하 50도 쯤. 바깥온도가 낮으니 당연히 기내는 추울 수밖에 없다. 특히 창가는 더욱.


따라서 비행기 안은 어느 정도의 난방이 되어야  텐데, 모르긴 몰라도 항공사마다 조금 다른 수준인듯 싶다. 아시아나, 에어캐나다, KLM 등 여타 항공사들은 대체로 담요로 버틸만한 정도이거나 춥지않고 적당한 정도였는데 루프트한자는 정말 ‘어우 추워…. 담요 덮어도 추워…. 껴입어도 추워…. 발시려 코시려….’하던 기억 밖엔 없다. 같은 항공사라도 때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여하간 루프트한자는    빼고  추웠다.


영하 30도. 추운게 당연!


추운 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줄줄 흐르는 콧물과 재채기가 콤보로 유발되기 때문이다. 못버티겠다 싶은 순간에는 실제로 여기저기서 기침과 재채기 소리가 들린다. 비염환자에게는 이보다 괴로운 상황이 없다. 대비책으로 내가 챙기는 것은 기모레깅스, 플리스같은 외투, 마스크, 그리고 수면양말 등이다.



건조함엔 마스크, 마스크팩말고..

피부는 일단 포기한지 오래다. 적어도 피부 땡기는 것 정도는 참을 수 있으니까. 문제는 눈과 코와 목이 너무나 건조해 죽을 것 같다는 사실. 처음엔 인공눈물, 감기사탕(엠오이칼이나 리콜라) 등을 챙겼지만 요즘은 방한용 마스크를 챙긴다.

눈이 건조한 것은 어느정도 도가 텄기 때문인데, 억지로 하품하는 스킬을 습득한 것이다. 몇 번 억지 하품을 해주면 눈물이 팽 돈다.

목과 코는 감기사탕이 아니어도 방한용 마스크면 충분히 해결이 된다. 기내의 매섭고 차가운 공기 대신 따시고 무거운 이산화탄소로 가득한 내 숨결을 마셔서 해결한달까….


눈부심

안그래도 어두운데 눈부시는 화면을 보면 눈이 조각조각 찢어지는 것만 같다. 그 와중에 다른 분들은 어찌나 잘들 보시는지, 그 분들 화면에 눈이 부셔서 자야하는데 굉장한 방해를 받을 때가 있다. 그래서 안대는 언제나 필수!


결국 이렇게도 웃긴 꼴이 되지만 나만 편하면 그만~ 이 웃긴 사진을 찍던 당시에도 혼자 킬킬댔는데 지금도 배가 아프게 웃기다.......


소음방책

대체로 비행기가 만들어내는 화이트노이즈 때문에 다른 소음이 묻히긴 하지만 주위에 한 일행이 타는 경우 대화가 얼마간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소음을 피할수가 없다. 그리고 기체에서 만들어지는 화이트노이즈 자체가 시끄럽기도 하다.


하지만 기내에서 주는 헤드셋 혹은 이어폰은 몹시, 정말 몹시도 질이 안좋기 때문에 방음이 안될 뿐더러 음악을 듣기에도 거슬릴 정도다. 미스트도 포기한 나에게 이어폰은 필수다.


요즘은 에어팟 덕분에 잘 안쓰지만 비행기 탈 때만 쓰는 커널형 이어폰에 방음캡을 장착한 셋.


허리나 엉덩이가 아프다면

한참 살이 빠져서 나의 무게를 버텨줄 지방이 부족하던 시기에는 자다가 엉덩이가 너무 아파 깰 정도였다. 그래서 그 다음 여행에서는 방석을 챙겼는데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다. 요즘은 살도 좀 쪘고 귀찮아서 포기하지만..


당시에 나는 다이소의 저렴한 방석을 사서 잘 쓰고 버렸지만, 비슷한 이유로 방석을 챙기시는 동료분께서 밸런스온이라는 고오급 방석을 소개시켜주셨다.


방석이 '고오급' 이어봐야 얼마나 '고오급' 이겠냐마는 가격으로만 봤을 때 무려 10여만원이나 하는 제품이다. 한 번 앉아보니 왜 이 무거운 것을 매 출장마다 챙겨가시는지 이해가 될 노릇이다. 허리 디스크가 있으신 분들은 이것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출처: bullsone 공식사이트


무엇이 가장 괴로우십니까?

이 모든 것들을 매번 다 챙길 수는 없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가 바뀐다. 없으면 죽을 것 같은 것들만 챙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출장 때 방석은 제외했다. 지방이 좀 충전된 나머지 엉덩이가 덜 아파서…. 그리고 노트북과 카메라가 든 가방때문에 이미 들어야할 짐이 너무 많았기 때문. 그리고 요즘은 런닝을 열심히 뛰어서인지 혈액순환이 잘되는 편이고, 덕분에 수면양말은 챙기지만 안꺼내기도 했다.


그러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체력관리, 그리고 어떤 요소가 나에게 가장 괴로울지 알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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