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_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그럼에도 당신은 이 삶에서 얻고자 하는 것을 얻었나요?"
"네."
"그게 무엇이었나요?"
"내가 지구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존재라고 느끼는 것."
영화 <버드맨>은 레이먼드 카버의 시로 시작한다. 한국에는 영화 속 대사의 김치 비하 논란으로 더 많이 알려진 듯 하지만, 이 영화는 내게 21세기에도 고전의 반열에 오를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버드맨>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네 명의 평범한 미국 중년 남녀가 작은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며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인 소설이다. 그런데 인생에 이 이상의 무엇이 더 있을 수 있을까. 그들은 경계에 서 있다. 남편은 아내의 옛사랑을 말하며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하고 아내는 그럼에도 사랑이었다고 반박한다.
<버드맨>의 주인공 리건과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의 주인공 멜은 '다시 사랑받고자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들이 이미 어떤 의미에서는 사랑받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사랑받고자 하는 그들의 의지는 목적지 불명이다.
어디서부터 어긋난 걸까. 문제는 그 '어디서'를 찾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인생이란 편집이 불가능하다. 잘랐다 붙이기 같은 기교를 쓸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단 한 번의 컷도 없는 원 테이크 같은 인생에서 뒤로 돌아갈 방법은 없다. 다시 사랑받고자 하는 의지는 앞으로 달려가기만 하는 인생의 시계와 충돌하고 파열음을 낸다.
그러니까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그런 파열음을 담아낸 소설인 셈이다. 어쩌면 이 파열음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전부일 수 있다. 그리고 레이먼드 카버는 절망과 파탄, 불안의 감정에 관해서는 가장 정확한 단어 사전을 가지고 있는 작가다.